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글에 쓰이는 이미지는 네이버 영화에 있는 '파수꾼'의 스틸컷입니다. 글의 내용에 따라 꾸몄습니다.^^;
1. INTRO - 수능의 추억
2013 수능도 얼마 남지 않았다. 대한민국 학생들중에서 수능에 대해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수능처럼 신장, 간, 심장, 위장이 벌렁벌렁 떨리는 순간이 또 있을까. 부처님도 19살의 나이에 수능을 보신다면 평점심을 유지하실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수능은 어린 나이에 맞이하게 되는 극도로 긴장되는 시험이 아닐 수 없다.
2. 수능은 추억이 아닌 거지같은 현실
수능은 '고등학교'라는 울타리에서 스스로 혹은 반강제적으로 습득한 공부내용들을 평가받는 자리이자, 그 점수 결과가 어떻게 나오건 개인별로 냉정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냉혹한 현실 그 자체다. 그동안 고등학교의 교육과 선생님들의 가르치는 수준이 좋았거나 나빴거나, 수능을 보고 결과가 나오는 순간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스스로가 고독하게 짊어지고 가야한다. 수능점수가 나오면 친구의 기쁨이 나의 기쁨이 결코 될 수 없고, 나의 슬픔이 친구의 슬픔이 결코 될 수 없다.
몇몇 학생의 수능점수가 잘 나오면 학교는 자신들의 공이 대부분인냥 그 결과를 교문위에 자랑스레 현수막으로 내건다. 어느 학생의 점수가 안 나오면(전교 학생중 반절이상이 그럴진대) 거들떠 보지 않는 침묵 혹은 '점수에 맞춰 가라'는 조언 반 무책임 반이 섞인 말이 준비되어 있을 뿐이다. 또 어찌어찌해서 대학교에 간다고 해서 그 대학교라는 곳이 책임감있게 교육과 멘토역할을 해주는 곳이냐 하면 막상 그렇지도 않다. 돌이켜 보면 맥빠지는 한국의 교육 풍경이 아닐 수 없지만, 여기서는 대학교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으련다.
3. 수능 점수가 나온 날, 그저 웃지요
수능시험 점수가 나온 날, 점수가 잘 안 나온 학생 개인은 억울하면서도 착잡하고 어디에다 하소연 할 데 없는 울화통속에 빠진다. 주변 친구 몇몇과 내가 그랬다. 하하. 어디다 하소연을 하고 싶은데 그 점수가 순전히 내 책임이라는 생각이 때문에 혼자 슬픔을 꾸역꾸역 삼킬 뿐이다. 교장선생님을 찾아 갈 수도 없고, 선생님에게 따질 수도 없다. 아까 말했다시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스스로가 져야하니깐 말이다. 또 학교나 선생님들이 자신들의 지난 교육과정을 돌아보며, '너의 점수가 그렇게 나온 것은 우리에게도 분명 책임이 있다'며 위로의 말을 한 마디 건네 주실까. 그렇지도 않다. 크크크.
'그렇게 학교 교육과정을 통해 공부를 시켰는데, 공부를 하지 않은 것은 네가 아니냐'라고 말한다면 딱히 할 말도 없는 이 돌아 버리는 상황을 '수능'은 만들어 낸다. 집에서는 '그러니 진작에 공부좀 하지 그랬어'라는 직격탄이 날라 온다. 이와 함께 고등학교 때 꾸었던 저마다의 '꿈'들이 짐을 싸고 한국을 날아올라 지구를 탈출해 안드로메다를 향해 훌쩍 떠나 버는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이후 다시 꿈을 찾고 소환하는 것은 가능하나 쉽지 않고, 또 각자의 몫이자 많은 노력을 들여야 한다.)
수능은 다가오는 겨울을 그 어느 때보다 잔인한 계절로 만든다.
4. 거지같이 나온 수능 점수에 대한 대처
점수는 이미 나왔고 이제는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 엎질러진 국물이요 오줌이다.
