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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절이야기&노하우/좌충우돌 취업이야기

청춘인문학과 어벤져스 그리고 데미안



어벤져스



몇일전 극장에서 영화 '어벤져스'를 보며 오래간만에 동심으로 돌아갔습니다. 지구를 악의 무리로부터 구하는 영웅들을 보며 통쾌하면서 카타르시스를 느꼈습니다. 어렸을 적에는 참 슈퍼맨, 바이오맨, 후뢰시맨이 되고 싶어 안달이 났었죠. 집에 있는 옷서랍장에서 빨간 보자기같은 것을 꺼내 슈퍼맨처럼 목에 휘둘렀던 기억도 나고요. 그러다 논바닥에 훅 던져놓고 그걸 찾는 어머니께 모른다고 발뺌했지요. 


그런데 지구의 영웅이 되고 싶었던 그때의 황당무계한 꿈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그 많던 슈퍼맨들은 어디로 갔을까?


정지우씨의 책 <청춘인문학> 163쪽 이 구절을 읽다가 제 모습을 돌아보며 든 생각입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꿈'이라는 것도 진정한 의미에서는 삶과 관련된다. 근래에는 '꿈'이라고 하면 반드시 사회적 성공과 연관되지만, 어릴 때만 해도 우리의 꿈이 꼭 그런 건 아니었다. 꿈은 엄밀히 말해 '성공의 목표'가 아니라 '우리 자신'과 가장 잘 어울리는 삶이며, 우리가 그 속에서 가장 만족할 수 있는 마땅히 우리가 살아나가야 할 삶의 모습이다."


아무래도 저자가 위 문장에는 사회적 성공에만 치우쳐있는 꿈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있을 겁니다. 제가 슈퍼맨 등의 예를 들며 좀 극단적으로 표현했습니다만, 어렸을 적에는 그 어떤 꿈을 꾸더라도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죠. 또 그때의 꿈은 꿈 그 자체였지 사회적 성공이나 대가를 바라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청춘 인문학

저자
정지우 지음
출판사
이경 | 2012-04-19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청춘을 넘어 현대인의 문제를 끌어안는 삶의 해답을 제시한다!『청...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하지만 요즈음 우리 청춘들은 사회적인 성공과 주변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합니다. 더군다나 20대가 꾸고 있는 꿈은 거의 좋은 직장에 들어가고 싶다는 다소 김빠지는 내용들이 많습니다. 취업도 어려운 판에 현실적이지 않은 꿈은 사치가 되고 있는 것이죠. 실체없는 꿈을 쫓기 보다는 보다 눈앞에 주어진 현실을 쫓고 있습니다. 취업과 관련되는 스펙을 쌓지 않으면 왠지 불안하고 뒤쳐지는 것 같은 느낌에서도 자유롭지 못합니다. 


추석이나 설날 같은 명절때 어른이 뭘하고 싶냐고 물어오면, 대부분 대기업에 들어가거나 공무원이 되겠다는 답으로 어른들을 안심시킵니다. 어른들 혹은 사회가 원하는 모습에 자기 자신을 구겨넣고 답을 하는 것이죠. 또 대기업에 들어가거나 안전한 직장을 얻는 것이 잘못된 것이 아니기에, 또 자신의 친구들도 다 그렇게 하고 있기에 쉽게 자신과 타협할 수 있습니다.



데미안의 이 구절은 현실에선 이렇다


그러면서 수많은 청춘들이 자신의 가능성과 꿈 그리고 미래를 하나의 알속에 가둬놓고 맙니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 나왔던 다음과 같은 구절을 기억하십니까?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그런데 요즈음 청춘은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하는 게 아니라 똑같은 외형의 알속으로 들어가려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또한 예외는 아닙니다. 그래야지 안전하고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다는 안도감을 느끼는 것일겁니다. 알을 깨고 나오려는 것이 아니라 그 '알'이 되는 것 자체가 삶의 목표가 되고 있습니다. 그 '알'은 아까도 말했다시피 남들에게 부끄럽거나 꿀리지 않은 반듯한 직장과 사회적 지위 등이 되겠지요. 대학교에서는 좋은 학점, 어학연수, 외국어 점수, 기타 취업과 관련된 스펙토리(스펙+스토리)가 그 '알'이 되겠지요.



달걀



'20대 청춘은 똑같은 모습의 알에 들어가려고 타협한다. 알은 세계다. 현실을 살아가려는 청춘은 하나의 세계에 들어가서 안도의 숨을 쉬어야 한다.'


주변의 친구들을 보면 거의 가고자 하는 기업과 직무만이 다를 뿐 나머지의 모습들은 비슷합니다. 저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안타깝게도 저도 그 '알'에 들어가려고 애쓰고 있으니까요. 하고자 하는 꿈은 불투명하지만 하고싶은 분야는 있다는 것이 불행중 다행일런지요. 어쩌면 그렇게 알에라도 들어가는 것이 20대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곳에서 나름대로의 행복을 찾기위해 발버둥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것말고는 우리 청춘이 행복을 찾을 수 있는 다른 대안이 있을까요? 대안을 제시해주지 않는데 그저 20대의 순간을 보내고 있다고 해서 '꿈을 꾸고, 도전하고, 실패해 보라'라고 말하는 것도 무책임한 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그 알의 일부분을 깨트린다면?


