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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마구 무너진다. 당신, 이란 말이 왜 이리 슬플까.
함께 견뎌온 삶의 물집들이 세월과 함께 쌓이고 쌓여 만들어진 눈물겨운 낱말이다.
그늘과 양지, 한숨과 정염, 미움과 감미가 더께로 얹혀 곰삭으면 그렇다, 그것이 당신일 것이다."
-소설 '당신' 267쪽-
작가 박범신의 신작소설 '당신'에 나오는 문장이다.
내 인생에서 가장 눈물겨운 낱말은 '통닭'이다.
통닭을 먹으며 목이 메어온 적이 있다. 20여년 동안 통닭가게를 운영하던 어머니. 뜨거운 기름에 수백번 데였을 어머니의 손등. 조그마한 닭장에 갇혀 닭처럼 두 발로 서서 쉼없이 일하신 어머니. 여느때처럼 어머니가 튀겨준 통닭을 맛있게 먹고있는데..어머니와 눈이 마주쳤다. 애잔한 눈빛. 삶의 그늘이 드리워진 눈. 마주치는 순간. 닭다리, 그 부드러운 살을 목구멍으로 넘기는데 울컥했다. 눈물이 덩어리째 목에 걸린듯한 느낌. 가시가 돋아나와 가슴을 쿡 찔렀다.
그 슬픔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무엇이 그토록 가슴을 헤집었을까.
가슴이 마구 무너졌다. 통닭, 이란 말이 나는 왜 이리 슬플까.
작가 박범신의 소설 '당신'을 읽으며 이 새벽. 갑자기 통닭 생각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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