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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노트

독서노트(623)쉼에 대한 강박

by 이야기캐는광부 2022. 8.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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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이따위로 살텐가. 책 제목이다. 하하. 공감가는 대목이 많은 책이다. 


 

우리나라에는 특유의 근면 성실함 때문에 쉬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그 특성은 휴식을 위해 떠난 여행지에서 극단적으로 두드러진다. 새벽 6시부터 호텔 로비에 모여 온갖 랜드마크를 빠른 시간 안에 둘러보고 인증 샷까지 몇백 장 남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5박 7일 일정으로 동유럽의 모든 도시를 다 여행하는 사람도 있다.


한 장소에 오래 머물고 있으면 ‘내가 지금 이래도 되나?’ 하고 손해 보는 기분까지 느낀다. 쉬러 온 여행인지 고생하러 온 여행인지 가끔 헷갈릴 정도다. 이 정도로 우리는 ‘쉼’에 대한 잘못된 강박이 있다.


나도 그랬다. 늘 쉼 없이 정해진 트랙을 따라 달렸다. 대학 진학, 졸업, 취업까지 착실하게 단계를 밟아 나갔다. 그 결과 재수 생활도 취준 생활도 겪지 않은 아주 운 좋은 사람이 되었다. 조금 더 보태면 큰 굴곡은 겪어보지 못한 온실 속 화초 같은 사람이라고나 할까. 그 결과, 내게 돌아온 건 진짜 내 것은 하나 없는 공허함과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지?’ 같은 사춘기 때 다들 한번쯤 하는 물음뿐이었다. 어렸을 때 뭐든지 척척하던 아이가 커서는 오히려 방황하는 어른이 된 것이다.

 

문제는 ‘멈춤’을 모르고 자란 모범생들은, 이후에 ‘어? 내 인생 제대로 안 돌아가는 것 같은데?’ 하는 위기감을 느껴도 멈추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렇게 문제가 생긴 채로 인생을 질질 끌고 가다가 몸과 마음이 상하는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바로 내가 그랬으니까.

- 밀리의 서재 / 책<언제까지 이따위로 살텐가> -

 


 

대학 시절, 취업 특강을 왔던 한 PD 선배님이 하신 이야기가 떠오른다.
 
“학교 방송이나 대외 활동 같은 거 한다고 너무 애쓰지 마세요. 그럴 시간에 혼자 조용히 글을 쓰세요.”
 
그때 나는 교내 방송국 활동에 삶 전체를 바치고 있었기 때문에, 그 말에 얼마나 화가 났는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무슨 뜻인지 알 것 같다. 누구보다 나 자신과 먼저 대화하고,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홀로 조용히 정의를 내려보는 일, 인생이라는 여행에서는 그게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 밀리의 서재 / 책<언제까지 이따위로 살텐가> -

 


주말에 침대에만 누워 있는 게 죄스럽던 시절이 있었다. 꼭 어디 좋은 곳에라도 가거나 특별한 일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곤 했다. 그것도 아니면 내 인생이 정말 별거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늘 바쁘게 지냈다. 주말에 재미있는 이벤트는 없는지, 어디 갈 만한 곳은 없는지, 누구 만날 사람은 없는지 늘 찾곤 했다. 내가 원하는 게 정확히 뭔지도 모르면서 늘 목말라했던 것이다. 그것이 실제 갈증이 아니라 삶의 공허함을 채우기 위한 지독한 몸부림임을 그때는 몰랐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것에 끌리지 않는다. 글쓰기 수업을 듣고 자유롭게 글쓰기, 좋은 곳에 가서 음악을 듣고 내가 틀고 싶은 음악을 틀기, 가까운 몇몇 사람과 맛있는 것을 만들어 먹기,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창가에 앉아 책을 읽으면서 가끔 고개를 들어 변하는 하늘 바라보기, 애견 카페에 와서 시간 보내기, 이 정도면 충분하다.


당연히 돈은 없는 것보다 있는 게 좋지만, 실제로 내가 행복해지는 데는 많은 돈이 필요하지 않다. 그러니 앞으로 인생을 설계할 때 돈은 조금 뒤로 미뤄두어도 괜찮을 것 같다.
- 밀리의 서재 / 책<언제까지 이따위로 살텐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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