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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노트

5분안에 사람의 마음을 헤짚는 책, 지식e 시즌 5

by 이야기캐는광부 2010. 8.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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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소 아이폰에 지식e채널 동영상을 저장하고 다니며 즐겨 보고 있다. 5분 남짓되는 짧은 시간동안 가슴을 헤집어 놓는 이상한 마력을 지닌 지식e채널. 이것의 다섯번째 시즌 책이 내 방 고시원으로 배달되었다. 요새 보고 싶은 책은 닥치는 대로 구입하고 있는지라, 사람의 희로애락에 관한 이야기가(이번 편은 '사람'이 주제다) 실려있다는 추천평에 냅다 질러버렸다. 요새 산다는게 만만치 않다는 걸 조금씩 절감하고 있는 턱에, 다른 이들은 어떤 가치관을 지니며 살고 있는지 알고 싶기도 했다.


단순히 방송내용을 요약하고 살을 조금 덧붙인 책인줄 알았는데, 막상 들여다보니 그렇지 않았다. 영상을 글로 표현한 내용과 그와 연관된 다양한 사람들에 관한 인터뷰들이 그물코처럼 잘 엮어 있어서 참 알차고 튼튼한 책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특히, 현장취재 영상을 가슴뛰게 보여주시는 파워 블로거 미디어 몽구님(http://mongu.net )의 인터뷰가 반가웠다. '스스로 언론이라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그가 한 대답은 언론인이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될만했다.

취재하고 느끼면서 끝까지 그 자리를 지킨다. 모든 것이 마무리될 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는다. 이것이 <미디어 몽구>가 기존 언론들과 기본적으로 차별되는 지점이다. 기존 언론은 사전에 대충 계획해 와서 취재할 것만 하고 10분 만에 그냥 가버린다. 하지만 나는 상황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키면서 사람들과 대화하고 인터뷰한다. 그 행사나 시위 현장에서 내가 보고 느낀 것을 모두 담으려고 한다.
- 250p 미디어몽구님 인터뷰 中에서 -

그는 어떤 언론에도 소속되지 않은채, 단순히 1인 블로거로 취재를 다녀야 했기에 어려움도 많았다고 한다. 그때문에 현장에서 쫓겨난 적도 있다고 한다. 그래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꾸준히 현장을 발로 뛰어다니며 영상을 찍어 블로그에 올렸다. 결국 그때의 고난과 역경이, 이슈만을 쫓아다니는 언론인들이 절대 만날 수 없는 현장과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는 미디어몽구라는 블로그를 탄생시킨 것이다.


평소 언론인의 꿈을 꿔왔던 나이기에 미디어몽구님 인터뷰편이 무척이나 와닿았다. <지식e 시즌 5>를 읽다보면 이런 속깊은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그리고 뮤지선 신해철의 인터뷰에 담긴 우리나라 공교육에 대한 쓴소리가 강렬했다. 그는 학교를 다니면서 학교선생님들로부터 단 한번도 감동을 느껴본 적이 없다고 한다.


단 감동을 느꼈던 것은 오히려 과외선생에게서였다고 한다. 왜 그랬을까? 그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렇다. 조금 길어도 12년동안 책상머리에서 지겨운 학창시절을 보냈다면 공감할 이야기이기에 여기 옮겨본다.

학교 선생에게 나는 단 한번도 감동을 느껴본 적이 없다. 내가 감동을 느꼈던 것은 괴외선생에게서였다. 내가 집에서 하도 공부를 안 하니까 집에서 불법과외를 딱 한 달 시킨 적이 있다. 나는 과외선생에게 학교선생에게는 할 수 없었던 질문을 퍼부었다.

"지수와 로그는 왜 배웁니까?"

학교에서 했다가는 수업시간에 끌려나가 얻어터지기 십상인 질문이었다. 하지만 이것이 얼마나 정당한 질문인가, 학문의 목적과 배우는 이유를 알고 싶다는 것이 맞을 일인가. 다이 서울대 수학과에 다니던 과외 선생이 대답해줬다.

"야, 우리가 원시인일 때는 숫자를 하나 둘, 많다 적다 이렇게만 다루면 되잖아. 3이면 다 해결되는 거잖아. 하지만 하늘을 올려다 보면 별의 숫자를 다루어야 하고 상상너머의 수많은 숫자들을 다루어야 할 필요가 생기잖아. 그러니까 숫자들을 좀더 세밀하게 통제할 필요가 있었던 거지.."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 p268 신해철의 인터뷰 中에서 -



참 신해철이 만났던 그 과외선생님을 나또한 만나봤었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또한 내게 감동을 준 선생님을 만나지 못한 불운한 학생이기때문이다. 갑자기 고등학교 2학년때 국어선생님에게 소심한 반항을 했던 개인적인 사건이 생각났다. 

