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부터 빼야지 빼야지 했던 뱃살이 아직 그대로인걸 보니 가을은 가을인가보다.
그럼 그렇지, 올해도 목표한 바를 이루지 못하고 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엄습하는 걸보니 가을은 가을인가보다.
"그래 오늘부터 운동해서라도 남은 한해 뱃살을 빼야지" 올해안에는 결국 이루지 못할(?) 목표를 또 다시 정하는 걸 보니
가을은 가을인가보다.
갑자기 감성이 돋아 무언가 글을 쓰고 싶어 시작했지만 결국 몇 줄 적지 못하는 걸보니 가을은 가을인가보다.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지하철을 타고 집까지 걸어가는데 괜히 힘이 쭉 빠지고,
마음 속에 몇 가지 후회가 부스럭 거리는 걸 보니 가을은 가을인가보다.
올해 뭘 했던가 열심히 떠올려보지만, 과자 봉지를 뜯었을 때 그 몇 개 없는 과자를 바라 본듯한 느낌이 드는 걸보니
가을은 가을인가보다.
집 현관문을 열고 캄캄하고 텅빈 거실에 불을 밝혔을 때, 쌓아 둔 설거지가 눈에 들어올 때,
쌓인 낙엽이겠거니 애써 외면하는 걸 보니 가을은 가을이구나.
누가 언제부터 이 계절을 가을이라고 불렀는지 모르겠지만,
가을은 가을이구나.
한 숨을 내 쉬지만, 그 한 숨이 마음에서 빠져나가지 못하는 것처럼 답답한 걸보니
가을은 가을이구나.
불을 끄고 방바닥에 누웠을 때 천장이 높고 쓸쓸해보이는 걸보니
가을은 가을이구나.
나뭇가지에서 떨어져 바닥에 쌓인 나뭇잎을 밟기가 조심스러워지는 건, 어느 순간 그게 자동차 엑셀레이터처럼 느꼈기때문이다.
밟는 순간, 세월은 급하게 달려가버린다.
이런 저런 생각이 드는 걸보니 가을은 가을인가보다.
결국 멋드러진 글을 쓰지는 못하고 잡생각을 늘어놓게 되는 걸 보니 가을은 가을이구나.
이러다 겨울이 오겠지.
아니 내가 겨울에게 가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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