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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노트

책<한국전쟁통신>, 프랑스종군기자가 발로 뛴 6.25전쟁 기록

by 이야기캐는광부 2012. 8.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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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한국전쟁통신>, 프랑스 종군기자의 발로 뛴 기록



책<한국전쟁통신>은  세르주 브롱베르제, 필로프 도디, 장 마리 드 프레몽빌, 앙리 드 튀렌 이 네 명의 프랑스 종군기자의 눈으로 보고 느낀 6.25전쟁에 대한 기록이다. 이들 네명은 전쟁기간동안 AFP통신사 종군기자단으로 활약하며 2만 킬로미터쯤이나 되는 거리를 발로 뛰어나니며 취재했다고 한다.


책속에는 인천상륙과 서울수복, 북진, 중공군 개입 등의 전쟁상황이 현장감있게 묘사되어 있어서 한편의 소설을 읽는 것처럼 흥미진진하다. 포탄이 오고가는 현장을 헐레벌떡 뛰어다니며 취재했을 그들의 모습이 자연스레 그려지고,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긴박감이 손끝에 전해지기도 한다. 어떤 대목에 이르러서는 종군기자들까지의 내면 심리까지 기록해 놓아서 전쟁을 보다 한 개인의 입장에서 들여다 보게 해준다. 


"대구의 대로가 돌연 공황에 빠졌다. 나는 진흙투성이의 길에서 가방과 타자기를 집어 들고 달렸다. 대구 주민들은 점포 좌판 앞이나 문간에 꿈적도 않고서, 이른 아침에 트럭들이 붕붕대다가 텅 빈 도로를 혼자 뛰어가는 나를 쳐다 보았다."

- 84쪽 - 






특히 이 책의 좋은 점은 중간 중간 쉽게 볼 수 없을 전쟁 사진들을 수록해 놓았다는 점이다. 빽빽한 글을 읽다가 지루할 때쯤 50여페이지나 되는 사진들이 눈을 번쩍 뜨이게 해준다. 불과 60여년전에 우리나라가 이런 참혹한 전쟁을 겪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그들의 소중한 기록정신때문에 오늘 날 한권의 책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이 감사할 따름이었다. 이 책 곳곳에서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는 전쟁의 한 단면은 그때의 전쟁상황이 얼마나 급박하고 두려움을 가져다 주었을지 짐작하게 만든다.


"우리는 결국 추위에 얼어붙었는지, 잠에 떨어졌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채로 잠깐 눈을 붙이고 한숨을 돌렸다. 그런데 매우 강력하고 거친 폭음이 우리를 깨웠다, 우리는 펄쩍 놀라 깨어나 땅바닥에 코를 쳐박고 서로를 바라 보았다. 포탄이 본부 한쪽에 떨어지면서 부연대장의 등과 지대장의 두 다리를 자르고, 중위 하나와 보초 둘에게도 부상을 입혔다. 작은 파편 한 조각은 연대장의 코를 아슬아슬하게 스치면서 살짝 베고 나갔다."

- 130쪽-







기자다운 디테일한 묘사는 김일성 저택 방문을 기록한 부분에 이르러 꼼꼼함에 놀라게 된다.


나는 김일성의 저택을 찾아갔다. 텅비어 있었다. (중략)

식당에는 깨진 접시와 자기들이 남아 잇었다. 작센 지방의 유명한 마이센 제품이다. 독일 점령지에서 돌아온 소련군 장교가 내놓은 선물인 듯하다. 서재에는 유화로 그린 스탈린, 몰로토프, 레닌의 초상화가 걸려 있었다. 책장에는 신문 뭉치, 소련책자, 몇 권뿐인 한국 책이 있었고, 마당에는 보드카와 소련 '샴페인'의 빈병이 굴러다녔다. 별채에는 그가 개인적으로 보관한 모자들이 있었고, 그 뒤로는 짚신들이 보였다.

-219쪽-



이 책의 더욱 놀라운 점은 전쟁이 한창 벌어지던 1951년에 르네 쥘리아르 출판사를 통해 세사에 나왔다는 점이다.  6.25전쟁의 상황을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알린 책이라고 하니 우사인볼트급 출판이 아닐 수 없었다. 프랑스에서 그해의 뛰어난 '기록문학'에 수여하는 '알베르 롱드르 상'을 수여하기까지 했으니 당시 이 책의 가치는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전시상황이 되면 종군기자 빼고는 전쟁의 상황을 기록할 틈이 없을 것이다. 눈앞으로 날라드는 총알을 피하기도 바쁠텐데 기록할 시간을 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이런 종군기자의 기록물이라도 있기에 전쟁을 보다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여지를 갖게 된다. 자칫 단편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6.25전쟁을 보다 폭 넓은 시각에서 들여다보게 해준다는 점에서 이 책은 충분히 가치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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