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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전쟁은 왜 일어날까?- 책<전쟁의 기원>을 읽고






전쟁은 왜 일어날까? 갑작스레 이 주제에 대해 관심이 생겼다. 몇 일전 수업시간에 십자군과 이슬람의 전쟁을 다룬 영화 <킹덤 오브 헤븐>을 보고나서 더욱 관심이 갔다. 
존 G. 스토신저의 책<전쟁의 탄생>은 이런 나의 물음에 어느 정도 해답을 주고 있다. 이 책은 현대 역사속에서 벌어진 굵직한 전쟁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며 전쟁의 발발원인을 파헤치고 있다. 마지막 즈음에 전쟁의 원인을 한번에 정리한 점이 마음에 쏙 든다. 지은이가 뽑은 전쟁의 원인을 살펴보면 흥미롭다. 

1.전쟁에 임하는 대부분의 국가 지도자의 자화상에는 공통점이 존재했다. 이들은 단기결전에서 승리한 이후 자신만만하게 완전한 승리를 거머쥐기를 기대했다.(중략) 신속하고 결정적인 승리에 대한 그러한 낙관주의가 팽배하게 되면 전쟁의 가능성은 높아지고 반대로 그러한 기운이 자제가 되면 평화가 유지 되었다.

2.상대편의 성격에 대한 왜곡이 전쟁 발발을 촉진한다. (중략)히틀러도 소련이 실제 어떤 나라인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는 소련의 역사와 영토의 깊이를 알지 못했고 일격에 쳐부술 수 있으며 우수한 독일인을위해 노예로 부려먹을 수 있는 인간 이하의 야만인들이 살고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소련에 대한 무자비한 증오와 경멸이 1941년 히틀러의 불행한 공격의 요인이 되었다.

3.전쟁에  임하는 지도자가 적이 자신을 공격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전쟁이 일어날 확률은 매우높다. 양측의 지도자가 둘 다 상대방의 의도를 이와 같이 인식했다면 전쟁은 필연적이다. 
 

-책 중에서 -  


정리하면 전쟁은 지나친 낙관주의, 상대편에 대한 심각한 왜곡, 적이 자신을 공격할 것이라는 확신때문에 일어난다는 것이었다. 더 짧게 줄이면 전쟁은 제 정신인 아닌 상태에서 일어난다는 것이었다.

초등학교 시절에 한 친구와 주먹다툼을 할 때도 위 세가지가 그대로 적용되었던 것 같다.

태권도를 조금 배웠으니 싸움에서도 적용할 수 있겠다는 지나친 낙관주의, 나와 체구가 비슷하니 쉽게 제압할 수 있으리라는 착각, 내게 선빵을 날릴 것이라는 동물적인 예측으로 싸움은 시작되었으니 말이다. 나중에 알고보니 나와 싸운 그 친구는 합기도를 열심히 배우고 있었고, 나보다 날렵하였다. 쉽게 이길 수 있으리라는 나의 지나친 낙관이 패배를 불러일으켰다.

히틀러 역시 지나친 낙관에 사로잡혀 있었다. 히틀러는 소련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자 자만한 나머지 병사들에게 동계피복도 지급하지 않고, 동계작전에 대한 어떤 대비도 하지 않았다. 초반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며소련쯤이야 쉽게 이길 수 있으리라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1941년 11월 가을 소련 땅에 혹독한 추위가 찾아왔을 때 병사들은 속수무책이었다. 얼어 죽는 병사들이 늘어났고, 기계들은 고장이 났다. 히틀러의 지나친 낙관은 소련과의 전쟁에서 결국 패배로 이어졌다.

또 이라크의 악명높은 독재자 사담 후세인은 지난 날 이란과 쿠웨이트를 상대로 전쟁을 일으킬 때, 빨리 승리를 거머쥘 수 있다는 지나친 낙관에 빠져 있었다. 이러한 낙관주의는 성급하게 전쟁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었다. 그러다 결국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채 수십만명의 죽음이라는 대가를 치뤄야 했고, 이라크 경제는 더욱 악화되었다. 


이스라엘과 아랍은 서로에 대한 경멸과 증오로 수십년 동안 전쟁을 치뤄왔다. 서로 적이라고 여기며 지난 50여년동안 네 차례의 치열한 전쟁을 벌였다.  평화적인 해결책을 모색하지 않고 상대방을 적으로 규정함으로써, 전쟁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미국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내에 화학무기와 생물학 무기 등을 포함한 대량살상무기가 숨겨져 있다고 믿었다.
전쟁의 명분을 얻기 위해 상대방에 대한 심한 왜곡을 시작한 것이다. 결국 이라크가 미국에게 위협이 될 것이라며 후세인을 무장해제시키겠다고 선포했다. 나중에 이라크내에 대량살상무기가 없는 것으로 밝혀짐에도 부시행정부의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 억지로라도 적의 위협을 만들어내어 전쟁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이 책을 읽으며,  결국 전쟁은 제 정신인 상태에서 일어나지 않음을 깨달았다. 전쟁은 결코 인류 역사속에서 사라지지 않으리라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전쟁의 원인을 알면 전쟁을 근절시킬 수 있을 것 같지만, 오히려 그럴 수 없음에 절망하고 말았다.

전쟁의 원인인 지나친 낙관, 상대방에 대한 자기멋대로의 오해, 피해의식은 인간 누구나가 한번쯤은 가질 수 있는 정신상태이다. 평화가 오더라도 이러한 인간의 속성은 쉽게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러한 인간의 속성때문에 결국 전쟁은 끊임없이 일어날 것이다. 이것이  내가 전쟁의 원인을 알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전쟁을 끝낼 수 없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생각이 들게 한 이유다. 우리가 '인간'인 이상, 전쟁은 계속되지 않을까?

그리고 제 정신인 지도자가 별로 없는 세상이니, 전쟁은 더욱더 빈번하게 일어나지 않을까?

  • 재밌게 읽었습니다. 많은 생각들이 떠오르네요. 이렇게 무기를 동원해 규모있게 싸우는 것이 전쟁이지만, 이런 것이 아니더라도 일상에서의 기싸움 같은 것에도 전쟁의 원인이 적용되는 것 같습니다. ^^ 크고 작은 전쟁 속에서 우리는 나름 치열하고 열심히 삶을 살고 있는 것 같네요. ^^

  • 책 제목을 본 순간 반가웠지만, 기억이 나질 않아서 당황스럽네요 ㅎㅎ 책을 샀다고, 책을 한번 읽었다고 온전히 내 소유가 되었다는 착각에 뒤통수 맞았습니다^^ 이렇게 읽고 정리하지 않으면 두꺼웠던 책, 힘들게 읽어놓고도 모래알 바람에 날라가듯 없어져 버리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