밥그릇에 묻은 밥 한 톨을 바라보며
오늘도 어김없이 먼지 쌓인 밥통에서 딱딱물렁한 밥을 꺼내 끼니를 해결했다. '딱딱물렁하다'라는 표현은 한번 만들어 본 것이다. 밥을 지으면 2일을 가지 못해 밥이 좀 누렇고 딱딱해진다. 밥통이 고장났나보다. 보온이 잘 되지 않는다. 밥통이 그야말로 밥통이 돼 버린 것인가.
그래도 밥통이 아주 못쓸 정도로 고장나지는 않아서 조금씩 밥을 하고 이틀 정도는 괜찮은 밥을 먹을 수 있다. 이건 그나마 괜찮다. 괴로운 것은 마음의 배고픔과 배의 배고픔이 동시에 찾아 올 때다. 배의 배고픔은 라면을 끓여먹어서라도 해결할 수 있는데 마음의 배고픔은 그게 잘 되지 않는다.
마음의 배고픔은 가슴이 텅 빈 것처럼 적적할 때 찾아온다. 왜 사는가, 무엇을 잘하는가, 무엇을 하고 싶은가 등등의 질문에 대해 스스로 답이 서지 않을 때 찾아온다. 갑자기 무기력해지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 찾아온다. 그리고 밥을 다먹고 텅빈 밥그릇의 밥 한 톨을 바라볼 때 마음의 배고픔이 찾아온다. 배는 조금 나아졌는데, 마음은 꼭 그렇지 않다. 이때 찾아오는 마음의 배고픔이 어디서 비롯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밥그릇에 묻은 마지막 밥 한 톨을 보면 이상스레 코 끝이 찡해진다. 밥 한톨을 젓가락으로 떼어 내어 입속에 넣으면 허전함이 무한정 함께 떠밀려 들어온다. 마음의 배고픔을 그림으로 그리면, 그건 아마도 밥그릇에 묻은 마지막 밥 한 톨과 같은 모습이 아닐까? 무언가 있긴 한데 아주 작은 밥 한톨만큼의 무언가가 텅빈 가슴에 붙어 있는 모습..
괴로움보다 더욱 깊은 괴로움은 배의 배고픔과 마음의 배고픔 둘 다 해결하지 못할 때 찾아 온다. 자주 찾아오는 것은 아니고 한 달에 두 세 번정도는 찾아 온다.이 때는 쓸 돈이 없어 텅빈 지갑과 함께 찾아온다. 이럴 때는 책상에 엎드려 배를 만지며 깊은 한 숨을 쉰다. 핸드폰벨소리보다는 꼬르륵 소리가 더욱 자주 울린다. 그럴 때는 맨밥에 조금 남은 깍두기 반찬 하나로 해결해 본다. 이 때 배의 배고픔은 해결되지는 않고, 마음의 배고픔은 더군다나 해결되지 않는다. 배의 배고픔을 끼니로 해결할 수 없는데 마음의 배고픔을 어찌 끼니로 해결할 수 있으랴. 이게 다 학교앞에서 자취하다 종종 일어나는 일상의 풍경들이다.
하루 하루 마음의 배고픔과 배의 배고픔이 동시에 찾아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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