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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고시원.
오늘도 물끄러미 밥통에 담긴 쌀들의 눈을 들여다본다. 마침 책<우리말 어원 500가지, 이재운, 박숙희,유동숙 편저>제 3권에서 읽은 쌀의 나이가 생각났다.
'쌀'이라는 말, 너는 몇 살이냐?
'쌀'이라는 말은 청동기시대, 그러니까 기원전 1000년전경에 태어났다고 한다.
나이로 따지만 우리나이로 약 3008살인 셈! 놀라웠다.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증조부의 할아버지의 고조부의 할아버지....헉...숨차다. '쌀'이라는 단어가 3000살이 넘었다니...한 글자로 해서 함부로 볼 단어가 아니었다.
1977년 경기도 여주군 흔암리에서 발굴된 탄화미, 그리고 이후 평안남도 평양에서 출토된 탄회미는 3000천년전에 이미 고대의 우리 조상들이 쌀을 먹고 있었음을 알려주고 있단다. 그 당시 우리 조상들도 여느 어머니들처럼 '에구, 쌀 떨어졌네' 하며 '쌀'이라고 발음하지 않았을까?
'숟가락'과 '젓가락'이라는 말의 나이는 몇 살일꼬?
밥을 공기에 푸고, 숟가락으로 허겁지겁 퍼먹었다. 김치에 참치캔을 따니 풍족했다. 그렇다면 이 '숟가락'이라는 단어의 나이는 몇 살일까? 책속에 어김없이 나이가 나온다. '숟가락'이라는 단어의 나이는 약 3008살. 학자들은 '쌀'이라는 단어의 나이와 같다고 추정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숟가락은 청동기시대 유적인 나진 초도패청에서 출토된 골제품이라고 한다.
갑자기 '젓가락'이라는 단어의 나이도 궁금하다. '젓가락'이라는 단어의 나이는 약 1486살!
젓가락은 공주 무령왕릉(서기 501년 )에서 출토되었고, 중국에서도 전국시대(기원전 403년)에 비로소 기록이 나오는 걸 보니, 숟가락보다 늦게 나왔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언제나 한 쌍으로 같이 붙어다니는 줄 알았던 숟가락과 젓가락이 실은 그 나이가 달랐던 것이다.
우리가 쓰는 단어들의 나이는 이렇듯 어마어마하다. 고작 20대인 나보다 수 천 살이나 더 먹은 '쌀'이라는 단어와 '숟가락'이라는 단어.
그저 무심코 '녀석들'이라고 불렀던 숟가락과 젓가락에게 존칭을 써야되지 않을까? 한국 사람이라면 이 책<우리말 어원 500가지>를 읽어볼 필요가 있다. 총 4권으로 구성되어 있고, 뜻도 모르고 자주 쓰는 우리말 1000가지, 우리 한자어 1000가지, 우리말 어원 500가지, 우리말 숙어 1000가지에 대한 풍부한 자료들을 담고 있다. 한번에 읽기엔 벅차지만, 가끔씩 읽으면 새삼스레 우리가 쓰는 단어들이 다르게 보일 것이다
.
그렇다면 너희들의 나이는 몇 살?
내가 자주 쓰는 '카메라'라는 단어는 그 나이가 약 128살
가끔씩 타지로 여행갔을 때 묵는 '여관'이라는 단어도 그 나이가 약 128살
우리가 많이 타고 다니는 '열차'라는 단어의 나이는 약109살
우리가 자주 보는 '영화'라는 단어의 나이는 약 105살
그렇다면 우리가 얼굴을 씻을 때 자주쓰는 '비누' 단어의 나이는 약 몇 살일까?
답은, 신기한 단어들의 나이들로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 책속에 다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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