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노트

책<주제와 변주>에서 밑줄 그은 문장

by 이야기캐는광부 2011. 3. 27.
반응형




주말을 이용해 인디고 서원에서 엮은 책<주제와 변주>를 읽었다. 이 책은 10개의 주제를 가지고 다양한 책의 저자들을 모셔서 토론하고 사색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돌아가신 장영희 교수님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서 좋았고, 역사속 인물들이 왜곡되어 알려진 모습에 불만(?)을 품고 바로잡아야겠다는 마음에 평전을 써왔다는 박홍규라는 분의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더불어 당시 중고등학생밖에 안된 청소년들이 던진 질문 내용을 읽으며, 그 철학적인 깊이와 치밀함에 놀랐다. 나의 중고등학교시절엔 그 정도로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지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인디고서원에 나와 토론을 벌이는 그들이 참 부러웠다. 비록 늦은 감이 있지만, 중고등학교 혹은 대학교때 던졌던 질문들에 대한 답을 구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2006년도에 나온 이 책에는 삶을 향한 다음과 같은 질문들이 담겨있었다.

이왕주, 지금 여기, 당신은 누구십니까?
진중권, 철이 든다는 것은 무슨 뜻인지요?
최재천, 생물학자로서 인간을 정말 사랑하십니까?
한홍구, 양심의 잣대는 어떻게 세울 수 있나요?
박정대, 시적으로 사는 삶은 어떤 삶입니까?
김용석, 획일화된 시대에 다양성, 다름의 수용은 왜 중요합니까?
강수돌, 개인이 현실의 벽을 뛰어 넘으려면 어떤 실천이 필요할까요?
박홍규, 우리 모두가 이 문을 열고 세상 밖에서도 당당하게 살 수 있는 용기를 주세요
김선우, 해가 나무그늘로 막 기우는 모습을 볼 수 있게 5분만 시간을 주세요.


그 중 짧은 기억력 탓인지, 마지막에 소개된 김선우 시인 편에 나온 이 구절이 가장 와닿았다. 한 참석자가 그녀의 산문집 <물밑에 달이 열릴때, 창작과 비평사>에 나오는 다음 문장을 인용하며 '우리 모두 이런 시인이 되자'며 외치는 부분이다.

시인은  '이미 존재하는' 세계와 불화하며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이들입니다. 이들이 창조해 내는 세계에는 가장 낮은 것 속에 든 가장 높은 봉우리와, 가장 거대해 보이는 것 속의 가장 작은 속삭임들과, 가장 미천해 보이는 것 속의 위대한 전언이 공존하며, 무엇보다 인간의 세상이 추구해야 할 의롭고 아름다운 것에 대한 갈망이 존재합니다.
- <물밑에 달이 열릴 때>, 38쪽 -  


위 문장을 읽으며 전기가 몸에 흘렀다. 가장 거대해 보이는 것 속의 가장 작은 속삭임들을 찾아나서는 시인들의 노력이 경건해 보였다. 그리고 가장 미천해 보이는 것 속의 위대한 전언이라는 말이 가슴에 파문을 일으켰다. 과학, 경제, 법, 정치, 사회,문학, 예술 등 어떤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든지 가장 미천해 보이는 것 속의위대한 이야기들을 찾아나서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안에 우리가 놓치고 있는 가치들이 살아 숨쉴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위 문장을 건진 것 만으로도 큰 수확이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