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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산의 산문집<밤이 선생이다>. 이 책을 조금만 읽다가 덮어두었거나, 다시 읽는 것을 까먹은 모양이다. 내가 연필로 밑줄 그어놓은 부분. 무릎을 탁 치게 되는 에피소드다. 그렇지. 그래 그렇지. 독백하면서.
어머니가 전자오락에 빠져 있는 아들을 앞에 앉히고 타이른다. 오락의 폐해를 조목조목 늘어놓고 나서 아이를 설득하는 말이 그럴듯하다. "공부보다 더 재미있는 오락은 없다. 너는 갈수록 규칙이 복잡하고 쉽게 끝나지 않는 오락을 찾는데, 공부가 그렇지 않냐? 갈수록 수준이 높아지고 평생을 해도 끝나지 않고." 다소곳이 듣던 아이가 대답한다. "저도 그건 알아요. 그러나 다른 점도 있어요. 오락은 이기건 지건 판이 끝나면 다시 시작할 수 있지만, 공부는 그럴 수 없으니 아득해요." 대단한 말이다. 아이는 오락과 공부의 차이를 따지면서, 현실의 삶과 가상세계가 어떻게 다르고, 도박과 노동이 어디서 갈리는지를 꿰뚫어 본 것이다. 유희와 노름은 늘 출발점에서 다시 시작하지만, 삶과 노동은 이미 이루어 놓은 결과에 줄곧 얽매여야 한다.
-16쪽-
공부에 다 때가 있다는 말이 떠오른다. 목욕탕에 가면 생각한다. 이놈의 때. 이놈의 때. 물을 틀어 나의 '때(순간, 시간)'를 흘려보내고 있다. 매일 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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