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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1일 경북대 강연 콘서트에서 국내무전여행을 시작으로 세계무전여행을 떠난 류시형씨의 강연이 있었습니다. 그는 편도티켓과 26유로만으로 219일동안 18개국을 무전여행했다고 하네요. 그렇게 떠날 수 있었던 용기와 베짱이 참 부러웠습니다.
시간이 좀 지났지만 강연내용을 토대로 인터뷰형식으로 편집해 봤습니다. 세계무전여행을 통해 그가 배우고 깨달은 것은 무엇일까요? 자기자신을 대책없는 낙천주의자라고 표현하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여행떠나기를 망설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그분들에게 조언한다면?
모든 사람들이 여행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어요. 여행하려면 돈과 시간을 너무 1순위로 따지는 것 같아요. 돈없어서 여행을 못간다,시간이 없어서 여행을 못간다고 많이 하잖아요. 이런 것을 따지지 말고 여행을 떠났으면 좋겠어요.
무전여행을 언제부터 하게 되었나요?
2003년 여름방학때 무전여행을 떠났어요. 저는 대학교 1학년때에는 친구들과 당구치고, pc방 가는 게 하루 일과였어요. 그런데 제가 아는 선배가 이런 저를 보고 이렇게 말씀해주시더라구요. 놀지만 말고 뭐 하나 즐길 수 있는 일을 하라고 말이죠. 선배는 여행을 추천해주었습니다. 관광이 아닌 진정한 여행을 하라고 말이죠.
그래서 무작정 무전여행을 떠났어요. 돈이 없어서 무전여행을 떠났던 거죠. 여름방학때 아르바이트를 하고 돈을 모아 떠나자니 시간이 부족했죠.
세계 무전여행을 결심했던 순간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주세요.
그렇게 무전여행을 하면서 히치하이킹을 많이 했었어요. 그러던 중 히치하이킹해서 저를 태워주신 한 아주머니를 만났습니다. 그런데 그 아주머니가 자기 딸이 유럽에서 무전여행을 하고 있다고 그러더라구요. 그때 저도 세계여행을 꿈꾸기 시작했습니다. 나도 세계로 여행을 떠나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그런데 무사히 떠날 수 있었나요? 일단 떠나려면 여러가지 경비문제가 있었을텐데요.
그냥 여행을 해야만 한다는 생각에 떠났던 것 같아요.
무전여행을 하자고 마음먹었으니 풍족한 여행을 기대하지 않았어요.
대신 한 가지 목표가 있었어요. 제가 학교에서 요리를 전공하니까, 세계무전여행을 하면서 각 나라의 가정식 문화를 접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전여행을 하게 되면 가정집에 머물러야 될 때가 많고, 그러면 그 가정의 음식문화를 접할 수 있으니까요.
무전여행이다보니, 여러가지 포기해야 할 것도 많을 것 같아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무전여행은 말 그래로 돈이 없이 떠나는 여행이에요.
먹을 게 없는 여행인 거죠.
안경이 부러져도 어쩔 수 없고,
신발이 닳아도 어쩔 수 없고.,
루부르 박물관에도 못들어가고 그렇죠. (웃음)
사실 제약이 너무도 많은 게 무전여행이에요.
여행할 때마다, 숙박할 곳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더군다나 무전여행이었으니까요.
국내에서 무전여행을 할때는 잠 잘곳을 구하기가 쉬웠어요. 을회관가서 동네 이장님을 만나면 술술 해결되거든요. 저는 그게 외국에서도 통할 것 같았어요. 외국사람들의 인심에 기대를 건 거죠.
그런데 생각보다 쉽진 않았어요.
그래소 저만의 노하우를 개발했죠. 저 나름대로 기준을 세워 사람들에게 하루 무료로 숙박할 수 있냐고 물어봤습니다.
20~30대 남자,
혼자 걸어다니는 사람,
혼자 살 것 같은 사람.
이런 기준에 맞는 사람에게 물어봐서 숙박을 해결했지요.
재미난 여행 에피소드는 없었나요?
저는 게이의 집에서 몇 일을 묵었던 적도 있어요.
처음엔 그 사실을 몰랐죠. ㅠㅠ. 몇 일 함께 지냈더니 그가 자기는 게이라고 말하더군요.
순간 당황했어요. 집안에 있는 인테리어에서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는데 역시나였습니다.ㅠㅠ
머릿속이 복잡했습니다. 잠잘때도 그의 인기척이 들리면 깨곤 했어요.
그래도 밖에 나가자니 잠잘 곳은 없고, 또 여기서 자자니 신경이 곤두섰죠.
하지만 그와 함께 지내며 게이에 대한 편견을 깰 수 있었습니다. 그들 나름대로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었던 거죠.
또 벨기에서는 범죄자 집에서 잔 적도 있었어요. 갱단친구들이 있는곳에서 잠을 잤던거죠.
정말 당황스러웠겠군요.하하. 그래도 세계무전여행을 하면서 보람도 많이 느꼈을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인연을 맺을 수 있었던 게 큰 보람이었어요.
무전여행이니, 다른 누군가로부터 하루 하루 도움을 받아야만 살아갈 수 있었거든요.
제게 도움을 준 사람들이 너무 고마웠지요.
한번은 사람들로부터 도움만 받고 하는 이 여행을 계속해야하나 회의가 들 때도 있었어요.
그러던 중 한 외국인 친구의 이 말에 힘을 얻었지요.
"네가 지금 도움을 받고 있지만, 나중에 한국에 갔을 때 너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면 되지 않느냐? 그러다보면 언젠가 그 도움들이 돌고 돌아, 네게 도움을 준 사람들에게 돌아가지 않을까?"하고 말이죠.
어떻게 하면 어떤 여행이든 즐길 수 있을까요?
여행을 했을때 뭔가를 꼭 해야된다는 생각없이, 여행 그 자체를 즐겼으면 좋겠어요.
한편 여행이랑 인생이랑 같은 것 같아요. 정답이 없는거죠.
류시형이 생각하는 여행이란?
여행은 떠날 수 있는 용기라고 생각합니다. 여행을 용기있게 떠나세요. 여행 자체를 즐기시고, 어떤 한가지 방법만 고집하지 마세요.
2주 정도가 지났지만, 그의 강연 내용이 가슴에 많이 남습니다. 저도 어딘가로 떠나고 싶은 충동이 많았지요.
여행은 떠날 수 있는 용기다라는 말이 특히 기억에 남네요. 저도 언젠가 류시형씨처럼 세계 여행을 떠나야겠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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