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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모임 산책 이야기

2월 대전독서모임 산책 후기, 지미 리아오의 별이 빛나는 밤을 읽고서

by 이야기캐는광부 2016. 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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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도 친구가 몇 명 있지만, 

여전히 알 수 없는 외로움을 느낀다."



지미 리아오의 책<별이 빛나는 밤>에는 페이지가 없다. 그러다보니 2월 29일 라푸마둔선점 여행문화센터 산책에서 열린 독서모임이 흥미진진하게 진행됐다. 감명깊은 구절을 찾으려면 책을 한번이라도 더 펼쳐봐야 했다. 숨바꼭질을 하며 어딘가에 숨은 동무를 찾는 열심히 찾는 기분이랄까. 이 책은 그림과 짧은 문구로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우리는 누구나 외롭다'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 


외로움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책속의 주인공인 소녀는 밤하늘을 올려다보던 이웃집 소년을 만난다. 소년과 함께 어릴 적에 할아버지와 살던 산속 마을로 여행을 떠난다. 여행을 다녀와서 소년은 홀연히 떠나고 만다. 아무 말 없이. 소녀는 소년의 집을 찾아간다. 소년의 방에는 숱한 고래 그림과 함께 소녀의 얼굴을 그려져 있었다.


고래는 어떤 의미일까. 망망대해를 표류하는 외로움일까. 인간과 마찬과지로 포유동물인 고래를 등장시킨 이유가 특별히 있을까. 소년이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 일까. 우리는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묶어두지 말고 물고기처럼 풀어놓을 필요도 있지 않을까. 감정을 남이 볼 수 없게 꽁꽁 동여메지 말고, 솔직하게 고백할 필요도 있지 않을까. 그러면 서로가 한 발짝씩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이날 독서모임을 찾아주신 분들은 지미리아오의 섬세한 그림들에 각자의 생각을 깃들여 이야기했다. 글이 많이 없어서 오히려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어 좋았다는 분도 있었고, 그림에 등장하는 사물들이 저마다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 같아 흥미롭게 읽었다는 분도 있었다.  


지미 리아오의 삶 이야기도 책에 대한 특별한 느낌을 갖게 했다. 지미 리아오는 1995년 백혈병으로 시한부 삶을 선고 받았지만 3년의 투병 끝에 기적적으로 병마를 물리쳤다고 한다. 투병생활을 하며 삶과 사람에 대한 생각을 그림속에 녹여냈기에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열어갈 수 있었다고 한다. 





책의 마지막에 고흐의 그림 <별이 빛나는 밤>을 등장시킨 이유도 어렴풋이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그림은 고흐가 정신병으로 입원한 요양원의 창문으로 보이는 밤하늘을 그린것 이라고 한다. 고흐의 우울하고 고독한 내면을 떠올리게 하면서 짠한 느낌도 드는 그림이다.


이날 독서모임 회원들은 강소천 <꿈을 찍는 사진관>, <꾸러기 곰돌이>, 권정생의 <강아지똥> 등 감명깊게 읽은 동화책을 소개하기도 했다. 나는 권정생의 <강아지똥>을 추천했다. 자기자신을 하찮게 여기던 '똥'이 거름을 필요로하는 꽃을 만나면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발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지금 이 순간, 정호승의 시 <수선화에게>와 윤동주의 <별헤는 밤>이 떠오른다.



수선화에게 


                                 정호승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 숲에서 가슴검은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별 헤는 밤


                                     윤동주


별하나에 追憶과
별하나에 사랑과
별하나에 쓸쓸함과
별하나에 憧憬과
별하나에 詩와
별하나에 어머니、어머니、

어머님、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식 불러봅니다。 小學校때 冊床을
같이 햇든 아이들의 일홈과、佩、鏡、玉
이런 異國少女들의 일홈과 벌서 애기  
어머니 된 게집애들의 일홈과、가난한
이웃사람들의 일홈과、비둘기、강아지、토
끼、노새、노루、「랑시쓰․쨤」 「라이넬․마
리아․릴케」 이런 詩人의 일홈을 불러봅
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슬이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北間島에 게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러워
이많은 별빛이 나린 언덕우에
내 일홈자를 써보고、
흙으로 덥허 버리엿습니다。

따는 밤을 새워 우는 버레는
부끄러운 일홈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一九四一、十一、五.)
그러나 겨을이 지나고 나의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우에 파란 잔디가 피여나듯이
내일홈자 묻힌 언덕우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 할게외다。




이날 독서모임 산책에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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