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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절이야기&노하우/대학생활팁

내가 내 블로그에 쓰는 편지

by 이야기캐는광부 2010. 1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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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내 블로그에 쓰는 편지


TO 고생한 내 블로그

블로그야. 아니 뭐라고 불러야 되나. 이야기캐는광부의 블로그야, 안녕. 크리스마스 이브에 별의별 편지를 써본다. 그냥 넋두리라고 생각해도 좋다.

편지는 사람한테만 쓰는 편인데, 너에게 편지를 쓴다. 우리 엄마가 통닭에게 편지를 쓴 이후로, '블로그' 너에게 또 한번의 특별한 편지를 써보련다. 너와 본격적으로 동거(?)한지도 벌써 1년이 되었구나. 네가 한글을 모르더라도 그냥 쓰련다. 내 글을 못알아들을망정, 내 마음은 전달되리라 믿는다.

개설은 2009년도 7월에 했는데, 계속 방치했다가 본격적인 활동은 2010년 2월부터였지.
처음엔 블로그가 뭔지 몰랐어. 남들 하길래 나도 시작한건데, 네가 이렇게 큰 의미를 가져다 줄 줄은 몰랐다. 그저 고속버스 옆좌석에 앉은 사람처럼 스쳐지나가는 인연인줄 알았던 거야. 그런데 너는 내 불알친구만큼이나 나를 잘아는 녀석이 되어버렸다. 내가 글 쓸때의 표정과 희로애락을 모두 지켜봤으니까 말이다.

멍때리는 표정.찡그리는 표정. 머리 쥐어뜯는 모습. 코 훌쩍이는 모습. 눈꼽 낀 모습. 죄다 봤을꺼야.


2010년 2월 겨울, 처마밑의 고드름처럼 댓글이 너에게 달리기 시작할 때 참 신기했지. 너에게는 '댓글'이라는 열매가 안 열릴 줄 알았어. 나뭇가지처럼 앙상한 스킨만이 전부였으니까. 나는 아이마냥 설레임으로 그 댓글밑에 댓글을 달며 키득거렸지. ㅋㅋㅋ하고 말이다.

내 블로그에도 사람이 들어오는 구나. 그때 처음 알았던 거야. 처음엔 블로그에 무슨 글을 올려야 될지 몰랐지. 식당에 갔는데 무슨 음식을 먹어야할지 고민하는 것처럼 말이야. 처음엔 이것저것 올렸어. 네 건강을 생각하지 않고, 이것저것 먹은 셈이지.


이해해줘. 나중엔 네가 잡식동물이 아니란 걸 알았어. 하나의 메뉴를 공략해야 파워블로거가 될 수 있다고 누군가 그러더라고. 너는 잡식 맷돼지가 아니었던거야. 미안타. 그래서 나중에는 일단 한가지만 먹였지. 주로 강연관련 포스팅이었어.
 

그러다 네게 사람 손을 달아줬어. 마치 올챙이 뒷다리가 쏙 나오듯이. 네 몸에 손가락이 쏙 달리기 시작했지. 네가 좀더 자유롭게 세상과 접촉할 수 있도록 말이야. 바로 '다음뷰'라는 손가락인데...소주 5잔처럼 사람을 알딸딸 기분좋게 만들었지. 올커니..'다음뷰'는 알코올,,,'술'과 같은 거야. 도수가 높을 수록 사람을 금방 기분좋게 하지. 이렇게 말하면 네가 알아들을랑가 모르겠다. 그냥 넘어갈께.

그러다 좀 지쳐갔지. 다음뷰에 아무리 글을 송고해도, 베스트 글이 안되는 거야. 베스트 한번 받아보겠다고 또 머리를 쥐어뜯었지. 다른 유명 블로그를 돌아다니며 몰래 몰래 훔쳐(?)봤어. 황금색 뱃지도 참 부러웠지.블로거에게 주는 훈장같은 건데, 간지가 나는 거 있어. 그냥 그런게 있다고 알아둬라..


그러던 어느날, 빨간 베스트 딱지가 내 글 옆에 붙어있는거야. 드디어 베스트글이 탄생한 거였어.


이 빨간 베스트딱지는  대일밴드같은 거였어. 베스트글을 쓰지 못한다는 마음의 상처(?)를 아물게 해주었거든. 그 대일밴드를 많이 붙여서 처음엔 좋았지. 그런데 이번엔 대일밴드를 붙여도 낫질 않는 상처가 난 거야. 바로 '창작의 고통'이란 상처가 몰려오기 시작한거지. 블로그 너에게 도대체 어떤 반찬을 먹여야 하나 고민했다니깐 ㅜ.ㅜ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어. 강연을 100개씩 찾아다니며 글의 소재를 찾으려고 노력했지. 강연리뷰로 너를 채워가기 시작했어. 그랬더니 조금씩 색깔을 찾아가게 되더라. 사람, 강연, 인터뷰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카테고리가 만들어지더라고. 올커니...이거다하고 꾸준히 포스팅을 했지.

결국 지금의 네가 드디어 방문자수 10만명이 되었던 거지. 블로그 네가 무슨 관광지도 아니고, 10만명의 사람이 다녀갔다는거야. 까짓것 좋다!!!! 블로그 너는 문화관광지인셈이야. 너를 보려고 전국 각지에서 찾아오드란 이말이야.

인터넷이란 세계를 돌아다니면 알아봐주는 이웃들도 생기고 참 좋더라. 서로 인사도 하고, 고드름도 달아주고 하면서 정이 싹트더라고. 또 다른 인연이 생기는 거지. 그래서 네게 참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

블로그야, 고맙다! 그냥 고맙다! 이웃블로거들과 소중한 인연을 맺게 해주고, 따뜻한 말 한마디 주고 받을 수 있는 세상을 열어줘서 말이다. 한 해동안 고생했다. 네가 술을 안먹으니 꾸준히 포스팅하는 걸로 고마움을 대신하마.

이 편지에는 몇 개의 고드름이 달릴지 모르겠지만, 다 고마운 분들이다. 그리고 글쓰는 재미와 보람을 느끼게 해줘서 무척 고맙다. 블로그야! 너무 길어지니깐 이만 줄일께. 안녕. 또 언제 편지 쓸지 모르겠지만...!

네가 이 편지를 읽을 수 있는 때는 아마도 수백년 후가 아닐까? 네가 인공지능이어서 한글을 배우면 읽을 수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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