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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노트

책 <종이책 읽기를 권함> 밑줄 그은 문장들

by 이야기캐는광부 2016. 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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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읽기를 권함




눈 내리는 겨울 밤.  남몰래 그리운 누군가의 이름을 적고 싶다. 커피 한잔을 마시며 종이책을 한 장 한 장 넘긴다. 시간도 그렇게 흐른다.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듯이.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느리게. 접어 놓고, 낙서하고, 침을 발라놓고. 연필로 밑줄 긋고, 생각을 달아놓고. 독서는 종이책을 긴 호흡으로 애무하는 일. 



"그까짓 영화 안 만들면 어때"라고 말한 사람은 전 생애를 영화에 바친 알프레드 히치콕이었다. 독서도 마찬가지다. 그까짓 책 안 읽으면 어때. 독서인이 모두 곧 교양인이요, 인격자라고 생각하는 것은 사실은 환상이다. 수천 권의 책을 읽은 사람이 굉장히 권위주의자라든지 사기꾼인 경우도 얼마든지 있다. 독서가 곧 교양과 인격의 척도라는 교조주의로부터 자신을 해방하는 일이야말로 즐거운 독서, 책과의 평등한 사귐의 시작일 것이다.

- 26쪽 -


읽지 않을 권리, 건너뛰어서 읽을 권리, 끝까지 읽지 않을 권리, 연거푸 읽을 권리, 손에 집히는 대로 읽을 권리, 작중 인물과 자신을 혼동할 권리, 읽는 장소에 구애받지 않을 권리, 여기저기 부분적으로 읽을 권리, 소리 내어 읽을 권리, 읽고 나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권리.(요약)- 28쪽-29쪽-


재미있는 그림책이나 좋은 만화 또는 무협지 한 권이 인생의 지침이 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가장 좋은 독서지도는 도서관이든 서점이든 책이 많은 곳에 데려가서 아이를 방치하는 일이다. 부모들은 자기 책을 읽으면서 가끔 아이가 있는 곳을 쳐다보면 된다.

- 32쪽 -


책 읽기보다 중요한 일은 얼마든지 있다. 강아지와 함께 산보하는 일, 가족들과 바닷가에서 연을 날리는 일, 할아버지 할머니를 만나러 가는 일. 이런 일이 있으면 책 읽기를 그만두고 그 일을 하게 하자. 우리는 책 읽기 위해서 인생을 사는 것이 아니다. 인생을 살기 위해서 책을 읽는 것이다. 그것을 혼동하면 안된다.

- 36쪽 -


책속에서 우리는 시인이 되고, 탐정이 되고, 악당이 되고, 그리고 때로 동물과 식물이 된다. 책 속에서 우리는 다른 사람의 행복과 불행, 연애와 실연, 성공과 실패를 경험하게 된다. 그러므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책을 천 권 읽은 사람은 적어도 천 번의 인생을 살게 되는 것이다.

- 52쪽 -


사람은 스스로 책을 고르고, 책장을 연다. 또 스스로 활자를 따라 눈동자를 굴리고, 때로 앞장으로 되돌아가려고 손가락을 움직인다. 또는 읽다가 팍 덮어버리거나 휙 던져버린다. 이 모두 사람이 스스로 하는 일이다. 따라서 텔레비전을 보거나 휴대전화로 통화하는 일보다 귀찮고 힘이 드는 일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그래서 그만큼 더 가치 있는 일이다. 책을 읽는 일은 사람이 스스로의 몸과 마음의 주인이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 61쪽 -


책 읽기를 통해 우리는 타자他者를 만난다. 내가 다른 사람의 삶을 살 수 있다는 것,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독서가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가장 특별한 혜택이다.

- 67쪽 -


책은 사람이 스스로 노력해서 만나야만 하는 매체다. 그러므로 책을 읽을 때 우리는 때때로 잠이 오거나, 고통스럽다. 그것은 한 자 한 자 읽어나가면서, 어려우면 쉬기도 하고, 의심이 나면 의문을 품기도 하는 등 책을 읽는 시간을 온전히 자기 스스로가 통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히려 그 어려움이야말로 책 읽기의 가장 큰 매력이고 다른 어떤 것에도 비할 수 없는 쾌락의 원천이다. 스스로의 힘과 의지로 한 권의 책을 휘어잡았을 때 느끼는 희열은 참으로 깊고도 크다. 그 순간 그 책뿐 아니라 스스로의 주인이 되었음을 느낀다. - 94쪽 -


대부분의 근대소설은 그렇게 세상에 공공연하게 이야기하기는 힘들지만, 바로 이것이야말로 인간의 참모습이다 싶은 것을 그리고 있다. 그것은 성대의 육성이 아니라 혼의 육성을 통해 작자의 내면에서 독자의 내면으로 전달되는 것이다. - 저자가 히라노 게이치로의 책<책을 읽는 방법> 인용한 부분, 104쪽 -


프루스트는 말했다. "자신이 읽은 책에는 그 책을 읽은 밤의 달빛이 섞여 있다."

- 134쪽


고전은 많은 사람의 가슴에 오래도록 큰 울림을 남긴 책이다. 사람들이 되풀이해서 읽고, 또 다른 사람들에게 권하고, 그 내용과 명성이 오랜 시간 전해지면서 비로소 전설이 된 책이 고전이다. 그러나 책 읽는 사람 각자에게 의미 있는 '고전'이 있을 뿐, 세상 모든 사람이 읽어야 할 '고전'은 없다. 저명한 학자나 권위자가 정한 고전 목록에 체크를 해가면서 한 권 한 권 억지로 읽는, 마치 방학 숙제와 같은 책 읽기에서 좀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 146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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