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인문학, 돈 한푼 없어도 얻을 수 있는 것은?
김찬호 교수님의 책<돈의 인문학>을 읽었다. 책 뒷표지에 쓰인대로 '인문학적인 사유로 풀어낸 돈과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은 책이다.
'돈은 인류가 만들어낸 매우 희한한 발명품이다. 그것은 외부 세계에 있는 객관적인 제도이면서, 동시에 인간의 마음과 존재에 심층적으로 얽혀 있는 에너지이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 돈이 우리의 삶 속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캐묻고자 한다.'
- 7쪽 -
이 책을 왜 쓰셨을까 살펴보니 7쪽에 잘 나와있다. 책을 읽으며 이런 질문을 던졌다. 돈은 과연 나의 삶속에서는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 것일까?
오랜만에 친구들과 만났을 때 '돈'은 나 자신을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다. 지갑에 돈이 두둑히 있으면 '무엇을 하자'고 자신있게(?) 말하는 경우가 많다. 무엇을 하든 낼 돈이 있으니 마음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아주 어렸을 때는 친구들과 만나 놀 때 '돈'의 있고 없음의 비중은 작았다. 하지만 어른이 될수록 '놀이' 에 '술'이 빠질 수 없고 2차, 3차는 기본으로 가기에 '돈'의 비중을 무시할 수 없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어렸을 때처럼 돈 안들이고 구슬치기나, 딱지, 숨바꼭질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
반대로 돈이 없으면 가만히 침묵을 지키고 눈치를 살필 때가 있다. 그리고 마음상태는 불안불안하다.돈이 아예 없을 때는 모임에 나가기가 꺼려질 때가 있다. 얻어먹는 것도 한 두번이요. 돈이 없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도 한 두번이다.
'돈은 없어도 있는 척, 있어도 없는 척'하라는 말이 있지만, 무엇이 되었든간에 돈은 있으면 좋지 않은가?
돈이 아주 없을 경우에는 그냥 핑계대고 일찍 들어갈 때도 있다. 이럴 때 친구가 눈치채고 '내가 낼께'하고 말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도 한 두번이지 마음에 빚으로 남는다. 철면피깔고 매번 돈 안내고 얻어먹을 수도 있겠지만, 그러다 친구들 사이에서 욕먹기 쉽상이다.
이렇듯 돈은 온갖 생각을 하게 만드는 복잡한 것이기도 하고, 지갑에 두둑히 있으면 마음 편하게 만드는 요상한 녀석이다.
불행중 다행인 것은 돈이 한 푼도 없어도 얻을 수 있는 게 있다는 사실이다. 책속에 나온 (2)번 질문에 대해 이렇게 적어 보았다.
공기, 미소, 푸른 하늘, 별빛, 사랑, 우정, 신뢰, 배려, 친절, 꿈.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책을 읽을 때는 막상 위와같이 적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위의 것들은 결코 돈 한푼 없이도 얻을 수 있다고 말하기에는 뭔가 개운치 않다. 돈이 없어도 얻을 수도 있겠지만 결코 그것이 쉽지는 않다.
예를 들어 사랑을 하는 것도, 우정을 쌓는 것도, 신뢰를 쌓는 것도 돈 한푼 안들어갈지 몰라도 오랜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기때문이다. 어떨 때는 그렇게 해도 얻지 못할 때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돈 한푼 없이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있다고 해도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니다.
더불어 참 웃기게도 그 과정에서 밥먹기, 술먹기, 선물하기 등 돈이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 돈 한푼 없이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 '꿈'조차도 자기계발에 투자하는 비용을 고려할 수 있다. 꿈꾸는 건 돈 한푼 안들이더라도, 꿈을 이루는 과정에서는 '돈'의 투자가 필요하기도 하니깐 말이다. 하물며 사랑은 어떠랴. 마음을 주고받는데서 시작하지만 사랑을 깊게 하는데에 있어 각종 기념일, 선물, 데이트 비용등을 넣지 않을 수 없다. 처음엔 '사랑'을 돈 한푼 없이 얻을 수는 있겠으나 지속해나가는 과정에서는 돈이 들어갈 때가 있다.
물론 이러한 추상적인 사랑, 우정, 신뢰를 얻는데 '돈'이 크게 좌지우지하지는 않을 것이다.(아닌가..사람에 따라 다르려나...크게 좌지우지 하는 경우도 있으려나..안타깝게도 있다..생각해보면^^;;;) 그럼에도 뭔가 개운치 않다.
위 처럼 돈' 한푼 없어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들 중에서 '돈'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경우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미소'같은 경우 돈 한 푼 없어도 얻을 수도 있지만, 돈 한 푼이 없어서 잃어버릴 수 있다.
공기, 미소, 푸른 하늘, 별빛, 사랑, 우정, 신뢰, 배려, 친절, 꿈.
그렇다고 이렇게 '돈 한푼 없어도 얻을 수 있는 것들' 목록에서 지워나가야 할까...ㅜ 그러고 싶지는 않은데..
돈 한푼 없어도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사람의 모든 욕구와 행복을 채워주지 않는 다는 점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
다. 돈 한푼 없어도 얻을 수 있는 것들로 욕구가 충족될 수 있지만 돈 한푼이라도 들여서 얻고 싶은 것들을 얻어야지 욕구가 충족될 수도 있다. 때로는 아이스크림, 과자, 아이패드, 아이폰, 게임기, 연극표, 콘서트 표 등 돈을 들여서라도 얻고 싶은 것이 우리 삶에는 많이 있기 때문이다.
돈은 또 두 가지 생각에 빠지게 한다.
1. 돈 한 푼 없어도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있긴 한데, 그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점. 우정? 꿈? 사랑?
겪어보면 알겠지만 얻기가 쉽지 않다는 점.
2. '돈 한푼 없이 얻을 수 있는 것이 있다'고해서 그것이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지 않는 점.
그것을 돈 한푼 없어도 얻지 못할 수 있을 가능성도 있다는 점.
차라리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들중에 얻고자 하는 것을 찾는 것' 이 나쁜 선택이 아닐 수 있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복잡하다. 나도 생각이 완전하게 정리된 게 아니다.
책<돈의 인문학>을 읽고 이렇게 머리가 어지러워질 줄은 몰랐다.
저자는 비슷하지만 뉘앙스가 다른 질문을 2번 더 묻고 있다.
3) 돈을 아무리 많이 준다고 해도 마음이 없으면 줄 수 없는 것들은 무엇인가?
4) 돈을 한 푼도 받지 못한다 해도 기꺼이 줄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인가?
이에 대한 질문을 깊이 생각하자면 또 머리 아플 것 같다.
그래도 각자 시간을 내서 한번쯤 생각해보는 것도 좋으리라.
돈이 우리 삶에 필요하지만, 돈으로부터 우리 삶의 가치들을 지켜야할 순간도 분명 찾아올 것이므로.
저자블로그 : http://blog.naver.com/aloha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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