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청춘 에세이/일상끄적

순대국밥 먹을 때

by 이야기캐는광부 2013. 2. 22.
반응형




순대국밥이 나오기전 김치를 가위로 잘라 놓는다. 깍두기와 김치 몇 점을 집어 먹는다. 순대국밥이 나오면 소금을 뿌려 간을 맞추고, 이름을 모르는 가루를 넣는다. 아직까지 그 이름을 모른다. 어쨌든 후추처럼 생긴 가루를 한 숟갈 넣는다. 국물 한 숟갈 맛보고는 다시 소금을 조금 넣는다. 처음엔 국물맛을 즐긴다. 파에 고추장 무친 이름모르는 것을 남들이 넣길래 따라 넣는다. 밥은 천천히 붓는다. 밥이 들어가면 국물 고유의 맛이 안 느껴져서 그렇다. 건더기를 좀 걸러 먹고나서 쇠그릇에 담긴 밥을 털어 넣는다. 숟가락으로 푹푹 찌르며 쇠그릇 형태를 무너뜨린다. 


숟가락에 밥과 국물이 한 번에 담긴다. 순대는 한 쪽으로 밀어놓고, 간, 창자, 돼지고기 등을 후적 후적 씹는다. 순대는 꼭 나중에 먹는다. 희한한 나의 버릇이다. 후적후적. 짭짭. 뜨끈한 국물을 뱃속으로 넘기며 눈을 반쯤 내리뜨고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아~'도 아니고 '어~'도 아닌 정체불명의 소리를 낸다. '포만감에 젖어 무척 기분좋다'는 뜻이다. 목욕탕에 가서 온탕에 들어갈 때 내는 소리와 비슷하다. 


먹고싶을 때는 혼자와서 먹는다. 순대국밥앞에 있으면 마음이 편안한다. 고향같은 느낌이랄까. 그릇을 손으로 잡아도 따뜻하고, 국물을 입에 넣어도 뜨뜻하다. 온정이 넘치는 음식이다. 국밥을 다 먹고 바닥이 드러날 때는 아쉽다. 반달처럼 생긴 마지막 국물까지 쭉 들이킨다. 받침대에 걸쳐놓고는 기울어진 그대로 둔다. '나, 다 먹었소.'하는 표시다. 


순대국밥을 먹을 때는 허름한 곳이 좋더라.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