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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노트

어머니가 잔뜩 보고싶어지는 책은?

by 이야기캐는광부 2010. 9.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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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뜬금없이 어머니가 보고싶을 때가 있습니다. 저같은 경우 이럴 때 어머니가 보고싶었습니다.


신병훈련소에서 잠이 오지 않아 뒤척이던 첫날 밤, 100일 휴가를 복귀하면서 공중전화로 어머니께 전화를 건 순간, 고시원 냉장고에 있는 김치통을 열었는데 텅 비어있던 순간, 책상 서랍에서 무언가를 찾다가 곱게 접혀있는 어머니의 편지 한 통과 마주치던 순간.

갑작스레 어머니의 '아들, 보고 싶구나, 밥은 잘 챙겨먹고 있니?' 라는 문자 한통을 받은 순간, TV에서 이산가족이 상봉하는 모습을 방영해 주는데, 어머니와 아들이 부둥켜안고 우는 모습을 본 순간에 말이지요.

그리고 이 책 한권을 읽고나서도 갑자기 어머니가 보고싶더군요. 바로 자신의 어머니를 화폭에 옮긴 화가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어머니를 그리다>가 그 주인공입니다. 이 책속에는 렘브란트, 피카소, 세잔, 고흐, 고갱같은 여러 화가들이 자기 '어머니'를 그린 사연이 담겨 있습니다.

화가들은 어머니가 뜨개질 하는 모습, 의자에 앉아 생각에 잠긴 모습, 어머니의 처녀적 모습, 표정, 주름, 손동작까지 섬세하게 화폭에 표현해 내었지요 . 어머니의 일상부터 사소한 동작까지 놓치지 않았던 겁니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은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1780~1867)의 작품  <마담 앵그르>였습니다. 그는 자신의  어머니가 지닌 단아함과 소박함 그리고 사소한 아름다움을 잔잔하게 표현해 내었습니다. 비록 1814년이라는 오래 전에 그려진 그림이지만, '어머니'라는 존재가 주는 느낌은 시공을 초월해서 제 마음을 조용히 울리더군요. 그건 아마도 이 그림속에서 제 어머니의 표정과 주름 그리고 특유의 분위기를 발견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또 악셀리 갈렌-칼렐라(1865~1931)의 그림<화가 어머니의 초상>은 제 어머니의 최근 모습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미간을 찡그리며 무언가 깊은 생각에 잠긴듯한 그림속 여인의 모습이 꼭 제 어머니를 닮았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자식 등록금 문제, 갚지 못한 빚문제, 예전같지 못한 장사때문에 어머니는 슬픈 표정에 잠기는 시간이 늘었습니다. 지켜보는데 왜이리 가슴이 아픈지요. 지금 당장은 아무것도 해드릴 수 없음에 말이지요. 이 세상에 나온지 100년이 지난 그림이지만, 100년전 어머니들도 살면서 이것저것 고뇌에 가득찼을 것 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편 제임스 앙소르(1860~1949)의 작품 <화가의 영면한 어머니>를 보면서는 한동안 멍해졌습니다. 아파 누워있는 어머니 앞에 약병으로 보이는 물건들이 많이 놓여있는 그림이었지요.
앙소르는 어머니가 숨을 거둘무렵, 그 어머니의 모습을 그림으로 몇 편 남겨두었다고 합니다. 이 그림도 그 중에 하나지요.

저도 언젠가 어머니께서 병들어 누워 계실때 그림과 똑같은 상황에 마주 할지도 모릅니다. 갑자기 지금이라도 어머니한테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희 어머니도 예외없이 늙어가고 건강이 안좋아지고 있으니까요. 몇 주전 어머니 전화를 퉁명스럽게 받은 것도 후회되었습니다. 살아계실때 속썩이지 않고 잘 해드려야 할텐데 말이지요.

이 책을 다 읽고나서 새삼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20대 이후로 어머니랑 찍은 사진이 많이 없다는 사실을 말이지요. 최근에 대학교 4학년이라서 바쁘다는 핑계와  '아르바이트때문에 못간다' 며  집에 많이 못내려 갔습니다. 이번 추석에 고향에 내려가면, 그림이 아니더라도 사진속에에 어머니를 담아 놓아야 겠습니다. 훗날 언젠가 어머니가 보고 싶을 때 왼쪽 가슴에서 꺼내 볼 수 있도록 말입니다.

앞으로 어머니가 웃는 날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지 사진속 어머니도 활짝 웃고 계실테니까요. 그나저나 기나긴 추석 연휴에 KTX를 타고 고향에 내려가면 해야 할 일이 많이 생겼습니다.  어머니 사진찍기, 친척들의 취업관련 질문에 슬기롭게 대처하는 일 그리고 아버지에게 아들로서 취업에 자신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는 일 말입니다.

이 글은 제가 lg디스플레이 블로그에 실은 것을 약간 수정해서 다시 올린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http://blog.naver.com/youngdisplay/60115273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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