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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위당 장일순을 처음 알게 된 건 돌아가신 지 10여년이 지난 뒤의 일로 우연한 기회에 읽게 된 책 <좁쌀 한 알 장일순>을 통해서였다. 거기에 실린 글에서 무위당은 군고구마 장수의 큰 기술에 대해 말한 적이 있다.
추운 겨울날 저잣거리에서
군고구마를 파는 사람이 써 붙인
서툴지만 정성이 가득한
'군고구마'라는 글씨를 보게 되잖아.
그게 진짜야.
그 절박함에 비하면
내 글씨는 장난이지.
못 미쳐.
이 글과 함께 앞쪽에는 '백교백성 불여일졸(百巧百成 不如一拙)'이라는 글이 함께 수록되어 있었다. '백가지 재주와 성공이 한 가지 졸렬함만 못하다()'라는 뜻인데, 노자 제45장의 '대성약결(大成若缺 큰 성취는 모자란 듯함)'과 '대교약졸(大巧若拙 큰 기술은 졸렬한 듯함)'을 하나로 엮어 만든 문장이다.
-전호근<한국철학사>809쪽-
장일순의 일화. '군고구마'라는 글씨에서 저처럼 말할 수 있는 이 누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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