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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세르비아의 기발한 자살방지대책과 넛지이론



지난 주에 <경제학자의 인문학서재>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역사, 소설, 문화예술 등에 담긴 사실과 이야기들로부터 경제용어 및 경제원리를 독창적으로 끄집어 낸 책입니다. 똑같은 인문학 서적을 읽고나서도 저자는 어떻게 창의적인 생각들을 했을까 신기했습니다. 




경제학자의 인문학서재

저자
김훈민 지음
출판사
한빛비즈 | 2012-01-21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경제학자의 눈으로 인문학을 바라보면 어떨까?『경제학자의 인문학서...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장발장의 은촛대와 넛지


특히 165쪽에 등장한 '부드러운 권유가 세상을 바꾼다 - 레미제라블과 넛지'라는 제목의 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작품 '레미제라블 속'에 나오는 장발장의 이야기에서, 그가 훔친 은촛대가 결국은 장발장이 사랑을 깨닫고 성공한 사람으로 성장하게 만든 디딤돌(권유, 넛지)역할을 했다는 내용입니다. 신부님이 장방잘의 도둑질을 용서하자 이에 감동받은 장발장이 사랑을 깨우쳐서 새 삶을 살게 되었지요은촛대는  그가 아닌 은근히 좋은 쪽으로 행동하게 만드는 선택적 설계 즉 넛지였던 것입니다.





이 부분을 읽으며 그동안 잊고 있었던 파리 한마리가 생각났습니다. 바로 화장실의 파리!

우리 생활속에서 '넛지이론'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사진은 바로 이것이지요. 모두 많이 보셨을 겁니다.




변기안에 파리를 그려놨더니 남자들이 오줌을 흘리는 일이 줄어들었다고 하죠. 파리에 조준하고 일을 보다 보니깐 흘리지 않고 일을(?) 치루는 확률이 높아졌습니다. 넛지의 뜻을 다시한번 조사해보니 다음과 같은 뜻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nudge / 원래 '팔꿈치로 민다'는 뜻 / 특정한 선택을 넌지시 종용하는 것을 말함 (선택설계)/ 서양의 직설적 화법이 아니라, 배려를 기반으로 하는 동양적 우회 화법과 일맥상통한다. / 넛지는 기업 현장에서의 변화관리에 매우 유용한 도구 /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을 요구하는 행동경제학 용어로서 어떠한 선택을 금지하거나 인센티브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인간행동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는 힘이자 똑똑한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힘 / 넛지(Nudge)」라는 책은 미국 시카고 대학 리차드 탈러(Richard Thaler) 교수와 캐스 선스타인(Cass Sunstein) 교수가 저술한 책



세르비아의 자살방지대책과 기발한 넛지


우리는 가끔 말없이 팔꿈치로 밀면서 '이것좀 했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날리죠. 상대방이 눈치를 못채면 속이 터지는 경우도 으레 있습니다. 이런 넛지에서부터 정책적으로 '넛지'를 가해 사람들이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후자 넛지의 사례중에는 세르비아의 기발한 자살방지 대책이 있습니다. 한번 살펴보실까요?


<출처 : 넛지에 관한 해외사이트  http://nudges.org>


감이 오시나요? 파리 그림만큼이나 강물위에 띄운 문장이 자살을 방지하는데 일조했다고 합니다.
저 글씨는 아마도 세르비아어인가봅니다. 세르비아에서는 'Belgrade 다리'가 자살의 상징적 장소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이때 생각해 낸 것이 위 사진속 아이디어입니다.



다리 아래에 상담기관 전화번호와 함께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라는 문구를 크게 보이게 하는 장치를 마련했던 것이죠. 그래서 자살하려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 문구를 보고 다시 한번 생각하도록 유도하는 효과를 만들어 냈습니다. '넛지'가 정책적으로 잘 활용된 경우죠. 


위트있는 다양한 넛지 사례들

그 밖에 넛지의 원리를 활용한 다양한 해외사례들이 있습니다. 그 사례를 직접 나열하는 게 빠를 것 같습니다.




<넛지 사례 1 - 일리노이주 장기기증 장려정책>
미국 일리노이 주는 2006년 장기 기증을 장려하는 넛지 정책을 채택해 230만 명 이상이 장기 기증에 동의하도록 유도했다. 운전면허증에 장기 기증 희망을 서명한 것만으로는 법적 효력이 부족하다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주 정부는 장기 기증 신청 온라인 사이트를 개발하고 이를 홍보했다. 이 사이트는 ‘장기 기증을 하세요’가 아닌 ‘이미 450만 명이 장기 기증을 서약했다’는 메시지와 함께 온라인으로 등록해도 장기 기증을 위한 법적 요건이 충족된다는 것을 알려준다. 정부의 개입을 전체주의적 행위로 취급했던 서양의 조직들이 이제는 넛지라는 이름으로 동양식 배려를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넛지사례 2 - 스웨덴의 속도 준수 차량에 대한 복권 지급 실험>
- 스웨덴에서 2010.9.28~9.30까지 1개소의 구간(시속 30km 이하)을 정해 속도측정기를 설치
- 속도를 준수한 차량은 등록되어 최고 3,000 달러를 당첨받을 수 있는 복권으로 보상해줌
- 복권당첨 지급예산은 속도위반 차량이 낸 벌금을 기금으로 하여 지급

<넛지사례 3- 차량 속도를 줄이기 위한 가로수 활용>
- 영국 Norfolk City에서는 차량 속도를 줄이기 위해 가로수를 통한 착시효과 활용(avenue effect)하여 속도측정기 설치비용 절감

<넛지사례 4 - 기타>
1. 손톱 물어뜯는 습관을 고쳐주는 쓴맛 매니큐어 / 마발라(Mavala)나 올리 노 바이트(Orly No Bite) 등의 맛

2. 만성알코올중독자들을 위한 술로서, 알코올을 섭취할 경우 곧바로 구토를 하고 숙취를 겪게 하는 약

3. 10대 청소년 임신 후 재임신을 예방하기 위해 10대 소녀들에게 임신을 안하고 있는 기간동안 하루에 1달러씩 지급하는 프로그램

4. 니코틴 패치 없이 금연하기
금연 희망자들은 최소 1달러를 넣고 계좌를 개설하여 6개월 동안 담배값을 입금. 6개월 후 소변검사(흡연여부)를 통과하면 돈을 돌려받지만, 통과하지 못하면 기부. 금연을 원하는 사람들의 목표 달성율이 53%로 올라감

5. 하루 1달러 프로그램
이미 아기를 낳은 10대 소녀들에게 임신을 하지 않고 있는 동안에 하루에 1달러씩 지급
미미한 비용으로 10대 임신을 줄이도록 돕는 하나의 모델 프로그램



손톱을 물어뜯는 습관을 고쳐주는 쓴맛 매니큐어에서부터 재임신 방지를 위한 1달러 지급프로그램까지 참 아이디어가 넘칩니다. 물론 넛지이론과 연결시키자면 무수한 사례가 있을 겁니다. 말로 잘 엮으면 넛지가 아닌 것이 없을테지만, 위 사례를 보더라도 넛지는 역시 직접적인 명령이 아닌 우회적인 권유의 형식을 띄는 경우가 많습니다. '너 손톱 물어 뜯지마'가 아닌 손톱을 보다 덜 물어 뜯도록 쓴맛 매니큐어를 선물해보자는 관심과 배려의 원리인 것이죠.

여러분도 생활속에서 수많은 '넛지'들과 만나고 있을 겁니다.
재미난 사례가 있다면 댓글로 소개해 주시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