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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리뷰

허허당 스님을 뵙고, 마음그릇에 향기를 담다

by 이야기캐는광부 2011. 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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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8일, 허허당 스님이 209회차 백북스 강연(http://www.100books.kr)을 위해 대전에 오셨다.
강연장 곳곳, 마음에 꽃피는 소리가 들려왔다.
스님의 말씀과 사람들의 작은 깨달음이 마주하며 빙그레 웃었다.

스님은 세상밖에 나오면 마음이 자주 아프다고 하셨다. 이 사람 저 사람 만나다보면 고통의 소리를 많이 듣기 때문이다.
스님께서 물으신다.

'산다는 게 참으로 힘들고 아프지요?'
 
절로 고개가 끄덕였다. 가슴이 먹먹했다.

나도 요즈음에 가슴이 아팠다.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뜻때로 되지 않는 돈 그리고 힘들게 고생하시는 부모님의 모습을 보며 울컥했다.
스님은 저마다 가슴속에 지닌 슬픔을, 시낭송을 통해 어루만져 주셨다.
직접 쓰신 시 구절을 읊으며, 사람들도 따라 읽도록 했다.

괜찮다
울어도 울어도 괜찮다
괜찮다
슬퍼도 슬퍼도 괜찮다
세상에 울지 않는 자 아무도 없다
세상에 슬픔 없는 자 아무도 없다

괜찮다
외로워도 고독해도
살아서 울지 않는 자
아무런 사랑이 없고
살아서 슬픔 없는 자
아무런 기쁨없다
살아서 외로움 없는 자
아무런 삶의 의미가 없고
살아서 고독하지 않는 자
인생이랄 것도 없다

괜찮다
조금 불행해도
조금 행복해도
내 살아 있는 동안

-허허당 스님의 시-

아....가슴에 밀려오는 찡함. 힘겹고 아픈 삶을 어루만져주는 시 낭송. 순간 마음이 편안해 졌다. 삶이 힘겹고, 외롭고, 슬프고, 불행한들 괜찮다. 지금 이 순간부터 괜찮다. 스님은 괜찮다며 진심으로 우리들의 슬픔을 보듬어주신다. 그리고 말씀하신다.

"여러분 조금 불행해도, 조금 행복해도 괜찮거든요.
그 외로움,슬픔,기쁨이 계속 생기더라도
항상 힘차게 밝게 살아가세요."


삶이 힘겹고, 외롭고, 슬프고, 불행하다고 해서 포기하면 안된다. 괜찮다. 그래 괜찮다. 내 청춘을, 또 누군가의 삶을 위로해주는 그 말씀에 울컥했다. 지금 이 순간 한 숨쉬며 눈물을 글썽이고 있을 누군가. 밀려오는 불행으로 슬퍼하고 있을 누군가. 절망과 고통속에 허우적 대고 있을 누군가.

괜찮다. 살아서 슬픔 없는 자 살아서 기쁨 없다. 살아서 울지 않는 자 아무런 사랑 없다. 괜찮다. 조금 불행해도. 조금 행복해도. 괜찮다. 내 살아있는 동안. 괜찮다.

스님께서  말씀하신다.

"배움도 깨달음도 사무치면 일어납니다. 봄날에 새싹 돋듯이."

그랬다. 정말 그랬다. 내 가슴속에 작은 깨달음이 일어났다. 봄날에 새싹 돋듯이. 가슴을 사무치게 하는 말씀. 지금 이 순간 내 가슴을 사무치게 하는 것이 무엇일까? 스님의 말씀은 내 삶속 찰나의 순간을, 되돌아 보게 만든다.

                              ▲ 스님께서 백북스 회원 한 분을 앞에 모시고 시낭송을 부탁하셨다

스님께서 말씀하신다.

"깨달음은 지금 바로 이 순간에 존재와 존재가 서로 만나
함께 감동하고, 즐거워 할 때 찾아옵니다."

함께 있음. 함께 웃음. 함께 즐거움. 함께 기뻐함.
존재와 존재가 서로 만나 함께 마음을 나누고, 즐거워 하는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대학교 강의실도 존재와 존재가 만나 함께 감동하고, 즐거워 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사회 직장도 존재와 존재가 만나 함께 감동하고, 즐거워 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사랑도 존재와 존재가 서로 만나 함께 감동하고, 즐거워 할 수 있는 것이라야 한다.
가정도 존재와 존재가 서로 만나 함께 감동하고, 즐거워 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이루어 나갈 수 있을까?

스님은 시를 통해 힌트를 주신다.

만행 일기

인생은 노는것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가슴 뛰게 노는 것이다.
이 세상은
내가 놀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무엇이 잘못 되었는가?
노는 사람 앞에서
이 세상이 내 앞에 펼쳐져 있는 것은
하고싶은 일을 하며
열심히 놀라 는 것 다른 의미가 아니다

- 허허당 스님의 시 -

스님은 즐겁게 놀며 인생을 멋지게 날다가라고 말씀 하신다. 혼자 잘 놀면 좋지만, 함께 잘 놀 수 있도록 고민해보라고 말씀하신다.
놀라고 말씀하시니 기분이 즐거워진다.

공부도 노는 것.
삶도 재밌게 놀다가는 것.

         ▲ '산체스의 아이들'이라는 째즈곡을 처음듣고, 11년의 시간이 흐른 후 그리신 그림이 보인다.

