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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절이야기&노하우/수능의추억

대입재수이야기(10) - 재수실패후 깨달은 것들

by 이야기캐는광부 2012. 1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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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글은 어찌어찌하다가 수능을 세 번 보았던 내 청춘의 이야기다. 성공담이라기보다는 실패담 혹은 에피소드에 가깝다.




2003수능 -> 대학교 입학 -> 1학년 1학기 지나고 여름에 자퇴 ->2004수능 -> 3개 대학 탈락  ->2005 수능 -> 다시 대학 입학



수 년전 나의 대입재수는 실패였다. '고등학교때 열심히 공부할 걸'하고 후회도 많이 했다.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었지만, 당시엔 정신적으로 무척 힘든 시간들이었다. 밥맛도 없고, 친구들과 놀아도 흥이 안나고. 부모님께는 죄송하고, 나 자신에게는 참으로 미안하고. 


돌이켜 보면 실패할만 했다. 사람은 '내 미래는 더욱 나아질꺼야'하고 섣불리 자신의 미래에 대해 대책없는 낙관을 한다. 스무살의 나역시 그랬다. 재수에 대한 치밀한 계획을 세우지 않고, 섣불리 대학교 자퇴를 하고 재수에 뛰어 들었다. 단단한 각오와 계획이 없으니 공부가 잘 될리 만무했다. 또 잘 안하던 공부를 하려고 하니 엉덩이가 간질간질했다.







지금 생각하건데 나의 재수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이것들이었다.


'자기절제력이 없었던 것, 혼자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스타일이 아님에도 혼자 공부하겠다고 낑낑되었던 것. 그러다 어믄 짓 하는 시간이 많아서 시간관리를 못한 점 등등...게으른 노력이 그 원인이었다.'


그리고 재수실패는 나에게 다음의 것들을 깨닫게 해주었다. 다음 언급되는 것들중에는 당연한 이야기들도 섞여 있다. 사람들은 그 당연한 것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고 산다. 나 역시 재수할 때 그랬다.



하나, 수능점수는 자업자득이다, 운과 꼼수는 기대안하는 게...


수능점수는 자신이 공부한만큼 자신에게 돌아온다. 수능은 벼락치기가 쉽게 통하지 않는다. 좋은 점수를 내는 친구들을 보면 열이면 아홉 열심히 공부한 친구들이다. 오답노트를 꾸준히 만들어 자신의 공부내용을 점검하고, 규치적인 생활로 자기관리에 철저했던 친구들은 거의 모두 좋은 대학에 갔다. 고등학교때 같은 반 친구들을 볼 때, 평소에 열심히 공부하지 않은 친구들은 나와 같은 길을 가거나 수능에서 만족스러운 점수를 얻지 못했다. 잘만 외워도 점수따기가 비교적 쉬운 중간고사나 기말고사는 벼락치기가 통하지만, 응용문제가 많은 수능은 벼락치를 쉽게 할 수 없을 뿐더러 잘 통하지도 않았다.  수능점수는 대부분 정직했다. 좋은 점수는 자신이 공부한만큼 얻을 수 있었기에.




둘, 재수 할 때는 혼자 공부해도 되는 사람과 재수학원에 다녀야 하는 사람이 있더라. 대부분 후자쪽이 많더라.


대입재수 할 때의 학생들은 보통 3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1. '재수학원에 다니지 않고 집이나 도서관에서 혼자 공부하는 학생'

2. '재수학원에 다니면서 저녁에는 혼자 공부하는 학생'으로 말이다.(저녁에 공부할 지는 미지수지만 ㅋㅋ

3. 혼자 공부하든, 재수학원에 다니든 어쨌든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으면서 재수하는 학생


1번 유형의 함정은 자신을 통제해 줄 장치가 없어 그 시간에 게임, 컴퓨터, TV시청 등 어믄 짓을 할 확률이 높고, 도서관 간다고 부모님께 거짓말하고 놀 수 있다는 점이다. 2번 유형의 함정은 재수학원에 다니면서도 수업시간에 열심히 하지 않고 돈만 축낼 수 있다는 점이다. 모두 열심히 공부한다는 가정을 하고 보면 1번 유형이나 2번 유형이나 모두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확률은 높다. 공부는 자기하기 나름이니깐 말이다. 3번 유형은 그저 안타까운 유형이다.


1번 유형의 학생이 좋은 결과를 내려면, 평소에 혼자 공부해도 시간관리를 철저히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중고등학교 학창시절을 보낸 분들은 아시겠지만 앉아서 혼자 공부한다는 것은 참 쉬운 일이 아니다. 의자에 초강력 접착제를 발라 놓거나 공부에 큰 재미를 느끼지 않고서는 말이다.1번 유형처럼 혼자 공부해서 재수에 성공하는 친구들이 가뭄에 콩나듯이 있기는 하지만 많지는 않다.


2번 유형의 학생이 좋은 결과를 내려면, 수업시간에 집중하고 예습과 복습을 철저히 해야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재수학원에 다닌다고 해서 재수학원이 숟가락으로 좋은 점수를 떠 먹여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하루중 7시간 이상되는 시간을 학원수업 시스템을 통해 통제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학원다니는 것은 실보다 득이 많다.