물론 평소대로 수능 점수가 잘 나왔거나, 공부를 많이 안했는데 수능 당일 대박친 친구들은 4번째 파트를 읽을 필요가 없다. 이런 친구들은 가족, 친지, 학교에서 자동적으로 알아서 격하게 축하해 주니 여기서는 굳이 말하지 않으련다. 기분도 꿀꿀한데 친한 친구가 아닌 이상, 애써 전화를 걸어 그 친구를 축하해 줄 필요는 없다. 크크.
그 시간에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는 게 낫다. 대부분 두 가지 선택을 한다. 하나는 울며 겨자먹기로 아무 대학이나 가는 것이고, 하나는 재수를 결심하는 것이다. 간혹 충동적으로 군대를 지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만약 재수를 결심했다면, 불쌍한 얼굴로(?) 어머니 아버지께 재수를 하겠다는 단호한 결심을 보여주어라. 이때 화를 내며 집을 뛰쳐 나가거나 짜증만 내서는 전혀 상황이 해결되지 않는다. 오버를 좀 하자면 부모님께 재수계획을 논리적으로 말씀 드리고, 재수할 수 있는 자금을 확보하는 게 현명한 길이다. 점수가 충격적이다고 충동적으로 세상을 등지는 일은 제발 하지 말기를. 지나고 보면 수능을 잘 본 친구도 못 본 친구도 다 고만고만하게 살아가니깐 말이다. 19살엔 수능이 인생의 전부인 것처럼 들리지만, 지나고 나면 인생의 일부일 뿐이니 말이다.
참, 마냥 재수를 한다고 해서 인생이 더 나아지기란 쉽지 않다. 치열한 노력으로 원하는 대학을 확실히 잡고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여전히 터턱댈 뿐.
(또 질질 짜며 우울한 시간만 보내지 말고, 그 시간에 운전면허라도 따 놓기를. 나중되면 운전면허 따는 일이 엄청 귀찮다. 시간이 지나보면 알 것이다. 크크크. )
5. 수능의 안타까운 점
교육자가 아닌 일개 청춘이지만 수능을 돌이켜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수능은 점수가 거지같이 나온 학생들을 공중에 붕 떠버리게 만들어 버린다는 생각이다. 학교에서 요구하는 공부는 못해도 운동을 잘하는 친구, 춤을 잘 추는 친구, 그림을 잘 그리는 친구, 글을 잘 쓰는 친구, 발명을 잘하는 친구, 악기를 잘 다루는 친구, 노래를 잘 다루는 친구 등등 저 마다의 재능과 그릇은 다를 것이다.
하지만 학교교육은 이러한 여러가지 재능들을 살려주지 못하고 '학교공부'라는 똑같은 틀에 가두어 버리기에 바쁘다. 공부에 흥미가 없지만 다른 것을 잘 하는 친구들은 낙인찍히고 손해보는 시간이 아닐 수 없다. 그러다 똑같이 '수능'이라는 것이 수만 수험생들의 삶에 훅 들어온다. 공부를 잘하는 친구들은 수능에게 어퍼컷을 날리지만, 많은 친구들이 얻어 맞고 쓰러지고 좌절한다.
그러다 방황하고 어떻게 삶을 꾸려나가야 할지 갈피를 못잡는다. 저 친구보다 공부는 못해도 분명 잘하는 점이 있디고 믿었음에도, 그 친구의 좋은 대학합격소식은 이내 스스로를 초라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런 자식에 대해 부모도 서운하고 답답한 마음을 감출 길 없다. 부모님들도 하루 벌어 먹고 살기 바쁘시고, 우리들을 키우느라 정신없다. 자녀의 재능대로 키워주기엔 여러가지 여력이 안되는 건 알지만 그래도 서로 서운하고 안타깝다. 우리 아들 혹은 딸이 최고야라고 늘 말하던 부모님도 낮은 수능점수가 나오고나서는 위로해주기가 쉽지 않다. 수능의 부작용은 누군가가 목숨을 끊게도 만들고, 꽃다운 청춘을 대충 대충 살아가게 만들기도 한다.