이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삶이, 대학교가, 직장이, 가정이 서로가 즐겁게 놀 수 있는 곳이 될 때, 존재와 존재가 만나 함께 웃고 감동할 수 있지 않을까?
설레이고 가슴뛰지 않을까?

'논다'는 말속에는 삶의 순간 순간 깨어 있어야 한다는 깊은 뜻이 담겨 있다. 스님은 말씀하신다.

"자기존재로 놀으세요."


▲ 스님은 동자승을 그리며 수행을 하신다. 즐겁게 노신다.
  

스님은 선화를 그리며 노신다.(?) 수백, 수십만명의 동자승 얼굴을 그리시며 노신다. 스님이 그린 그림들은 모두 즐겁게 놀아서 탄생한 것이기 때문에 가슴을 울린다. '논다'라는 말이 함축하고 있는 뜻은 깊고 넓다. 쉬운 것 같지만 쉽지는 않다.
내 자신에게 물어본다.

"슬프고, 힘겹고, 불행하고, 조금 행복한 이 삶을 즐겁게 놀 자신 있느냐?'

논다는 것. 쉬울 것 같은데 결코 쉽지 않다. 어떻게 보면 깨달음에 이른 사람이 삶을 진정 놀 수 있지 않을까?  모르겠다. 모르겠다. 그럼에도 삶에 대한 자세가 한결 밝아지는 듯한 기분이 든다.


무언가 안개가 걷히기 시작한다. 내 청춘을 누르고 있던 그늘이 조금씩 뒷걸음치기 시작한다. 순간 생각이 번뜩인다.


'나의 20대를, 존재와 존재가 만나 서로 즐기고 함께 감동하는 시간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

백북스를 통해 만나는 수많은  회원분들, 좋은 강연을 해주시는 연사님들. 학교의 친구들. 내 주변의 많은 사람들과 서로 즐기고 함께 감동하는 시간으로 만들어 가는 것. 어떻게 해야하는지 아직 잘 모르겠지만 왠지 거기에 해답이 있는 것 같았다. 삶을 신명나게 만드는 길이 있는 것 같았다.


▲ 나무의 줄기가 자라나며 사람의 형상을 그리고 있다.
   자연과 사람의 생명은 하나라는 뜻을 담고 있는 스님의 그림이다.

스님은 시 하나를 또 낭송해 주신다.

수행일기(새는)

새가 하늘을 날때
오직 제 몸에 붙은 날개 하나 뿐이듯이
수행자가 의지 할곳은
오직 제 몸에 붙은 등뼈 하나뿐이로다

- 허허당 스님의 시 -

삶을 즐겁게 놀다가기! 내 등뼈에 의지해서 이루어 나가야 겠다. 내 몸에 붙은 등뼈로 우뚝 서서 실천해 나가야 겠다. 가슴속에 꽃이 피기 시작했다. 소리가 들린다.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내일 아침이면 마음속 그 꽃잎에 이슬이 맺혀있겠지.




허허당 스님이 말씀하시길...
 "붓을 던지지 학이 날더라"

▲ 스님은 지리산 벽송사 방장선원에서 선 수행과 함께 선화를 그려오셨다. 이 책은 생명의 자유, 행복, 진리, 공생, 자비와 평화, 사랑을 표현하는 시집으로 생명에 대한 절대자유와 존재의 기쁨을 시와 그림으로 함께 노래한다.

▲ 싸인을 받으려 줄을 선 백북스 회원들.

▲  백북스 회원분들과 허허당 스님.

▲  저도 함께 찍었습니다.^^

마음을 살찌우는 말씀 감사드리며 글을 마칩니다.^^

허허당 스님 그림출처 : http://www.buddhapia.com/_Service/gallery/_000000005/
백북스 바로가기 : http://www.100books.kr 

허허당 스님은 1974년 가야산 해인사로 출가 해은 스님을 은사로
향곡선사 문하에서 선 수행을 쌓으셨다.
1978년 남지 토굴에서 도반 무념 스님과 함께 용맹정진을 하다
문득 깨달은바 있어 붓을 잡기시작. 1983년 지리산 벽송사
방장선원에서 선 수행과 함께 본격적인 선화 작업에 들어가셨다.
1984년 허허당 선화전 <빈마음의 노래> (중앙화랑)
1989년 허허당 선화전 <생명의 걸음으로> (전국 순회 전)
1991년 허허당 선화전 <가고 가고 또 간다> (벽아미술관 초대)
1995년 허허당이 본 화엄세계 (서울역 문화회관)
1996년 SBS 8시 뉴스 <허허당이 본 화엄세계 만추> 방영
2000년 허허당이 본 화엄세계 <5월의 생명축제> (스위스 테제미드 초대)
MBC행복충전<허허당의화엄세계>방영
허허당 자전 엣세이 <왼발은 뜨고 오른발은 닿네> 출간 (밀알 출판사)
2007년 수필 <낙타를 모는 성자> 출간 (호미 출판사)
2007년 허허당이 본 화엄세계 <천년의 세월을 씻고> (불일 미술관 초대)
2008년 화엄법계도 <백만 동자 - 새벽> 완성

충청투데이 따블뉴스와 다음뷰 메인에 올랐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더 좋은 글로 보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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