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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유모차를 사랑한 남자 - 조프 롤스 지음, 재밌게 읽은 책



책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요놈의 내용은 무엇일까? 제목이 예고하듯이 책속에는 결코 범상치 않은 사람들의 사연이 담겨 있다.

38명의 이웃들 앞에서 죽어간 여자,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유년의 순수를 잃어버린 소녀, 영원히 현재를 사는 남자, 시력을 얻고 행복을 잃은 사람, 머릿속에 구멍을 안고 살아간 사람....거 참 이 세상에 있을 법 하지 않는 낯설은(?)사람들이 이 책 한권에 담겨 있다니...

그 중 나의 온 신경을 사로 잡은 사람이 있었으니 그는 바로 시력을 얻고 행복을 잃은 사람 시드니다. 주제만 봐서는 왜 시드니란 사람이 시력을 잃고도 행복을 잃어야만 했는지 납득이 가지 않았다. 그 원인은 대체 어디에 있었을까? 저자는 나의 궁금중을 속시원하게 긁어주며 차분하게 이야기를 펼쳐 나간다.

시드니 브래드 퍼드는 1906년 영국 버밍엄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생후 열 달이 되었을 때 천연두 예방접종 감염으로 시력을 잃게 되었다, 그 후 평생 앞을 제대로 보지 못한채 살아야 할 줄 알았던 그에게 각막이식 수술이라는 희소식이 찾아온다. 왼쪽눈에서 오른 쪽 눈으로 차례로 수술을 진행한 후, 그는 조금씨 앞을 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시드니에게 그건 분명 행복의 시작이 아닌 불행의 서곡이었다. 앞이 안보였을 때 촉각으로 사물들을 지각하였던 습관은 눈이 보이고 나서도 계속되었다. 이러한 버릇은 그가 온전히 사물을 지각할 수 없도록 방해하였다. 세상을 볼 수 있게 된 후 오히려 그 세상이 단조로워 보인다고 고백하며, 벗겨진 페인트와 상상했던 모습과 동떨어진 사물들의 진짜 모습을 보게 되면서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다.

심지어 수간호사에게 하늘에 있는 저 물체가 무엇이었는지 물었는데, 달이라는 대답에 크게 놀라워 했다고 한다. 분명 그는 달이 4분의 1크기의 케이크와 비슷하게 생겼으리라고 짐작했기 때문이었다. 앞이 보이지 않았던 시절에 볼 수 있었던 사물들을 오히려 눈이 보이기 시작하자 볼 수 없게 되어 버렸다.

특히 다음 대답은 서글프기까지 하다. "여성들을 언제나 아름답게 느끼고 있었는데, 이제 보니 아주 추해요"이 대목에서 웃음이 나왔지만, 돌이 날아오를지 모르니 더이상 웃지 않겠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고 여기면서 그 안에 숨겨진 보이지 않는 가치를 찾아 나서곤 한다. 이 세상엔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이 너무도 많다. 반면 눈이 보이지 않는다고 눈이 보이는 사람보다 더 작은 세계를 느끼고 있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서 달을 케이크 조각이라고 여긴 시드니의 경우, 분명 보통사람들이 보지 못한 달의 새로운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무려 15명의 신기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 남아있으니 말이다. 그건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