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나는 영화』는 192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90여 년간의 할리우드 영화를 아우르는 영화 비평서로,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가 되고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도 영화 평론서의 스테디셀러가 된 『김성곤 교수의 영화 에세이』에 새로운 내용을 담아 출간한 개정증보판이다.
-YES24 책 설명-
이 책을 읽고나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영화평론가가 이래서 필요하구나.' 내가 그저 재미로 봤거나, 스쳐지나갔던 영화들을 김성곤 영화평론가는 면밀하게 분석하며 핵심 메시지를 뽑아낸다. 영화 안에 숨겨진 주제의식과 사회비판 메시지를 읽어낸다.
현대 가정의 위기, 소수인종과 여성의 이미지, 제국주의, 자신과의 싸움, 사회비판, 선과 악의 경계 해체 등 다양한 주제에 걸쳐 영화를 분석한다.
가장 인상적이 었던 부분은 영화 '드라큘라'에 대한 평론이다. 단순히 흡혈귀가 나오는 상업영화로 생각했던 영화가 이렇게 사회상을 반영하고 있다니!
"드라큘라는 19세기 서구 기독교와 이단의 대립문제를 은유적으로 다루는 작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드라큘라는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 스스로를 위치함으로써 기독교에서 주장하는 부활과 영혼 불멸설을 전적으로 모독하고 있다. 그는 또 "피는 곧 생명이니 피를 먹지 말라."고 기록한 구약성서의 계율도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기독교는 이단을 규정하는 가장 핵심적인 특징으로 피를 마시는 의식을 들고 있다. 그렇다면 드라큘라의 흡혈은 곧 기독교의 교리에 위배되는 이단적인 행위가 된다. 기독교는 이와 같은 이단을 참지 못한다. 이단은 즉시 십자가의 힘으로 처단해야만 된다. 그것이 곧 기독교의 속성이다. 그러나 자신과 다른 '타자'의 존재를 참지 못하는 기독교의 이와 같은 배타적 속성은 그동안 살육과 피를 부른 수많은 종교재판과 종교전쟁을 초래해왔다. 그런 의미에서 '드라큘라'는 기독교의 독선에 대한 제로를 제안하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드라큘라는 또 과학과 이성과 질서에 대한 현대의 과신에 대한 경고의 역할도 하고 있다. 이 영화에서 드라큘라는 반헬싱의 과학적, 이성적 추리를 비웃고 교묘하게 빠져나감으로써 과학과 이성만이 만능이 아님을 보여준다. 예컨대 드라큘라는 피와 살을 가진 살아있는 유기체가 아니다. 그는 문틈으로 새어 들어올 수도 있고, 가파른 절벽을 내려갈 수도 있으며, 박쥐나 늑대로 변신할 수도 있는 비유기체적 존재다. 그에게는 고정된 실체도 없고 그림자도 없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비과학적인 존재이며, 실재한다기보다는 다만 상상의 소산이자 환상의 이미지일 수도 있다."
-210쪽-
델마와 루이스가 탄 차가 절벽을 향해 달리다가 붕 떠 있는 장면에서 멈추는 엔딩장면만 생각나는 영화'델마와 루이스'. 이 영화에 대한 평론을 읽어보니 고전 명작영화를 다시 봐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델마와 루이스는 여행을 통해 그동안 자신들을 억압해 왔던 남성적 폭력에 저항하는 방법을 배운다. 남성적 폭력과 억압에 대한 그들의 조롱은 그들이 고속도로에서 만난 잘난 체하는 정복경찰을 경찰차의 트렁크에 감금함으로써 절정에 달한다. 조금 전까지도 해도 나치처럼 보이는 제복에 번쩍거리는 장신구를 달고 거드름을 피우던 경찰관이 델마가 쏜 총 소리에 놀라 울음을 터뜨리는 장면은 남성의 허세에 대한 두 여인의 조롱을 은유적으로 나타낸다.
-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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