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글은 어찌어찌하다가 수능을 세 번 보았던 내 청춘의 이야기다. 성공담이라기보다는 실패담 혹은 에피소드에 가깝다.
2003년 여름 자퇴를 하고, 그해 11월 다시 수능시험장을 찾았다.
꼭 1년만이었다. 여름부터 수능시험날짜까지 뭐했는지 모를 정도로 시간이 빨리 지나갔다.
공부를 한 것인지, 안 한것인지 머릿속이 긴가민가했다.
전날 밤에는 문자가 여러 통 날라왔다.
그렇게 쥐 죽은 듯이 있었는데 내가 수능을 또 본다는 건 어떻게 알았는지...
"띵동,,띵동.,,,띵동"
"화팅해라..임마"
"홧팅!"
"아자아자!.."
범인은 친구들한테 말 안한다고 하던 그 친구인가..
그래도 고마웠다.
첫번째 수능시험 전날과 달리 잠이 잘 왔다.
처음 수능을 봤을 때는 무척 긴장되었지만, 두번째 수능을 보니 별로 긴장되지 않았다.
어머니는 나를 한 번 꼭 안아주셨고, 아침일찍 시험장에 도착했다.
1년 전에는 화이팅하시라고 외쳐주는 후배들이 있었는데, 이 날은 없었다. 다행이었다.ㅋㅋ
조용히 교문으로 들어갔다.
좀 쓸쓸했다. 풍경은 변한 게 없었다. 플랭카드를 정성껏 준비해 와 응원해주는 학생들이 있는가하면, 자식이 들어가는 모습을 보려고 온 어머니들도 많이 계셨다.
수험번호를 확인하고 교실에 들어간 순간,,,,,아무도 나를 아는 사람이 없을 거라 생각한 순간.
"형"
"??"
"저,,,00에요. 형 수능 작년에 보지 않았어요?"
"^^;;오랜만이다"
"잘보세요~"
"그려..너도.."
몇 분 후,
"형.."
"??ㅋㅋ오랜만이네..시험 잘 봐라"
"형도요 ㅜ,ㅜ"
이날의 심정도 똑같았다.
'투명인간이 되고 싶다....조용히 시험만 보고 나오고 싶은데'
이 날도 어김없이 찍기 신공이 발휘되었고,
어떻게 봤는지조차 기억이 안날 정도로 시간이 흘러갔다.
드디어 시험이 끝났다. 후련할 줄 알았는데 마음은 천근만근이었다.
교문을 나서자 아버지께서 기다리고 계셨다.
눈물이 핑 돌았지만 애써 웃었다.
내 심리 상태는 다음과 같았기에.
그래도 수능성적이 나올 때까지 몇 일간의 여유가 있었다.
그 이후에는 대파국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계속...
'대학시절이야기&노하우 > 수능의추억'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입재수이야기(7)- 내 수능점수는 가정평화의 적 (4) | 2012.11.19 |
---|---|
대입재수이야기(6) - 친구들의 입대소식과 신세한탄 (8) | 2012.11.17 |
대입재수이야기(4) - 투명인간이 되고 싶었던 간절한 이유 (8) | 2012.11.15 |
대입재수이야기(3) - 대학생도 고등학생도 아닌 잉여인간의 탄생 (5) | 2012.11.14 |
대입재수이야기(2) - 대학교 자퇴서 내던 날, 기차는 우울을 싣고 (8) | 2012.11.1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