나는 안타깝게도 3번 유형에 속했다. 당연히 실패 할 수 밖에 없었다. 당시 이과계열이 아닌 문과계열로 수능을 보고 대학진학을 하자는 안일한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재수학원 갈 엄두는 못냈고, 공부를 혼자 해보겠다고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고등학교때 어믄 짓 하던 습관을 버리지 못했거니와, 나 자신은 결코 혼자 공부해도 되는 유형이 아니었다. 


자신이 만약 혼자 공부할 수 있는 독종 스타일이 아니라면, 차라리 재수학원의 수업시스템을 통해 통제 받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이다.  재수실패를 겪고 나서 깊이 느낀 것이다. 혼자 공부해서 재수에서 성공했더라면 이런 글을 쓰지 못했을 것이다. 




셋, 원래 공부안하던 학생이 재수해서 성공하려면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 당연한 이야기만 실천하기는 어려운...


재수를 시작하면 재수성공담을 한번씩 살펴 보게 된다. 읽어보면 알겠지만 재수성공을 한 학생들을 보면 모두 치열하게 공부한 친구들이다. 나 자신이 부끄러울 정도다. 재수성공담에는 지난 수능에서 괜찮은 수능점수가 나왔음에도 의대진학과 같은 더 높은 목표를 위해 재수를 했던 학생들의 이야기가 많았다. 점수가 하위권이었다가 1년 동안 재수해서 점수가 상위권까지 재수 수기는 가뭄에 콩나듯했다. 그만큼 수능공부란 절대 쉬운 상대가 아니다.


특히 고등학교 시절 공부를 잘 안했던 학생들이 1년동안 재수해서 성공하려면 피나는 노력이 필요하다. 공부하는 습관을 잡는 것에서부터 공부에 재미를 느끼고, 꾸준히 공부를 해나가는 과정이 생각만큼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루중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시간을 못 견뎌하면 1년 재수는 말짱 도루묵이 된다. 열심히 해야지 해야지 하다가 작심삼일로 끝나고 1년의 시간은 훌쩍 지나가 버리니 말이다.


나의 경우는 원래 공부를 안하던 학생유형이었다. 고등학교시절 책상앞에 앉으면 집중력도 떨어졌고, 꾸준히 계속 공부하는 것이 어려웠다. 재밌는 책을 읽을 때는 예외였지만 말이다. 더군다나 재수할 때 통제를 할 수 있는 장치가 없었기때문에 하루중 공부를 하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다. 마음은 '공부해야되는데...'라고 외치는데, 몸은 그러질 못했다. 그러다 덜컥 수능을 보았고, 결과는 대참패였다.



넷, 무조건적인 긍정적인 생각보다는 계획과 목표 그리고 노력이 있는 긍정적인 생각이 필요한 시기


재수를 하면서 '나도 그들처럼 재수에 성공할 수 있을거야'하고 가볍게 생각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막상 재수를 해보니 그것이 쉽지 않음을 깨달았다. 계획과 목표를 세우고 열심히 공부하지 않는한 소위 말하는 명문대에 진학하기는 하늘의 별따기였다. 물론 부정적인 생각보다는 긍정적인 생각이 낫겠지만, 계획과 목표가 있는 긍정적인 생각이 아니면 재수는 희망고문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걸 깨달았다. 재수의 기간을 희망고문이 아닌 진짜 희망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할지 곰곰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다섯, 고등학교때 공부 열심히 해서 제 때에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낫다. 굳이 재수, 삼수까지 하면서 인생의 뼈 아픈 교훈을 배울 필요가 있을까싶다. 크크크. 





마무리하는 말...


지금까지 재수하면서 느꼈던 것들에 대해 이야기해보았다. 공부에 대한 안일한 태도와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기 때문에 재수성공담을 들려주지 못해 무척이나 아쉽다. 다른 이들처럼 재수성공담을 쓰고싶었지만 그러지 못해 유감이다. 


시간이 많이 흐르고 보니 이런 재수실패와 삼수의 과정이 결국은 내 인생의 방향을 괜찮은 쪽으로 틀게 했음을 느낀다. 그 당시에는 나 자신이 바보스럽고 원망스러웠으나 그런 실패가 더 나은 길을 가기위한 진통이었음을 지금에서야 깨닫는다. 냉정하게 말하면 그렇다고 내 삶이 크게 나아진 것은 아니고, 그냥 아주 조금~ 나아졌을 뿐이다. 당시 공부를 더 열심히 했더라면 더 나은 미래가 펼쳐졌을지도 모른다. 이미 지나간 일이니 후회해도 소용없지만.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냥 고등학교 때 남들 열심히 공부할 때 자기도 열심히 해서 제 때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게 낫다.


주저리 주저리 말이 많았다.

수많은 재수생들이 훗날 다음 들국화의 노래 가사중 하나처럼

'하지만 후회는 없지..울며 웃던 모든 꿈 그것만이 내 세상..'라고 외칠 수 있기를 바래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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