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강제윤씨는 2006년 가을부터 한국의 사람사는 섬 500여 곳을 모두 걷겠다는 목표를 잡았다.
그 결과물이 책 <섬을 걷다>와 <그 별에 나에게 길을 물었다>로 발간되었는데 그중 후자의 책을 읽게 되었다.
책에는 시인이 직접 찍은 섬 사진들과 섬에서 보고 느낀 것들이 수필처럼 담겨 있다. 책을 읽으며 놀란 것은 우리나라에 이렇게 멋진 섬들이 많았나 하는 것이고, 우리나라 섬이 4,400개가 넘는 다는 사실이었다.
신안 가거도, 신안 만재도, 신안 도초도, 진도 독거도, 군산 선유도, 군산 무녀도, 당진 대난지도, 당진 소난지도, 통영 한산도, 강화 교동도, 옹진 대청도, 옹진 소청도, 강화 백령도, 안도 당사도 등등.
책에 나오는 섬들은 그 이름만큼이나 개성있는 모습과 이야기들을 품고 있었다.
시인은 그런 이야기들을 시인 특유의 감성적인 시각으로 하나 둘 펼쳐 보인다. 천천히 읽다보면 직접 섬을 걷고 있는 듯한 기분도 들고, 이 섬은 꼭 가봐야지 하는 여행계획도 세우게 된다. 돋보기로 작은 글씨를 들여다보듯, 시인의 시선은 우리나라의 작은 섬들을 세세하게 들여다본다. 섬을 다닐 때마다 사람, 풍경, 동식물 들을 놓치지 않고 챙긴다. 강시인의 마음은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우리나라 섬의 아름다움이 너무도 많은 것이다.
책에 나온 이야기중 나를 깨우쳐준 이야기는 이것이었다. 저자의 서문에 등장하고 있는, 옹진군의 울도로 가는 여객선에서 만난 선장님의 말씀이다.
"섬에 내리거든 한 번 찬찬히 들여다 보세요. 곳곳에 수만년 동안 변하고 변한 모습, 바람이, 파도가, 안개가, 소금기가 깎아 놓은 조각품들이 즐비해요. 사람들은 자기들이 만든 것은 겨우 백 년 밖에 안 된 것도 문화재라고 귀하게 여기면서 수만 수억 년 동안 자연이 깎아 만든 조각품은 하찮게 여기거든. 개발한다고 함부로 파괴해 버리고..."
- 13쪽 서문, 옹진군의 울도로 가는 여객선의 선장님이 하신 말 -
그렇다. 우리는 자연이 만든 것은 훼손하기 바쁘고, 우리가 만든 것은 애지중지 하며 돌본다. 강시인의 이 책을 읽다보면 자연이 수만년 수억년 동안 만들어 놓은 우리나라 섬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솟는다.
책을 다 읽을 때쯤에는 그 풍경이 무척 아름답다는 신안 홍도에 꼭 여행가고픈 마음도 뭉게뭉게 피어 올랐다.
배를 타고 홍도 33경 바위섬 곁을 모두 지나고 싶었다. 예전에 필자의 아버지가 홍도여행을 가셔서 배위에서 담아온 사진을 본 적이 있다. 그곳에 가서 아버지와 비슷한 포즈로 바닷바람을 쐬며 사진을 찍고 싶다.
▲ '가수 박강수&강제윤 시인 여행콘서트'에서 만난 강제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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