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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겨울, 눈 덮인 산하를 더듬어 나가노라면 왠지 잃어버린 가슴을 만나게 되는 것 같다. 잠시 세속의 삶에서 벗어나 자연으로 돌아올 때, 세월의 앙금과 문명의 이기가 역사의 수레를 멈추고 비워지는 은혜를 느끼기 때문이다. 더구나 눈 내린 대지의 장려함과 수려함, 그 하늘 위로 때늦은 철새가 길을 내어 산을 넘어오는 비행을 목도할 때는 넋을 빼앗기지 않을 수 없다.
-14쪽<다시 겨울 들녘에서> 일부-
도회지 자투리 땅이나 도로변에서도 잘 피어나는 개나리를 보면 마치 향수처럼 노오란 병아리의 봄나들이가 떠오른다.
봄볕이 어느곳엔들 소홀하랴.
보도 블록 틈새엔 민들레와 보랏빛 제비꽃이 앙증스레 얼굴을 내밀고 잠시 길을 멈추라 한다. 삶이 그리 바쁘고 각박해서야 되겠는가. 봄 마중이 발 밑이니 하늘을 잊은 자, 예서 봄을 느끼라고.
담장 너머엔 흰 나비떼의 목련. 한난제 흰 등불을 켜자 물 오른 참새 한마리 "푸드득" 봄빛을 사래 치며 솟아오른다.
-80쪽 <봄소식>-
화가 이호신의 <숲을 그리는 마음>을 읽으며 겨울과 봄을 만났다. 눈 덮힌 산하를 바라볼 때의 마음은 필히 저와 같으리라. 봄 소식을 전하는 꽃망울을 들여다 볼때 저런 풍경이리라. 책속에 담긴 수묵담채화도 훌륭한데, 글 맛도 좋다. 학고재의 책을 모으고 있는데, 예스러운 매화의 자태가 느껴지는 책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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