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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노트(658)나를 만든 말, 신소율 에세이

by 이야기캐는광부 2023.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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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배우 신소율의 에세이 '나를 만든 말'을 읽는다. 

 

나도 무언가를 열심히 했던 때가 있다. 열심히 하면 그에 따라 결과도 좋을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때가 있다. 살아보니 열심히 하는 것보다는 잘 하는 게 조금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또한 무작정 열심히 하는 게 아닌 방향성이 있는 '열심히'가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 어떻게 잘 할 것인가. 어떤 과정을 거쳐 잘 할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에세이 내용 중 공감이 갔던 문장들을 여기 옮겨본다.

 


 

이 이야기의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대표님은 이후에도 여러 번 오디션에 도전해 성과를 내지 못한 나를 포기하시고 계약을 해지하셨다. 그러면서 마지막까지 “너무 열심히 하지 마”라는 말씀을 남기셨다. 끝까지 내 마음을 몰라주신다면서 울다 웃으며 헤어졌지만, 당시 그 말이 나에게 큰 힘이 되었던 것 같다. 하고 싶은 일과 이루고 싶은 일들이 너무 확고하다 보면 간절함, 절박함만 쌓여가고 끝내 좌절감과 실망감에 세상을 원망하고 스스로를 괴롭히기도 한다. 대표님의 ‘열심히’ 말고 ‘잘하라’는 말은 능숙함이나 성과, 결과를 이야기하기보다는 ‘과정’에 방점이 찍혀 있었던 것 같다. 호흡을 신경 쓰지 않고 무작정 바쁘게 달리다가 장애물로 인해 멈춰지게 되면 돌연 숨이 가빠 오는 게 느껴진다. 계속 달려야 할 것 같은 마음에 조급해지기 마련이다.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우회할 수 있는 다른 길이 있어도 눈치채지 못한다. 무조건 전력 질주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가끔은 멈춰 숨도 쉬어주고, 샛길이나 지름길이 있는지 ‘잘’ 살펴보는 과정도 중요하다는 것을 말씀해 주신 걸 거다. 어차피 결승점이 같다면 말이다.
 
나는 아직도 ‘열심히’가 더 우선이긴 하다. 그때마다 마음을 다스리려 노력한다. 과거의 내가 찬찬히 다양하게 보고 듣고 경험하며, 먼 길로 돌아오기도 하고 가끔 푹 쉬기도 하면서, 열심히 뛰기보다 잘 뛰었더라면 많은 것들을 더 마음 편하게 해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세상의 모든 일은 대부분 성과 중심적인 경우가 많으니 열심히 하기보다 잘해야 하는 게 더 이상적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모든 일을 다 잘 해낼 자신은 없으니 과정이라도 잘해보려 한다. 그래도 결국 열심히, 잘.
- 밀리의 서재 책<나를 만든 말>-

 

우리는 가끔 갑작스레 잃은 것, 여러 가지 상실에 있어 감당할 수 없는 슬픔의 무게에 짓눌려 상상할 수 없는 아픔과 고통을 느끼고 좌절한다. 방금까지 멀쩡했던 세상이 눈앞에서 무너져내리기도 하고, 숨 쉬는 방법을 잊은 듯 호흡이 힘들어지기도 한다.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감정들이 밖으로 밀려 나와 주체할 수 없어지면, 이겨내지 못한 자신을 탓하면서도 오롯이 자신의 몫으로 남겨진 극복이라는 과제가 버거워 자꾸 넘어지게 된다.

부모님의 연세가 많아지시고, 함께 사는 고양이들이 평균 수명에 가까워지면서 나도 언제부터인가 마음 한구석에 헤어짐을 준비하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가진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아지는 순간에 도달한 것이다. 우리 모두 언젠가는, 오롯이 자신의 것이었던 푸르른 청춘의 소실을 감당해야만 한다. 한창 뜨거웠던 젊음의 열정들이 온도를 달리할 때를 대비해야 한다. 매일매일 생기로부터 한 걸음씩 거리를 넓힌다. 자연스레 이 모든 과정을 겪어내야 한다는 사실이 숨을 턱 막히게 한다.

하지만 곧 70을 바라보는 선배님한테도 아직 먼, 익숙하지 않은 감정이라고 하는데 지금의 내가 어찌 짐작할 수 있겠는가. 선배님의 말마따나 어쩌면 우리 모두는 세상을 떠나는 그 순간까지도 완벽한 어른이 아닐 수 있겠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졌다. 평생을 풀어내도 풀리지 않는 감정적 과업이니 안달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싶다. 어떤 종류의 상실에도 참지 않고, 마음껏 슬퍼하고 충분히 힘들어하고 실컷 울어도 될 것 같다. 어차피 어른이 되려면 멀었으니까.
- 밀리의 서재 책<나를 만든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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