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미쓰 대표가 가장 심혈을 기울인 부분은 직원들이 지켜야 할 행동 수칙을 마련하는 일이었다. <무지그램Mujigram>이라는 매뉴얼북을 발간해서 전 매장에 배포했다. 매장에서 일하는 방식을 표준화하기 위함이었다. 상품 진열법, 고객에게 인사하는 법, 잔돈 주고받는 법까지 이 책에 모두 담겨 있었다. 그 덕에 전 매장의 직원들이 일관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베테랑 직원이 갑작스럽게 퇴사해도 업무 공백이 발생하지 않았다. <무지그램>만 있으면 새로 온 직원이 그 자리를 거뜬히 메울 수 있었다.
<무지그램>은 무인양품의 직원들이 지켜야 할 ‘기본’이었다. 맨 앞 페이지에는 각각의 작업이 갖는 의미와 목적이 제시돼 있었다. 각 수칙을 유연하게 해석해서 자신에게 맞게 체득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주려는 의도였다.
- 밀리의 서재 책<드디어 팔리기 시작했다>-
하라 켄야는 ‘이것으로 충분하다’를 무인양품 브랜드가 지켜야 할 기본으로 삼았다. 디자인에 개성을 담지 않았다. 필연성 없는 파격을 지양했다. 디자이너 채용 공고에는 ‘디자인을 하지 않는 디자이너 모집’이라는 문구를 넣었다.
두 리더의 지휘 아래 무인양품은 경영과 브랜딩의 기본을 정립하고 이를 철저히 지켜나갔다. 그때부터 무인양품이 다시 팔리기 시작했다. 최악의 적자를 기록한 2001년 이듬해부터 흑자로 돌아섰고, 이후 매년 성장세를 이어갔다.
- 밀리의 서재 책<드디어 팔리기 시작했다>-
가나이 회장은 경쟁사들과 무인양품의 차이점을 ‘사상의 유무’라고 말했다. 더 나아가 무인양품에는 사상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고 단언했다. 그의 말을 들어보니 무인양품에는 애초에 브랜드가 필요 없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사상이 이미 브랜드였다. 브랜드는 억지로 만드는 게 아니라 애초에 존재하는 것이었다. 브랜드가 존재하는 이유 자체가 이미 브랜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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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딕 포스베리는 전설이 됐다. 1968년, 멕시코 올림픽 높이뛰기 결승전이었다. 모든 이들이 ‘옆으로’ 점프할 때, 혼자서만 바를 등지고 ‘누워서’ 뛰었다. 무명의 신인 선수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것도 세계 신기록으로. 그때부터 높이뛰기 선수라면 누구나 포스베리를 따라 했다. 포스베리의 도약법은 그의 이름을 딴 ‘포스베리 플롭(배면뛰기)’으로 명명됐다. 그날 포스베리는 상식을 깼다. 새로운 상식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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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로가 은퇴한 지 수개월이 지난 후, 대한민국에서는 가수 박진영의 일상이 방송을 탔다. 박진영도 자신만의 루틴을 지키고 있었다.
- 아침 7시 반에 기상한다. 일본어를 외우면서 잠에서 깬다. 일어나자마자 몸무게를 체크한다.
- 아침 식사로 위스키 잔에 가득 따른 올리브오일을 마신다. 각종 영양제, 견과류, 과일을 먹는다.
- 9시에는 아침 체조와 춤을 출 때 도움이 되는 밸런스 운동을 한다.
- 10시에는 발성 및 노래 연습을 한다.
- 날마다 혹독한 웨이트 트레이닝을 거르지 않는다.
- 체중 관리를 위해 저녁은 일주일에 3일만 먹는다. 공복을 견디기 위해 월요일과 목요일에는 2시간 동안 농구를 한다.
- 정해진 시간에 화장실에 간다.