6. 2013 수능엔 정답이 있을지 몰라도 삶에 정답은 없다
그럼에도 재미난 것은 수능결과가 어찌 되었건 지금은 나름대로의 길을 찾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공부를 잘했던 친구들은 그 나름대로 길을 잘 개척해 나가고 있고, 공부를 못했던 친구들은 다른 쪽으로 눈이 틔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수능을 보고 나서 세상이 무너질 것 처럼 함께 고민했던 친구들은 나름대로 자기 삶을 꾸려 나가고 있고, 소주 한잔에 웃으며 수능의 추억(?)에 대해 이야기한다. 수능엔 답이 있을지 몰라도 삶에는 답이 없는 것 같다.
재수, 삼수를 해서 원하는 대학에 간 친구.
비록 좋은 대학이라고 불리는 곳에는 못 갔지만, 누구보다 빨리 적성을 찾아 사회에 진출한 친구.
좋은 대학을 졸업해서 좋은 직장을 얻은 친구.
대학을 졸업하고 또 다시 새로운 고민과 도전을 하고 있는 친구.
늦은 나이에 대학을 다시 간 친구.
좋은 대학에 갔지만 적성이 맞지 않아 방황하던 친구.
아직 대학교에 재학중인 친구.
직장을 갔다가 나와 새로운 도전을 모색하고 있는 친구.
한 교실에서 생활했던 지금 20대인 친구들은 이렇듯 각자의 길을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수능점수엔 순위가 있었을지 몰라도 각자의 삶과 재능에는 순위가 없었고, 저마다 소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술한잔 먹으면서 이야기 하다보면 수능점수가 내 인생 전부를 결정짓는 절대 점수가 아니라는 걸 깨닫는다. 사실 수능이 끝나고나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아직 어리고 젊은 순간이다. 고등학교때만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꿈을 꿀 수 있는 게 아니다. 20대에도 그런 꿈을 꿀 수 있다. 30대에도, 40대, 50대, 60대에도 그런 꿈을 꿀 수 있을 것이다.
7. 2013 수능을 보는 수험생분들에게
두서없이 수능의 추억을 늘어 놓았다. 수능의 추억은 슬프거나 기쁘거나 지워버리고 싶은 순간일 것이다. 그러다보면 수능은 추억이 아닌 현실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을지도 모른다. 어찌 되었건 수능 날짜는 다가 온다.
지구가 두 쪽 나지 않는 이상 어찌 되었건 시험을 봐야 한다. 내가 조언 할 수 있을 정도로 수능을 잘 본 것도 아니지만, 그저 수능을 3번 치뤄 본 사람으로서 다음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하고 싶다.
하나, 시험 중간에 포기하고 나가지 말기(그런 사람 꽤 있는데 말리고 싶다)
둘, 똥과 오줌은 미리 미리 싸두기(속이 편해야 문제도 잘 풀리더라)
셋, 아침밥 잘 챙겨 먹고 시험장에 들어 서기(아침 밥 먹어야 두뇌가 잘 돌더라)
넷, 공부를 안했더라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 문제를 풀기(자신을 믿고 당당하게)
다섯, 시험에 필요한 준비물을 혹여나 안 가져와도 주변 사람이나 감독관에게 차분히 도움 요청하기
여섯, 시험 전 날 숙면 취하기(수능 전 날 잠이 잘 안오는데 이거 꽤 중요하더라)
나머지 것들은 여러분들이 준비를 열심히 했거나 더욱 잘 알 것이다.
끝으로 유명한 명언을 패러디해서 이런 말을 하고 싶다.
수능은 80%의 그 동안 공부했던 것과 19%의 당일 컨디션과 1%의 있을까 말까한 운으로 이루어진다고. (그렇다고 퍼센트에는 연연하지 말기^^;)
[2013수능시험을 치르는 분들을 위한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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