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 공교롭게도 나이만 먹는다고 자연스레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오늘이 성년의 날이라고 한다. 성년의날에 뭐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출처 : sxc.hu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레 어른이 되는 줄 알았다.
지난 날 고등학교때 스무살이 되면 어른이 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오히려 더 철없이 놀았다.
그렇게 놀고 술도 마시고 가끔 아르바이트도 하고 돈도 벌면 어른이 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몇년후에는 군입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군생활 다 마치고 나면 진짜 든든한 아들이자 남자가 될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도 않았다. 제대하고 나니 말짱 도루묵이었고, 좀 단단했던 뱃근육에서 뱃살이 다시 돋아났다.
물론 대학교에서는 오빠에서 '아저씨'가 되긴 했지만.
잠오지 않는 새벽 네이버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어른의 정의를 이렇게 내리고 있었다.
어른 [어ː른] [명사]
1. 다 자란 사람. 또는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
2. 나이나 지위나 항렬이 높은 윗사람.
3. 결혼을 한 사람.
내가 과연 어른인지 국어사전의 정의대로 짚어봤다.
다 자란 사람인 건 맞다. 가끔은 더 자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만약 '다 자란 사람'이 정신이 성숙한 사람이라는 뜻을 함축하고 있다면? 나는 아직 어른이 아닌 것 같다.
두 번째 '나이나 지위나 항렬이 높은 윗사람'에 해당될까? 물론 대학교 후배들에게는 그럴지 몰라도 내 위로 수많은 어른들이 계신다. 부모님에게도 아직 어린 애다.
세번째 결혼을 한 사람이냐 하면은 아직 미혼이다. 자식을 낳아봐야 어른이 되고, 부모님 속을 안다는 말을 많이 들은 것 같다.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살아가면 어른이 될까? 그건 아직 모르겠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긴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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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 책임지지 못할 일을 벌리기도 하고, 책임지지 못할 말을 하기도 한다.
자기 일에 책임을 진다는 것은 참 어려운 것 같다.
뉴스를 보면 연세 지긋하신 분들도 가끔은 자기 일에 책임을 지지 못하는 걸 보면 말이다.
그러고 보니 나는 아직 다 자라지 못했다.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
과연 어른이란 뭘까?
막연하게 생각했던 '어른'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려니 막히는 게 한 두가지가 아니다.
'혹시 한평생을 산다고 해도 어른이 되지 못하면 어쩌지'하는 생각도 싹튼다.
그때가 되도 어른이기도 하고, 아이이기도 한 '어른아이'인 것은 아닐까?
갑자기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다.
성년의 날은 '사회인으로서의 책무를 일깨워주며, 성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부여하기 위하여 지정된 기념일'이라고 한다. 아무튼 오늘 성년의 날을 기쁘게 맞이 할 이 땅의 모든 청춘들을 축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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