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글은 어찌어찌하다가 수능을 세 번 보았던 내 청춘의 이야기다. 성공담이라기보다는 실패담 혹은 에피소드에 가깝다.
재수와 삼수시절은 지나고 나니 별 것 아니었다. 남들보다 좀 늦었다고 인생이 파탄난 것 도 아니었고, 수능점수가 좀 못나왔다고 해서 훗날 인생의 패배자가 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당시에는 하루 하루 무척이나 마음을 졸였던 기억이 난다. 스무살의 심장과 경험치로 감당하기에는 꽤 괴로운 시간들이었다. 수능점수와 대학입시결과에 스무살의 거의 모든 것이 혹은 앞으로의 모든 것이 무너질 수도 있다고 느꼈었다. 첫 단추를 잘 못 끼웠으니 이러다 인생꼬이는거 아닌가하는 괜한 걱정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무척 외로웠다.
최근 인터넷에 올라오는 글중에 재수실패를 했다는 이야기가 많이 보인다. 읽어보면 공감도 되고 오래 전 재수와 삼수시절 기억이 절로 나기도 한다. 2013 수능이 끝나고 홀로 숨죽여 운 학생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다 우울속을 헤매다가 자신감을 상실하고 열등감까지 느끼는 수순을 밟기도 할 것이다. 삼수를 결심했더라도 마음을 다잡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미 자책감과 부모님을 향한 죄책감에 몸부림치고 있을 것이기에.
스무살이 되면 어른이 되었다고 말하지만 아직 어린 나이다. 아마 수능시험에서의 실패를 인생의 가장 큰 첫 실패라고 여길 수도 있다. 인생을 길게 볼 때는 그 실패도 하나의 과정일 테지만, 당사자에게는 그저 실패로 느껴질만큼 괴로운 시간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시간들을 극복하는 방법은 스스로 강해지는 수밖에 없다. 주변의 위로도 큰 힘이 되겠지만 스스로에게 힘을 북돋아 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쉽지 않음을 나도 안다. 나도 쉽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언젠가는 극복해야 한다. 재수를 하고나서 다른 친구들보다 시간과 비용을 손해 봤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재수를 했다고해서 다른 친구들보다 손해본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재수'라는 시간은 더 나은 인생을 위한 진통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살면서 그런 진통을 겪게 된다. 재수를 하게 된 학생들은 그 순간이 친구들보다 훨씬 빨리 왔을 뿐이다. 진통의 순간이 더욱 빨리 왔음을 오히려 기뻐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마음을 추수르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나도 안다. 주변에서 어떤 좋은 말로 나를 위로해 주건 내 감정은 들쑥날쑥이었으니깐 말이다. 또 우리는 누구나 실패와 좌절의 순간에 비교병에 걸린다. '나는 왜 저 친구보다 못할까, 친구들은 지금 좋은 대학에 다니고 있는데 나는...' 등등. 끊임없이 남과 나 자신을 비교한다. 수능점수가 발표나면 친구의 점수와 나의 점수를 비교하고, 대학교에 가면 친구의 성적과 나의 성적을 비교하고, 친구가 간 대학과 나의 대학을 비교한다. 내가 비교하지 않더라도 남들이 나를 남과 비교할 때도 있다.
지나고 나면 남과의 비교가 쓸데 없는 일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남과 비교할 것이 아니라,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비교하는게 더 나으니깐 말이다. 어제의 재수실패를 인정하고, 오늘의 나를 추스리고, 내일의 멋진 나를 위해 지금 이 순간 다시 열심히 시작하는 게 더 낫다. 계속 우울해하고 열등감과 죄책감속에 머물러 있을 수록 그 때부터는 진짜 손해라는 것을 알면 우울에 빠져 있을 시간이 무척 아까울 것이다.
이렇게 글로 적어도 막상 닥치면 그게 쉽지 않다. 그래도 다시 추스리고 일어서는 수밖에 없다. 이 글을 읽는다고 해서 수능보고 우울했던 마음이 가시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나는 믿는다. 누구든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고, 어느 순간엔 실패와 좌절의 순간을 극복하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될 것이라고. 좌절 극복의 힘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초능력이니깐 말이다. 그 초능력은 특히 청춘들이 많이 가지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다.
"'재수후 대학입시에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한 것'에 '실패'라는 표현을 쓰기는 정말 아직 이르다. 인생 전체를 놓고 볼 때, '실패'가 아닌 더 나은 삶을 위한 '소중한 과정'이었다고 생각해 보라. 그러면 조금은 마음이 나아질 것이다. 그리고 재수의 시간에 자신이 목표를 이루기위해 최선을 다했는지 자문해보라. 결과가 어찌 되었건 최선을 다했다면 자신에게 박수를 쳐주고, 최선을 다하지 못했더라도 다시 툭툭 털고 일어나라. 그 정도의 실패와 좌절로 쓰러질 여러분도 아니고, 그 정도의 실패와 좌절로 쓰러질 청춘이 아니다. 6년의 교실감옥을 견뎌낸 여러분은 생각보다 무척 강하다."
직접 겪어보니 그렇다. 이렇게 생각하기까지 나는 비록 4년의 시간이 걸렸지만 여러분들은 빠르면 빠를 수록 좋다. 이렇게 생각을 바꾸면 행동이 변하고, 행동을 바꾸면 인생이 변할 수 있기에.
조금도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것이
인생에서 가장 위험한 일일 것이라 믿어요.
- 오프라윈프리-
장애물 때문에 반드시 멈출 필요는 없어요.
벽에 부딪힌다면 돌아서서 포기하지 말아요.
어떻게 벽에 오를지,
뚫고 갈 수 있을지,
돌아갈 순 없는지 생각해봐요.
- 마이클 조던 -
절망하지 마라. 종종 열쇠 꾸러미의 마지막 열쇠가 자물쇠를 연다.
- 체스터필드 -
인생의 가장 견디기 힘든 시기는 나쁜 날씨가 계속될 때가 아니라
구름 한 점 없는 날들이 계속 될 때이다.
- 힐티 -
넘어지면 무언가를 주워라
- 오스왈드 시어도어 에이버리 -
.
'대학시절이야기&노하우 > 수능의추억'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입삼수이야기(1)- 삼수생이 재수학원에 간 첫 느낌 (840) | 2013.01.23 |
---|---|
대입재수이야기(12) - 재수시절과 故 김광석의 말들 그리고 청춘 (8) | 2012.11.27 |
대입재수이야기(10) - 재수실패후 깨달은 것들 (11) | 2012.11.23 |
대입재수이야기(9) - 어머니의 눈물과 아버지의 포옹 (7) | 2012.11.21 |
대입재수이야기(8) - 대학정시 모두 낙방후 서럽게 울다 (10) | 2012.11.2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