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20대는 과연 무엇일까? 88만원 세대? 이태백? 아니면 이 책의 제목처럼 '퀴즈쇼'? 이 세상에 정답이 과연 있긴 한 걸까? 누가 먼저 부저를 울려 정답을 맞추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라지는 퀴즈쇼. 우리 인생에 확실한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승자와 패자없이 방황하는 자만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다른 것보다 조금 확실할 뿐인 답과 좀 더 불확실한 답이 있을 뿐이기에.
이 책의 주인
공 민수는 오늘도 어김없이 빌게이츠의 창문(?)을 열고 인터넷 채팅사이트에 들어간다. 어느 한 사람이 퀴즈를 내면 맞춘 사람이 다시 릴레이식으로 퀴즈를 내며 대화를 이거가는 독특한 채팅이었다. 거기서 민수는 '벽속의 요정이라는 아이디를 가진 한 여자에게 묘한 호기심과 동질감을 느낀다.
갑자기 채팅창에는 우리도 직접 퀴즈쇼에 나가보는게 어떻겠냐는 대화가 오고가고, 나중에 민수는 진짜 퀴즈쇼에 출연하게 된다. 그는 본선진출에 실패하지만 퀴즈쇼 출전선수들중 '벽속의 요정'이 누굴까 궁금하다.
훗날 '벽속의 요정'은 그 퀴즈쇼의 구성작가임이 밝혀지고 민수는 그녀와 몇번의 만남을 갖게된다. 둘은 채팅에서 대화를 나눌 때가 서로에 대해 더 깊이 알고 있었던 것 갔다고 생각한다.
"가장 위대한 퀴즈는 바로 인간인 것 같아."
"그럴까?"
"요즘 그런 생각을 해. 인간이라는 그 어려운 퀴즈에 지쳐서 사람들은 퀴즈쇼를 보는 것 같아. 거긴 그래도 답이 있잖아."
"그런데 나도 나를 잘 모르겠어."
"나도 마찬가지야. 누가 자기 자신을 알겠어?"
"자기 자신도 모르는 우리가 언제쯤 서로에 대해 알게 될까?"
"굴쎄. 그게 과연 가능하긴 할까?"
- p169-
어느 날 그녀의 집을 방문하게 되지만 생각보다 부유한 집안이라는 생각에 흠칫 놀라게 된다. 그 이후로 '백수'라는 자괴감 때문인지 그녀와의 관계는 소원해진다. 그러다 퀴즈쇼에 출연했다가 만난 한 남자의 제의를 받게 되고, 어느 외진 곳에 있는 건물에 방문하게 된다. 그곳에는 퀴즈배틀에 참가하게 될 선수들을 양성하는 곳이었다. 퀴즈배틀은 팀 또는 개인전으로 치뤄지며 돈베팅방식으로 치뤄진다. 민수는 신입치고는 좋은 승률을 보이며 약간의 돈을 거머쥐게 되지만 돈을 도난당하고 팀에서 쫓겨나게 된다.
정답과 오답이 확실히 나뉘어져 있는 세계에서 다시 불확실한 세계로 내던져진 민수의 삶은 바로 우리 청춘을 그대로 상징하고 있는듯하다. 답이 없는 현실에서 우리는 대학입시에서 얼마나 정답을 적으려 애썼던가?
이 소설을 읽으며 주인공에 공감하는 바가 참 많았다. 나 또한 고시원생활을 하며 '빌게이츠의 창'을 열어 세상과 외로운 소통을 나누기 때문이다. 더불어 나 스스로 답을 찾으려 하지않고 재빨리 남에게 질문만 하려는 민수를 많이 닮았기 때문이었다.
'카페에 가서 커피 한잔 사마실 수 없다네'
'왜요?'
"자네도 요즘 젊은이 같구만. 생각도 하기전에 질문부터 하고 있어."
"그게 어때서요?"
"우선 생각을 하는 게 중요하거든. 그리고 틀리더라도 일단 자기 답을 준비해둬야 하는 거야"
-p46-
과연 그럴까? 이 퀴즈에 대한 답은 이 소설을 읽는 자기 자신의 몫이다.
김영하의 소설 <퀴즈쇼>가 뮤지컬로 관객들을 찾아온다고 한다.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12.6~1.2까지 관객들과 만나게 된다. 뮤지컬로 본 <퀴즈쇼>는 과연 어떨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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