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퇴근후 양말을 세탁기에 벗어던지고, 더러운 방바닥을 응시하던 찰나. 눈에 들어온 하얀 표지의 시집. 허수경 시집<내 영혼은 오래되었으나>. 옛날이나 지금이나 시 한편을 읽어도 시어들의 의미를 잘 헤아리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문득 궁금한 시가 있다. 무슨 의미일까.
허수경 시인의 시 <미술관 앞에 노인들은>
식은 점심을 먹고 황동빛 손가락으로 담배를 만다 미술관 저 너머에는 지하땅굴이 있고 그 속에 차가운 짐승하나가 사람들을 지상으로 길어올린다 담뱃진 속에 끈적거리는 죽음은 갓 태어난 아가처럼 신선하고 외롭다 식은 점심을 먹고 노인들은 미술관 앞에 앉아 지난 세기의 광인을 관람하고 나오는 사람들을 물 흐르듯 바라본다 마치 지난 세기와 지금을 연결하는 흐름을 타고 있는 것처럼 노인들은 한적하고 지상으로 사람을 길어올리는 짐승은 노인들의 엉덩이 20미터 밑을 지나가고 있다
시를 읽은 후 의미를 찾으려 할 때면 왠지 정답이 있을 것 같다. 중고등학교 국어시간에 정답을 고르는 기계가 되어서 그런가. 시는 어렵지만 가슴으로 느끼는 대로 말할 수 있지 않은가.
반응형
'책노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7 독서노트(42)장그르니에의 <섬>, 여행은 왜 하는 것인가 (0) | 2017.07.30 |
---|---|
2017 독서노트(41)황교익<미각의 제국>, 김치찌개와 설렁탕 (0) | 2017.07.25 |
2017 독서노트(39)딴짓 프로젝트 (0) | 2017.06.06 |
2017 독서노트(38)눌변, 침묵에 대하여 (0) | 2017.06.06 |
2017 독서노트(37)82년생 김지영 106쪽 (0) | 2017.06.0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