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모임 산책 이야기

[대전독서모임]독서모임의 좋은 점은?

by 이야기캐는광부 2015. 5. 22.
반응형

독서모임의 좋은 점은 책을 편식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책편식을 하는 편이다. 좋아하는 분야가 생기면 그 분야와 관련된 책들만 읽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서모임을 하게 되면서부터 다른 사람의 독서취향에 관심을 가졌다.


자연스레 저 사람이 읽고 있는 책이 궁금해졌고, 결국 인터넷서점에서 그 책을 사보기도 했다.


시, 과학, 교양, 인문학 등.


다채로운 책들을 함께 읽었다.


지금까지 독서모임을 통해 읽은 책은 36권.


그만큼 밑줄 그은 문장들도 다양하다.


1. '시가 내게로 왔다'를 주제로 연 모임에서 함민복 시인의 독특한 시를 발견했다. 사물에 대한 예민한 관찰력이 돋보이는 시다. 참 부러운 시인의 표현력.


줄자


줄자는 감겨 제 몸을 재고 있다

자신을 확신해야 무엇을 계측할 수 있다는 듯

얇은 몸 규칙적인 무늬

줄자의 중심엔 끝이 감겨 있다

줄자는 끝을 태아처럼 품고 있다


수도자의 뇌를 스르륵 당겨본다


2. 이순신의 '난중일기'를 읽으면서 이순신이라는 인물에 대해 호기심이 생겼다. 아들의 죽음 소식을 들은 아버지 이순신의 내면이 느껴지는 문장을 옮겨본다. 가슴이 아프다.


저녁에 어떤 사람이 천안에서 와서 집안 편지를 전하는데, 봉함을 뜯기도 전에 뼈와 살이 먼저 떨리고 마음이 조급하고 어지러웠다. 대충 겉봉을 펴서 열이 쓴 글씨를 보니, 겉면에 '통곡' 두 글자가 씌어 있어서 면이 전사했음을 알고 나도 모르게 간담이 떨어져 목놓아 통곡하였다. 하늘이 어찌 이다지도 인자하지 못하신고, 간담이 타고 찢어지는 듯하다. 내가 죽고 네가 사는 것이 이치에 마땅하거늘, 네가 죽고 내가 살았으니, 이런 어긋난 이치가 어디 있겠는가. 천지가 캄캄하고 해조차도 빛이 변했구나. 슬프다. 내 아들아! 나를 버리고 어디로 갔느냐. 영특한 기질이 남달라서 하늘이 이 세상에 머물러 두지 않는 것이냐. 내가 지은 죄 때문에 화가 네 몸에 미친 것이냐. 이제 내가 세상에 살아 있은들 누구에게 의지할 것인가. 너를 따라 죽어 지하에서 함께 지내고 함께 울고 싶건만, 네 형, 네 누이, 네 어미가 의지할 곳이 없어 아직은 참고 연명한다마는 내 마음은 죽고 형상만 남은 채 부르짖어 통곡할 따름이다. 하룻밤 지내기가 한 해를 지내는 것 같구나. 이날 밤 이경에 비가 내렸다.

- 정유년 1597년 10월 14일 - 


3. 알랭드 보통의 인생학교 섹스편 - 책 제목은 물론 '섹스'라는 단어가 주는 야릇한 상상에 이끌리게 되는 책이었다. 은근히 기대했던 야한 사진은 책에 나오지 않는다. 저자는 성욕에 대해 이런 생각을 밝힌다.


성욕이란 게 없었다면 우리는 훨씬 더 행복했을지 모른다. 살아가는 동안 거의 평생을 성욕 때문에 골치를 썩고 괴로워해야하니깐 말이다.-225쪽-


4. 박범신의 '소금'. 박범신 작가님을 가까이에서 뵌 일이 있다. 눈이 참 깊다는 생각을 했다. 세상을 웅숭깊게 들여다보는 듯한 눈빛. 작가는 '아버지'라는 존재를 어떻게 들여다봤을까?

아버지와 병원은 당연히 어울리지 않았으니까. 왜냐고 물으면 그녀들은 이구동성 대답했을것이었다.

아버지는 환자가 될 수 있는 권리가 없다, 라고 그녀들은 무의식적으로 생각했다. 아픈 아버지를 본 일도 없었다. 심지어 결근 한 번 한 적이 없는 게 아버지였다. 그랬던 아버지가 죽을지도 모르는 치명적인 병에 걸렸다는 사실은 어머니뿐만 아니라 그녀들에게도 큰 충격을 주었다.-47~48쪽-


오늘은 여기까지. 시간 될 때 계속 붙여 나갈 것이다.

 

 

5. 서민 교수의 '기생충 열전'- 서민 교수의 책을 읽으며 기생충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물론 그들이 징그럽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지만, 그들 나름대로 삶을 영위하는 이유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직접 물어본 적은 없지만, 기생충의 목적은 오직 자손의 번식인 듯하다. 기생충으로 사는 건 사실 힘든 일이다. 사람 몸에 사는 회충을 예로 들어보자. 깜깜한데다 끈적끈적한 점막으로 덮인 사람의 창자는 심지어 회충에게도 그리 좋은 환경은 아니다. 게다가 기생을 하는지라 음식을 골라먹을 수가 없다. 그 회충이 고기를 좋아한다 해도 채식주의자의 몸 안에 있다면 고기를 먹을 도리가 없다. 회충은 오직 알 상태로만 사람에게 감염될 수 있어 중간에 육식을 많이 하는 사람에게 옮겨갈 방법은 없다. 게다가 숙주가 술을 마신다면 회충도 같이 취해야 하고, 숙주가 단식원에 들어가면 같이 쫄쫄 굶어야 한다."- 몇 쪽인지 잘 모르겠다-



▲라푸마둔산점 2층 산책여행문화센터에서 독서모임중. 말랐을 때의 모습이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