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멀리 김용택 시인이 마중나와 있다.
여행문화학교 산책과 함께하는 남도예술기행. 첫번째 코스로 진메마을 김용택 시인의 집을 찾았다. 짧은 스포츠 머리, 희끗희끗한 머리카락의 시인을 만났다. TV에서 본 그대로였다. 아담한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포스. 좔좔좔.
역시나 유명 시인을 실제로 보는 일은 신기했다. 시인의 책을 가져가서 사인을 받았다. 기회를 엿보면서 단 둘이 사진을 찍어주시기를 요청했다.
"뭘 또 찍을라 그래? 아까 단체사진 찍었잖어."
이렇게 말씀하시면서도 찍어주신다. 하하.^^
이렇게 좋은 데에 살고 계시다니. 고요하고 아늑한 느낌. 섬진강 물줄기가 마을 어귀를 어루만지는 곳. 오래 있으면 심심할 것 같기도 하지만 시를 쓰기에는 더없이 좋은 곳 같다. 마루에 걸터앉았다. 저 산을 바라봤다. 그저 바라봤다.
진메마을에 대해 설명해주는 김용택 시인
시인이 말하기를 진메마을(전북 임실군 덕치면)은 6.25전쟁이 나서 불에 다 타버렸다고 한다. 전쟁이 끝나고 피난민들이 다시 돌아와서 집을 짓기 시작했단다.
김용택 시인은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근처에는 큰 느티나무가 있는데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이라고. 여기서 30여분 걸어가면 시인의 모교인 덕치초등학교가 있다.
책이 듬뿍 있는 방을 들여다봤다.
여기서 책을 읽으면 참 잘 읽히겠더라.
책이 이렇게나 많다. 시인과의 짧은 만남이었다.
시인의 집을 뒤로하고 걸었다.
시인의 집 앞 풍경. 사계절 다 아름다울듯. 가을이면 그림 한 폭일듯.
근처에 풀꽃상을 받은 정자나무가 있다. 이 땅의 마을 어귀마다 서 있는 정자마무들을 대표해 주는 상이란다.
이 나무다. 나이테에 마을의 역사가 새겨져있을듯하다.
덕치초등학교까지 걸어서 가는 길은 자전거 트레킹 코스와 연결돼 있다. 흙길이 아니어서 아쉬웠다. 그래도 주변의 풍경을 바라보며 천천히 걸으니 마음이 깃털처럼 가벼웠다. 여기서 잠깐. 고등학교때 감명깊게 읽은 시<섬진강 1>를 떠올렸다.
섬진강 1 / 김용택
가문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퍼 가도 퍼 가도 전라도 실핏줄 같은
개울물들이 끊기지 않고 모여 흐르며
해 저물면 저무는 강변에
쌀밥 같은 토끼풀 꽃,
숯불 같은 자운영 꽃 머리에 이어 주며
지도에도 없는 동네 강변
식물도감에도 없는 풀에
어둠을 끌어다 죽이며
그을린 이마 훤하게
꽃등도 달아 준다
흐르다 흐르다 목메이면
영산강으로 가는 물줄기를 불러
뼈 으스러지게 그리워 얼싸안고
지리산 뭉툭한 허리를 감고 돌아가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섬진강물이 어디 몇 놈이 달려들어
퍼낸다고 마를 강물이더냐고,
지리산이 저문 강물에 얼굴을 씻고
일어서서 껄껄 웃으며
무등산을 보며 그렇지 않느냐고 물어보면
노을 띤 무등산이 그렇다고 훤한 이마 끄덕이는
고갯짓을 바라보며
저무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어디 몇몇 애비 없는 후레자식들이
퍼 간다고 마를 강물인가를.
날이 좋았다. 덕치초등학교는 공사중이었다. 봄옷으로 갈아 입으려나.
-여행문화학교 산책과 함께하는 남도예술기행-
여행문화학교 산책은 여행, 캠핑, 트레킹, 문화, 강연 등을 매개체로 자아를 발견하고 힐링(치유)를 추구하는 기업이다. 여행, 캠핑, 트레킹을 통해 자연속에서 세상과 자신을 발견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홈페이지 : http://www.gowal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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