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소설을 읽고 머릿속을 떠다니는 생각들을 정리한 다는 건 쉽지않다. 문득 스쳐지나가는 생각들을 나열할 뿐이다. 안도현의 동화<연어이야기>에서 초록강은 은빛연어에게 말한다. "존재한다는 것, 그것은 나 아닌 것들의 배경이 된다는 뜻"이라고.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고. 잠시 책을 덮고 생각한다. 저 냉장고와 나는 뭐가 다른가. 저 옷걸이와 나는 뭐가 다른가. 저 콘센트와 나는 뭐가 다른가. 저 양말과 나는 뭐가 다른가. 저 가스레인지와 나는 뭐가 다른가. 저 세탁기와 나는 뭐가 다른가. 뭐가 다르길래 인간은 숱한 고민들과 번뇌를 안고 사는가. 나는 세탁기의 배경, 가스레인지의 배경, 양말의 배경, 콘센트의 배경, 옷걸이의 배경. 인간이라고 해서 사물에 비해 더 대단할 것도 없는 것 같다.
물속에 사는 것들은 모두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이 되어 있단다. 그렇지 않다면 이쪽 마음이 저쪽 마음으로 어떻게 옮겨갈 수 있겠니? 그렇지 않다면 누군가를 어떻게 사랑하고 또 미워할 수 있겠니?
-182쪽-
이 세상 사람들도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 학연, 지연, 혈연관계가 대표적이다. 또 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있겠다. 연결되어 있지만 그것은 실선이 아닌 점선일지도 모른다. 사람과의 관계를 쉽게 펴고 쉽게 접을 수록, 그 접는 부분은 헤지고 말것이다. 사람과의 경계는 가위질을 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점선으로 이루어져있을지도 모른다. 시간이 지나고, 사소한 다툼, 오해, 신경전으로 잘려나가거나, 잘리거나 한다. 때 낀 손톱처럼.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숭어를 볼 수 있어야 했어. 그랬더라면 희생을 줄였을 거야. 눈에 보이는 것만 대비하면 된다는 생각이 우리의 한계였어.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은 것을 구별할 필요가 있을까? 또 살아 있는 것과 살아 있지 않는 것의 차이는 도대체 뭐지? 숭어가 잡아먹는 연어와 연어들이 뜯어묵는 물풀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도 잘 모르겠어. 물풀들에게는 연어가 제일 두려운 존재일지도 모르잖아. 그럼에도 살아가야 하는 이유가 이 세상에 있을 거야. 아직은 잘 모르지만......슬퍼, 내가 세상을 잘 모른다는 사실이.
-195쪽-
세상을 잘 모른다는 사실보다 더 슬픈게 있다. 살아있다는 건 좋은데 살아간다는 건 왜 이리 슬픈지. 이에 대한 답을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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