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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노트

2017 독서노트(54)승효상의 건축여행, 오래된 것들은다 아름답다.

by 이야기캐는광부 2017. 10.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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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승효상의 철학적인 건축에세이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 책을 읽다보면 그의 생각들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책 제목은 박노해 시인의 시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에서 따왔단다.


그에게 영적 성숙을 이루게 하는 건축은 서울에 있는 '종묘'다. 


"종묘. 서울의 한복판 종로에 면해서 5만 6천여 평의 면적 위에 오늘날까지 그 기능을 잃지 않고 조선왕조의 신위들을 모시고 있는 이곳, 종묘는 일그러진 서울의 중심성을 회복하게 해주는 경건한 장소이며 우리의 전통적 공간개념인 '비움의 미학'을 극대화하고 있는 건축이다."

-23쪽-


대학 시절 종묘에 간 적이 있다. 하늘 아래 경건한 분위기. 어하늘의 높이 만큼이나 깊이있는 조선의 문화적 역량을 살펴볼 수 있다. 사람을 압도하기보다는 그 기운에 녹아들게 하는 영험함을 느꼈던 기억이 난다. 절로 마음이 차분해지고, 화려하진 않지만 '비어있음'으로 가득채우는 신묘함.


"제관이 제례를 올리기 위한 가운데 길의 표정은 우리를 피안의 세계로 이끄는 듯하며, 불규칙하지만 정돈된 바닥 돌판들은 마치 땅에 새긴 신의 지문처럼 보인다. 도무지 일상의 공간이 아니며 현대도시가 목표하는 기능적 건축이 아닌 것이다. 그래서 물신주의와는 반대의 편에 있으며 천민주의와는 담을 쌓고 있다. 바로 영혼의 공간이며 우리 자신을 영원히 질문하게 하는 본질적인 공간이다."

-26쪽-


승효상은 베를린에도 들렸다. 그는 베를린을 사유와 내적 성찰이 비로소 깊고 풍부하게 이루어지는 도시라고 묘사한다. 건축을 공부한 영화감독 빈 벤더스가 1987년에 만든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에 나오는 시 한편을 읊는다.



"아이가 아이였을 때 질문의 연속이었다.

왜 나는 나이고 네가 아닐까?

왜 난 여기에 있고 저기에는 없을까?

시간은 언제 시작되었고 우주의 끝은 어디일까?

태양아래 살고 있는 것이 내가 보고 듣는 모든 것이

모였다 흩어지는 구름조각은 아닐까?"

-78쪽-


건축가의 수도록을 읽으며 나도 어렸을 때 던졌던 질문을 다른 이도 던지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답은 없지만 끊임없는 물음을 지닌채 살아가는 사람들. '삶'이 건축이라면 어떤 것을 채우고 또 어떤 것을 비워내야 할까. 또 어떤 것을 세우고, 어떤 것을 포기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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