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토데이의 <사막에서 연어낚시>, 재미난 설정이 돋보이는 작품
사막에서 연어낚시를 할 수 있을까? 폴 토데이는 소설 <사막에서 연어낚시>를 통해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불가능해 보이는 이 질문을 던진다. 이 소설은 어류학자 존스 박사가 뜬금없이 '사막에서 연어낚시 프로젝트' 참가 제의를 받으면서 시작된다. 존스는 처음엔 완강히 거절했지만 이 프로젝트를 통해 영국군의 오폭사건을 덮으려는 정치권 관계자들의 압력에 못이여 참여하기로 결심한다. 그는 사막에서 연어낚시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데에 있어 과학적인 자문을 해주는 역할을 맡게 되고, 의뢰인인 예맨 족장을 만나고 나서는 족장이 연어낚시를 추진하려는 뜻에 감명받아 더 열심히 추진하게 된다.
작가는 '사막에서 연어낚시를 할 수 있을까'라는 호기심 어린 질문을 던지고, 긴장감을 조성하는 사건들을 연달아 배치하면서 독자들을 소설속으로 빨아들인다. 특히 과학계의 입장, 정치계의 입장 등 다양한 관점에서 프로젝트의 타당성을 논리적으로 살펴보는 점은 마치 독자로 하여금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당사자가 되도록 만든다.
읽다보면 사막에서 연어낚시하기는 불가능하지 않고 가능한 일일 수 있겠다는 상상을 하게 한다.
이러한 황당무계한 프로젝트가 진행될 때 실제로 어떤 입장차이가 발생하게 될지 소설속 인물들의 생각들을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운 요소다. 이 지점에서 작가는 정치풍자 가득한 문장으로 독자를 즐겁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 작품이 왜 최고의 코미디소설에게 주는 볼린저 에브리맨 우드하우스 상을 수상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소설속에서 정치계는 영국과 중동지방이 연어낚시를 통해 긴밀한 관계를 맺게 될 것이라 는 납득하기 여러운 주장을 하게 되는데, 이 부분은 작가가 의도적으로 정치권을 풍자한 대목인 것 같다. 대의명분만 그럴싸하다면 그 어떤 황당한 프로젝트도 진행시키고 마는 정치권의 뇌속을 들여다보는 듯하기 때문이다.
한편, 이 프로젝트의 의뢰인인 예맨족장은 정치계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저 자신이 추진하고자 하는 프로젝트에 대한 '믿음'을 보내고, 사막에서 연어낚시를 할 수 있다는 '기적'을 꿈꾸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존스박사가 족장에게 감화되어 사막에서 연어낚시 프로젝트를 끝까지 추진하고 보람을 느끼게 만든 원동력이 되었다.
예맨족장이 이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이유는 이해타산에 얽매이고 계산적인 정치권의 이유와는 사뭇 달랐다. 그저 '사막으로 둘러 쌓인 자기네 나라에서 연어낚시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염원과 그럴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러면 예맨에 살고있는 모든 사람들이 계급과 차별을 넘어 낚시 하나를 통해 함께 어우러지는 꿈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족장이 원한것은 정치적인 쇼가 아니라 '평화'였다.
"신이 원하신다면 여름에 내리는 비가 건곡을 가득 채울 테고, 우리는 대수층에서 물을 끌어올릴 수 있을 테고, 연어는 강을 노닐게 될 거요. 그러면 내 국민은 사이드, 눅카, 잣즈르 할 것 없이 모든 계층, 모든 종류의 사람이 강둑에 나란히 서서 연어를 잡게 되겠지. 그렇게 되면 사람들의 본성 역시 바뀔 것이오. 모두 이 은빛 물고기의 매력에 사로잡히고, 박사가 그렇듯이, 또 내가 그렇듯이, 그 물고기와 그 물고기가 헤엄치는 강을 완전히 사랑하게 될 것이오."
-74,75쪽 족장의 말中-
존스박사는 족장의 이런 생각과 연어낚시 프로젝트의 진정한 본질을 차츰 깨달아가면서 스스로도 변화되어 갔다. '믿음'을 가지고 기적을 일궈나가는 과정의 소중함에 대해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소설 끝에 다음처럼 이야기했는지도 모른다.
"지금 제게 어떤 일이 벌어졌건 한가지 변할 수 없는 사실이 있습니다. 연어 프로젝트가 제 인생 최고의 업적이라는 사실 말입니다."
-394쪽 존스박사의 말 中-
존스박사에게도 '사막에서 연어낚시 프로젝트는'는 그저 정치적인 쇼가 아니라 삶을 변화시킨 기념비적인 사건이었던 것이다.
소설<사막에서 연어낚시>는 단순히 정치풍자 코미디소설이 아니라, 우리 삶속 어떤 불가능한 일들도 실현시킬 수 있는 '믿음'과 갈등을 넘어선 '평화'라는 메세지도 함께 전해주고 있다. 그럼에도 개인적으로는 '사막에서 연어낚시 프로젝트'가 실제로 벌어지기를 바라지 않는다. 인간의 욕심때문에 환경파괴를 비롯해 연어들에게도 몹쓸 짓을 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Salmon Fishing in the Yemen'이라는 책제목 그대로 영화화되기도 했다니 영화로도 한번 보고 싶다.
한국경제신문 출판법인 한경BP에서 선물받은 책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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