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중의 책<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에 눈길이 가는 시기다. 직장생활 5년 차에 가까워지고 있다. 톱니바퀴처럼, 나사못처럼 끼어있는 내 모습을 본다. 잘 끼어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일을 잘하고 못하고의 평가. 물밑에서 이뤄지는 평가 사이를 헤엄치며, 내 오리발은 빠르게 공기를 휘젓는다. 일이란 무엇일까. 사회로 들어가는 입장권. 나다움을 표현하는 것. 김상중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일이란 사회의 일원으로 이 세상에 존재하기 위한 입장권입니다. 이는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꼭 구해야 하며, 없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최소한 이 입장권만은 꼭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35쪽-
사람은 사회에서 자기 자리와 역할 이외에도 일을 통해 구하고자 하는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바로 '나다움'의 표현이 아닐까 합니다. 그러니까 사람은 먼저 사회에 내가 앉을 자리를 만들고자 합니다. 자리가 완성되면 이제는 거기에 있는 모두와 동일하지 않은 나, 자기만의 개성과 장점을 내세우기 시작합니다. 사회로 들어가는 '입장권'이자 '나다움'을 표현하는 것, 이 둘은 마치 세트처럼 사람이 일을 구하는 이유가 됩니다. 이것이 '인간에게 일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관한 두 번째 대답입니다.
-40쪽-
원래 인간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있는 그대로의 타자도 인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자신을 있는 그대로의 타자에게서 인정받아야 합니다.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통해 성립되는 사회로 본래 그러해야 합니다. 있는 그대로 존재하면서 동시에 상호 자유롭게 개방되어야 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위축되었던 창조성의 문 또한 열릴 것이다.
-63쪽-
나다움을 표현해주는 일을 하는 일. 쉽지 않다. 직장안에서 '나'를 잃어버리기도 하니까. 흘러가기보다는 시간에, 세월에 휩쓸려 가기 시작하니깐. 직장에서 인정받는 일. 쉽지 않다. 직장안에서 나는 자동차의 엔진이 아닌, 창문을 여는 버튼. 아니 오른쪽 깜빡이. 그것도 아닌 손잡이. 그것도 아닌 차 시트위에 떨어진 머리카락. 그 옆 작은 비스킷 조각? 아니면 자동차 엔진을 구성하는 작은 부품?
다른 직딩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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