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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리뷰

제품을 글라인더로 갈면 예술이 된다, 미디어 아티스트 신기운


이 글을 읽기전에 먼저 미디어아티스트 신기운씨의 다음 작품을 감상해 보시길 권한다.

 

어떠한 사물을 글라인더로 갈아버리는 신기운씨의 작품을 보며 시간이란 과연 무엇인가 그리고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에 빠져버렸다. 11월 9일 테크플러스 포럼에서 만난 그의 작품들은 왠지모를 슬픔으로 나를 몰아 세웠다. 이런 이상한 감정은 20대에 들어와서 처음 느껴 본 것이었다.

아직 20대 청춘인 내게 <시간>이라는 것이 많이 남아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의 작품을 보며 그러한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져 버렸다. 잠시동안 <시간>의 거대함과 모래알같은 모습을 동시에 느꼈다고나 할까?

그리고 나도 언젠가 죽어서, 저 작품속 사물들처럼 알갱이로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이상했다.
시계가 갈려 가루가 되는 모습

하나의 사물이 짧은 시간동안 뭉개지고 갈려서 가루로 변하는 모습을 보며, <시간>역시 그 작품속 사물을 닮은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삶의 모든 것이 위 영상속 가루처럼 흩날리고 말 것이라는 슬픈 생각에 빠져버렸다.
 

사실 시간에 대한 고민은 몇일 전 부터 시작되었다. 얼마전 영화<대부>시리즈를 보면서도 <시간>이라는 괴상망측한 존재에 대해 이상한 감정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 때는 아마 슬픔이 되기 이전의 묘한 감정상태였던 것 같다. 슬픔이라고 부르기엔 뭔가 석연찮은 야릇한 감정이 솟구쳤던 것이다.

영화 대부를 보면서 유독 가슴이 아팠던 신이 있었다. 바로 마이클 꼴레오네(알파치노 분)가 자신의 아들이 연주한  Speak Softly Love라는 노래를 들으며 지난 날을 회상하는 장면이었다. 자신의 적들에게 죽임을 당한 사랑하는 옛 연인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히는 모습에서, 그때의 시간이란 이미 사라져버렸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때 김기욱이라는 사람의 지나간 시간도 이미 이 자리에 없다는 사실을 절박하게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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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늙어버린 마이클이 젊은시절 사랑했던 죽은 연인을 생각하는 장면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 마피아의 길을 걸었던 마이클은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너무도 많았다. 많은 이들을 죽여야 했으며, 사랑하는 아내와도 이혼했다. 한 남자의 쓸쓸한 인생을 절묘하게 영상에 담아놓은 대부라는 영화를 보며 인생과 시간에 대한 고민에 빠져들었다.


           ▲ 영화<대부>의 메인테마곡인 Speak Softly Love. 이 곡을 들으며 시간에 대해 사색해보기를..

그런 와중에 테크플러스 포럼에서 신기운씨의 작품들을 만나게 된 것이다. 세상 모든 것이 시간이 흐르면 가루로 변해버릴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나를 습격한 것이다. 시간이란 것은 한없이 내게 주어진 것 같으면서도 그렇지 않다.

시간이란 대체 뭘까? 돈처럼 손에 잡히진 않지만, 돈보다 값어치 있는 그 시간이란 건 뭘까? 케잌처럼 달콤하다가도 1초만 지나도 쓴 맛이 되는 이상한 음식, 그 시간이란 것은 대체 무엇일까?


이번 포럼에서 신기운씨의 강연은 기술과 예술이 만나 어떤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조하는지 보여주고자 한 것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파고든 '시간'이라는 화두는 내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모든 사물은 결국 작은 입자에서 부터 시작해서 하나의 형상을 이룬다는 신기운씨의 이야기보다는 내 옆에 턱을 괴고 앉은 '시간'이란 녀석에 더 관심이 쏠렸다.

인간의 명예,권력,돈,희로애락도 시간이 흐르면 그의 작품속 사물들처럼 가루가 되어 흩날리지 않을까하는 허무함이 밀려들었다. 그런데 그 <허무함>이라는 동굴을 비집고 나와 두더지처럼 내 앞에 선 녀석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내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의 청춘이었다.



아직 심장이 뛰고 있다는 사실속에서, 앞으로 무얼하며 살아야 내게 주어진 시간을 더욱 가치있께 쓸 수 있을까 생각하기 시작했다. 나의 청춘, 나의 시간들이 가루가 되어 사라지기 전에 말이다.

테크플러스 포럼에서 만난 예술작품 하나가 나를 이렇게 많은 생각에 잠기게 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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