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도 안한 내가 이 소설을 읽으면 이해가 될까? 처음엔 심드렁했다. 그런데 읽다보니 술술. 작가가 마련한 장치, 축구 이야기는 신의 한 수였다. 소설속에서 전개되는 부부의 관계를 축구와 접목시킨 촌철살인의 묘사가 일품이었다. 박현욱 장편소설 <아내가 결혼했다>에 대한 이야기다. 작가가 지닌 축구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읽는 내내 묘한 재미를 준다. 내가 밑줄 그은 부분은 역시 축구 이야기다. 과정에서는 질지언정 결과에서는 늘 이기는 아내의 모습을 '독일축구'에 빗댄듯한 절묘한 전개가 매력적이다.
"그러나 실력 이상의 성과를 내는 것이야말로 독일 축구의 저력이다. 경기 내용에서도 이기고 승부에서도 이기는 것이 브라질 축구라면, 경기 내용에선 우세하지만 승부에서는 지고 마는 것이 스페인 축구고, 경기 내용에서는 밀리더라도 결국 승부에서 이기는 것이 독일 축구다. (이탈리아는? 경기와 무관하게 여간해서는 지지 않는 축구를 한다. 단점이라면 여간해서는 끝가지 이기지 못한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경기 내용과 무관하게 강한 정신력으로 승리를 추구하는 정신력의 축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축구도 할 수 있다는 것을 2002년에 전 세계에 보여줬지만 월드컵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정신력의 축구로 회귀했다. 이런 축구의 강점은 특정 상대에게는 통한다는 것이다. 한일전이나 1990년대 이전의 남북 대결 같은. 단점이라면 주로 특정 상대에게만 통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부부쌈움이란 해봤자 결국 아내가 이기는 그런 싸움이다. 어쩌다 내가 우세한 양상으로 전개된다 해도 승리는 항상 아내의 몫이다. 나로서는 이에 대해 빈정댈 생각은 털킅만큼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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