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최초로 3차원을 느꼈던 순간은 언제일까요?
어머니 뱃속?
번쩍 들어올려 안아주셨을 아버지의 손길?
아니면 유리벽 너머로 신생아인 나를 보셨을 할머니 할아버지의 얼굴 주름?
나를 감싸던 조그만 이불?
나를 힘껐 어머니 뱃속으로부터 빼내던 모병원의 간호사 누나의 손길?
참 답을 알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최초로 입체를 눈으로 보게 된 순간은 언제일까요?
어머니의 얼굴이 처음 눈에 들어왔을 때?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아기들 장난감을 보고?
아니면 내게 열심히 물려주던 젖병의 모습?
이 또한 알 수 가 없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기억이 안나니 언제 처음 입체를 느끼고 보고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최초로 입체를 느낀 순간을 알고 있는 한 여자가 있습니다.
3차원의 기적>이라는 책 속 주인공 수전배리! 왜냐면 그녀는 3차원을 느낄 수 없는 입체맹을 지닌 채 수십년간 살아오다가 어느 순간 3차원을 느낄 수 있는 기적을 이루었기 때문이지요..그녀를 통해 누구나 쉽게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던 3차원이 어느 누군가에게는 그토록 바라보고 싶었던 세상이었음을 깊이 깨달았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수전배리는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었던 것일까요?
그녀는 어렸을 때 사시로 태어나 두 눈의 초점을 한곳에 맞출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사물을 바라볼 때, 그 사물이 두개로 보이거나 입체를 느끼지 못한 채 생활을 오래도록 해 왔던 것이죠. 사시인 사람들의 두 눈은 공간에서 같은 지점에 겨냥되지 않고, 왼쪽 눈과 오른 쪽 눈에 보이는 것의 차이가 너무 크다고 합니다.. 그래서 뇌가 두 개의 영상을 단일한 영상으로 결합하지 못하고, 입체를 느낄 수 없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그녀는 이대로 살다간 정말 이 세상의 입체적 깊이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하고 걱정했습니다. 3번의 수술을 하며 고쳐보려고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40여년을 살아오다가 2001년 한번의 운명적인 만남을 이룹니다. 훗날 그녀가 3차원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준 검안 시훈련치료사 테레사 루지에로 선생님을 만나게 된 것이죠. 루지에로는 그녀가 지닌 시각적인 면에서의 문제점을 찾고, 그녀가 입체적인 깊이를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썼습니다.
▲ 브록 끈의 사용법을 보여주고 있는 수잔배리
그 중에서 가장 결정적이었던 방법은 바로 브록의 끈이었습니다. 이것은 밝은 색의 구술 3개가 꿰어진 1.5미터 길이의 끈인데, 구슬의 위치를 조정하면서 두 눈의 초점을 한 곳에 맞추는 훈련을 할 수 있도록 만든 도구였죠. 수잔배리는 이 끈으로 오랜 시간 연습을 하게 되고, 그러던 어느 날 운전을 하려고 하는데 놀라운 경험을 하지요.
- p153 -
하지만 그녀가 그때 느낀 느낌은 아마도 일반인들이 3D영화 아바타를 보고 느꼈던 감동과 비슷하지 않았을까요? 환호와 탄성 그리고 놀라움으로 나비족과 아바타행성을 바라보았던 그 설레임과 감동과 말이지요. 또 제빵왕 김탁구에서 탁구가 가스폭발로 잠시 눈이 멀었다가, 어느 순간 다시 볼 수 있게 되었을 때의 느낌과 같지 않았을까요?
왜냐면 3차원 세상은, 오랜 세월 입체맹이었던 사람들에게는 끊임없는 노력과 좌절끝에야 겨우 볼 수 있거나 혹은 영영 볼 수 없을 세상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다행히도 수잔배리는 사시로 태어난 사람들은 평생에 걸쳐도 완치하지 못한다는 기존의 학설을 뒤짚으며 3차원을 볼 수 있었지만 말이지요. 전에는 이 세상을 입체적으로 바라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이토록 소중한지 몰랐습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아기들은 생후 4개월이 지나서야 세상을 입체적으로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우리들도 4개월동안은 이 세상을 평평하게 봐왔습니다. 그러다가 이 세상을 향해 손을 뻗치고, 어머니의 품을 느끼기 시작할 때, 그때가 바로 우리가 입체를 최초로 느꼈던 순간이 아닐까요? 비록 그때는 너무 어려서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요..아마도 처음 느꼈던 3차원 세상은 어머니 품이 주는 따스함이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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