한편, 다음과 같은 문장이 청춘에게 라이트 훅처럼 파고든다면 그 알은 살짝 휘청거리거나 조금씩 부숴지지 않을까요?


"자기가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할 때 가장 즐거울 수 있는지 고민하고 찾아보려는 이들은 드물다.(중략)사회에서 말하는 '꿈'은 인생을 걸고 매달릴 수 있는는 단 하나의 직업적 목표를 말한다. 그 목표에 모든 걸 헌신해서 이루어내고 싶은 어떤 꿈을 발견하라는 것이다. 그라나 우리가 '만족'할 수 있고, 어디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는지 탐색하는 일이 반드시 직업적 목표를 찾는 일이어야 하는 건 아니다."

- 청춘인문학, 35쪽-


그런데 직업적 목표도 없고, 꿈도 없는 경우 청춘은 불행합니다. 또 20대에 직업적 목표를 찾는 것이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을 때도 있습니다. 직업적 목표를 이루어도 행복하지 않는 경우는 또 어떨까요? 그럴 때는 어떤 허허로움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좋은 직업도 찾고, 돈도 벌어야하고, 행복도 찾고, 꿈도 찾아야 하는 청춘은 흔히 말하는 것처럼 아름답지 않고 각박한 모습일겁니다. 이는 20대뿐만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겠지요.


우리는 그저 현실이 시키는 대로,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살다보면 인생의 진정한 답이 주어지리라고 막연히 믿으며 살아가지만, 중년의 어느 순간에 깨닫는 건 결국 '여기까지 떠밀려왔을 뿐'이라는 인식이다.

- 청춘인문학, 35쪽 -


저는 중년의 순간에 어떤 인생의 답을 깨닫게 될지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분명한 것은 지금 이 순간의 나도 떠밀려가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파도



모르겠습니다. 중간에 그 알을 나오려고 일부분을 조금씩 깨트리게 될지요.  그 일부분을 깨트려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똑바로 서고자 노력하게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시간이 흘러 알을 깨고 나온다고 하더라도, 그안에 들었던 저는 아무리 잘되어도 후라이팬에 익힌 계란 후라이가밖에 될 수 없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나이가 들어 알을 깨고 나온다고 해도,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특색없고 평범해 보이는 삶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알을 깨고 나오지 못해, 그 안에서 삶은 계란이 되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떨어트려도 그나마 잘 깨지지 않는 사회적 지위와 직업을 가진 사람이 말이지요. 그러면서 그 알은 세상을 훨훨 날아 다닐 수 있는 한 마리의

새를 품고 있었다는 사실을 까마득히 잊고서, 나는 그저 알일뿐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살지도 모릅니다.


물론 그 '알'이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잘 된 것도 아닐테지요.  '훨훨나는 새'가 될 수 있는 가능성과 꿈 그리고 미래가 삶은 달걀이나 계란 후라이 정도로만 살아가고 있다는 아쉬움과 한탄때문에 말이지요. 지금 깨트리지 않으면 쉽게 깨트리지 못한 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등대같은 책, '삶'이라는  배의 선장은 나 자신


책<청춘의 인문학>을 읽다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내 자신이 알을 깨고 나오는 것이 아니라, 알속으로 들어가려고 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것을 멈추고 알을 깨고 나온다고 해서 인생의 행복이 기다리고 있을지, 그 알에 들어가서도 행복을 찾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꿈 꾸던 일을 하던, 그렇지 않던 삶의 행복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 책은 우리 청춘들이 각자 삶의 만족과 행복을 찾을 수 있는 해답을 찾을 수 있도록 등대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 등대를 보고 '삶'이라는 이름의 선장이 되어 각자의 '행복'이라는 육지에 닿는 것은 온전히 자기 몫일 겁니다. 이 책은 '청춘이여, 이것을 해라, 저것을 해라'라고 명령하지 않습니다. 자기계발서적처럼 청춘들의 성공사례가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저 각자 답을 찾을 수 있도록 현재 청춘이 처한 사회적인 상황들을 요목조목 분석해 주고 있습니다. 


'~을 해라'라고 청춘을 다그치는 다른 '청춘'관련 자기계발서적들에 지치셨다면 이 책을 권합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큰 일 날 것 처럼' 행동에 바로 옮기길 재촉하지 않고, 충분히 사색할 수 있는 시간을 주며 배려하는 책이니까요.


다만 다소 요즘 책들같지않은 책 디자인, 빈약한 저자소개 그리고 눈을 즐겁게 할만한 내용속의 사진활용 등은 부족해 보이는 책입니다. 마음이 정화되는 풍경사진들이 중간 중간 포함되면 어떨까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런 점들을 보완한다면 더 좋은 책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경 출판사에서 선물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