선생님은 수업시간에 나와 반 아이들에게 참고서를 참고하여 어떤 소설작품을 요약하라는 숙제를 내주셨다. 교과서나 참고서를 베끼면 금방 낼 수 있는 숙제였지만, 나는 속으로 이걸 왜하나 싶었다. 베끼는 거라면 굳이 나까지 할 필요 없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나말고 30여명의 같은 반 친구들이 똑같은 숙제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결국 선생님께 반학생중 유일하게 백지를 내버렸다. 그리고 혼이 났다. 나 나름대로는 하고싶은 말이 산더미 같았지만 꾹 참았다. 지금생각하면 소심했던 것 같다. 멋지게 큰 소리로 논리적으로 이유를 밝혀야 했을텐데 말이다. 어차피 혼나고 수업끝나고 남아서 어떻게든 마무리져야 할 숙제였지만 말이다. 그 이후로 그 선생님과의 관계는 어색해졌다. 그 날 이후로 머릿속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우리들은 책상머리에 고개를 쳐박고 똑같은 짓을 하고 있어야 되는가?'하고 말이다.
그때의 물음을 해결하지 못하고, 체제에 순응한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뤘다. 그리는 벌써 대학교 4학년이 되었다. 대학교 강의실안에서도 그 물음은 유효하다.

신해철씨의 인터뷰를 읽고 오히려 내 가슴이 뻥 뚫린 기분이었다.

....헉...벌써 알바가야 할 시간이다....ㅜ
<지식e 시즌 5>는 내 자신의 삶을 향해 어떤 물음을 던지고 고민해 볼 수 있는 책이었다라는 것을 느끼며 알바하러 떠나야 되는 긴박감(?)ㅜ으로 급하게 줄인다.

내 마음을 흔든 책속 구절 사진찍기.



알바를 다녀왔다. 저녁 6시에 시작해서 12시에 끝나 노트북을 켜보니 이 글이 베스트가 되어 있었다.
 
                       ▲ 기분이 묘하네요. 다음 메인에 올라가니까요.^^; 부족한 글인데 ㅜㅜ

미천한 글을 베스트에 올려주시다니 아무 가진 것 없는 나로서는 정말 영광스러울 뿐이다. 왠지 부족하다고 느끼는 글이기에 더 덧붙이려 한다.

이 책의 뒷표지에는 이 책이 고유한 아픔, 설움, 분노를 담고 있다는 말이 쓰여있다. 그 분노라는 단어를 연상케하는 글은 바로 용산 철거민 참사 유족 김영덕씨의 인터뷰였다. 읽는 내내 안타깝고, 화가나고, 분노할 수 밖에 없었다. 용산 철거민 참사에서 남편을 잃은 그녀의 사연에 가슴이 아팠다.

어느날 그녀의 가족에 용산4구역이 재개발 지구로 확정되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찾아오고야 만다. 조합측에서 제시한 보상금은 생활을 이어나가기에는 턱없이 부족했고, 그녀와 그녀의 남편은 밤낮으로 다른 주민들과 함께 보상금 상향조정과 가수용 상가를 지어달라는 농성에 들어갔다.


그러던 어느날, 그녀는 농성현장에서 새벽 2시쯤에 먼저 집으로 돌와왔고, 다시 새벽 6시쯤 막 지은 밥과 김치를 챙겨 집을 나섰다. 가는 도중 혹시나 늦겠다 싶어 현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전화를 했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우느라 한마디도 못했다고 한다. 비극적인 참사가 새벽 2시가 지난 시간에 일어나고야 말았던 것이다.  겨우 현장에 도착해 보니 농성자들의 목숨을 앗아간 사고는 이미 터졌고, 농성장 건물은 전경들때문에 진입할 수 없었다.

농성장 건물은 전경들이 빙 둘러 쌓아서 도무지 발도 들이 밀 수가 없었어요. 그 새벽부터 오후 2시가 넘을 때까지 농성자 가족들이 아무리 악을 쓰고 달라붙어도 현장상황에 대해 설명해주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잡혀간 사람이 누구고, 죽은 사람이 누구고, 병원으로 간 사람이 누군지 알려달라고 그렇게 통사정을 하고 발악을 하는데도 상대해주는 사람이 없습디다.
- p284 용산 철거민 참사 유족 김영덕씨의 인터뷰中에서-

그 참사현장에서 그녀의 남편 양희성씨는 목숨을 잃고 말았다. 사고가 터진후에도 검찰은 3000쪽 분량의 수사기록 공개를 거부했고, 여섯명의 죽음에 대해 누구하나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었다. 김영덕씨는 자신의 남편이 어떤 상황에서 왜 죽었는지, 어째서 공권력이 자기들 마음대로 남편의 시신을 부검했는지에 대해 모른다며 절규한다.

이 책을 읽으며 미디어 몽구님의 인터뷰편에서는 언론인을 향한 내 꿈의 비젼을 보는듯 했고, 신해철님의 인터뷰에서는 대학생으로서 왜 공부를 해야하는가에 대한 물음을 던지게 되었고, 김영덕씨의 인터뷰를 통해서는 누군가의 아픔에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고 살기 바빴던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스무가지 사람 이야기가 가슴을 무겁게 혹은 뜨겁게 혹은 따뜻하게 담겨있는 책<지식e 시즌5>. 이 책을 내 친구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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