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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절이야기&노하우/대학생활팁

대학교 4학년인 나를 기습폭격한 사촌여동생 취업소식

by 이야기캐는광부 2010. 8.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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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새벽에 00고시원 코딱지만한 제 방으로 어머니로부터 전화한통이 걸려 왔습니다. 밥은 잘 챙겨먹고는 있냐, 공부는 잘 하고 있냐 등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시다가 갑자기 이 말을 꺼내시더군요.

"000가 이번에 취업했다더라"

그 000는 바로 사촌 여동생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전화기에 한 숨을 푹푹 쉬셨습니다.
드디어 올 것이 왔습니다. 대학교 4학년인 제게 대한민국 어디에 있든 꼬박꼬박 배달되는 이 취업 압박감. 머릿속은 순식간에 짜장면 빈그릇이 됩니다.



뒷통수가 '띵~~~'했습니다.

과연 어머니께서 무슨 말을 이어서 하실련지 귀를 쫑긋 세웠습
니다. 뭐 안봐도 비디오지만 말이지요.
제 머릿속은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이 위기상황(?)을 해쳐나가위한 방법을 3초안에 찾아내야 했으니까요. 어머니 목소리가 경건하게 전화기를 타고 전해졌습니다.

"너는 어느쪽으로 공부하고 있냐?"
"열심히는 하고 있니?"

그러고는 다시 한 숨을 내쉬셨습니다. 그 한숨에는 우주 삼라만상의 번뇌가 담겨있지요. 부모님들의 유일한 낙은 자식 잘되는 것인데 자식이 어디 뜻대로 되던가요?
'이놈의 자식이 번듯하게 취업 잘해서 목에 힘좀주고 자랑질좀 해봐야 쓰겄는디, 요놈의 자식은 말을 안듣고 헛짓거리만 하고 있으니...어찌해야 할꼬 이눔을...'하고 수백번 가슴을 치셨을 겁니다.
그런데 자식이란 것이 이놈의 날씨보다 더 변덕스러운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야마로 예측불허지요.

그래도 어머니께 확신을 심어드려야 했기에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어머니 oo쪽으로 지원해보려고 공부하고 있습니다" .

그러면서 저는 제 자신에게 외칩니다. '공부는 무슨 ,,,허구언날 어믄 책이나 보고 앉았는디 ㅜㅜ' . 어찌 되었든 여기까지는 위기상황을 모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귓속 달팽이관으로 묵직한 대포가 하나 날라옵니다.

"기욱아, 1학기 학점 몇 나왔니?"

이때 침묵하고 있으면 안됩니다. 무슨 말이라도 해야지요.  말 안하고 있으면 어머니는 귀신같이 알아내십니다. 이놈의 자식이 '시험 망쳤구나' 하고 말이지요.

"예, 그냥 저냥 봤어요."

이렇게 밖에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정말 그냥저냥 봤으니까요. 잘봤으면 소수점까지 정확히 찍어서 말씀드릴테지만 그러지 못했습니다. 어머니는 다 아십니다. 이놈의 아들놈이 점수가 썩 좋지 않다는 것을요. 어머니에게 있어서 자식의 학점은 그 자식이 얼마나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지 아는 거의 유일한 수단입니다.그리고 어머니와 전화통화할 때는 절대 한 숨을 쉬면 안됩니다. 떳떳이(????) 대답해야지요.

어머니는 통화가 거의 끝나갈 무렵 말씀하십니다.

"열심히 해라, ..다 때가 있는거야'

여기까지는 으레 듣는 말이니 괜찮은데....다음 말씀이...

"요새 사는게 너무 힘들구나. 너한테까지 이런 말 해서 미안하다. 엄마도 이젠 힘에 부쳐"

그때부터 제 가슴이 무너집니다. 한 숨이 저도 모르게 새어 나옵니다. 그저 하루빨리 취업해서 부모님께 힘이 되어 드리고 싶은 데 말이지요. 부모님께서 항상 하셨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뜻대로 안되는게 인생이다.'

그러고보면 너무 죄송합니다. 뜻대로 안되는 게 하나 더있으니까요. 바로 자식이지요.
 인생도 자식도 뜻대로 안되니 부모님의 마음은 썩어 문드졌을 것 같습니다. 그 어느 하나만 뜻대로 안될 것이지 둘씩이나 그러니 말이죠.


게다가 이것도 뜻대로 안됩니다. 바로 '돈'이지요.


부모님은 인생, 자식, 돈 쓰리펀치에 넉다운이 되어 겨우 사각링을 붙잡고 계십니다.


대학교의 마지막 라운드에서 꼭 '취업' 그놈을 쓰러뜨려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기전에 민족의 대명절 추석을 무사히 넘기는게 우선이겠지요. 아시는 분들은 아실겁니다.
취업준비생들에겐 추석은 명절이 아닌 사하라사막임을....


이번 추석은 참 연휴가 길것 같습니다.
친척들의 질문공세를 견디기 위해 이번 추석연휴에는 제 아바타를 보내고 싶은 심정이랍니다. ㅜㅜ
어디 취업 준비생을 위한 아바타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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