- 그날 입을 옷을 선택하는 데 드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계절마다 옷 두 벌을 정해두고 번갈아 가며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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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세를 내려놓았다. 브랜드의 허들을 낮췄다. 신생 브랜드들을 대거 입점시켰다. 디스이즈네버댓, 커버낫, 앤더슨벨 같은 브랜드들이 이때 들어왔다. 가격도 낮춰 잡았다. 박리다매였다. 무신사식 실속이었다. 그때부터 무신사의 제품들이 팔리기 시작했다. 실속을 연료 삼아 무신사는 로켓처럼 솟아올랐다.
실속은 고객들이 무신사를 찾는 이유가 되어주었다. 무신사에서는 제법 괜찮은 옷도 저렴하게 살 수 있었다. 밋밋한 유니클로를 살 돈이면 무신사에서 ‘쌔끈한’ 스트리트 브랜드 티셔츠를 살 수 있었다. 용돈이 궁한 10대들이 특히 열광했다. 알아서 입소문을 내주었다. 고객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2019년 5월, 무신사의 회원 수는 470만 명을 돌파했다.
실속은 수많은 브랜드를 끌어당겼다. 무신사에 입점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소문이 퍼졌다. 무신사 덕분에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는 이도 상당수였다. 자체 매장이나 사이트 없이도 옷을 팔 기회가 마련되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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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들 틈에서 음악을 하려면 내 것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죠. 내가 잘할 수 있는 건 평범함 속에 있는 깨알 같은 발견이더라고요. 발명은 천재가 하는 거고, 발견은 성실한 사람이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음악평론가 임진모는 <월간 윤종신>을 두고 ‘지속성의 승리’라고 했다. 윤종신은 엉덩이가 무거운 창작자다. 영감이 떠오를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매일 작업실에 가는 프로다. 한 달에 한 곡을 발표하는 프로젝트를 펑크 내지 않고 10년 가까이 해온 ‘성실함의 화신’이다.
천재가 아니었음에도, 성실함을 갖추니 ‘발견’을 할 수 있었다. 그 발견을 통해 곡을 만들 수 있었고, 아카이브를 쌓을 수 있었다. 이 일을 꾸준히 오래 하니 히트곡이 나올 확률을 높일 수 있었다. 결국 다른 천재들을 이길 수 있었다. 물방울이 오랜 기간 떨어지면 돌을 뚫을 수 있다水滴穿石. 윤종신이 <월간 윤종신>을 통해 증명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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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말고.’
영화 <올드보이>의 박찬욱 감독이 직접 지은 가훈이다. 초등학생 딸이 학교에서 가훈을 적어 오라는 숙제를 받았을 때 이렇게 적어주었단다. 그가 연출한 저주받은 걸작 <복수는 나의 것>이 흥행에 실패한 직후였다. 박찬욱 감독은 《박찬욱의 몽타주》라는 책에서 가훈의 의미를 이렇게 적었다.
“이 경쟁 만능의 사회에서 참으로 필요한 건 포기의 철학, 체념의 사상이 아니겠느냐고 딸에게 알려주었다.”
- 밀리의 서재 책<드디어 팔리기 시작했다>-
마스다 대표가 이듬해에 론칭한 쓰타야도 ‘상식 깨기’였다. 당시에는 비디오테이프, 레코드, 서적을 판매하는 곳들이 다 달랐다. 즉, 비디오테이프는 비디오 가게에서 팔았고, 음반은 레코드 가게에서 팔았으며, 책은 서점에서 팔았다. 해가 뜨고 지는 것만큼이나 당연하게 여겨지는 ‘상식’이었다. 마스다 대표는 다시 고객의 입장에 서보았다.
‘이 세 가지 카테고리를 한자리에 모으면 고객들이 더 좋아하지 않을까?’
비디오테이프, 레코드, 서적을 한곳에서 파는 쓰타야 1호점이 탄생했다. 마스다 대표는 소비자들에게 희한한 생각을 던졌다.
“쓰타야가 판매하는 것은 ‘라이프스타일’입니다.”
- 밀리의 서재 책<드디어 팔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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