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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노트

이츠키 히로유키 <타력>, 고난의 순간을 헤쳐나가는 힘

by 이야기캐는광부 2012. 7.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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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 일본의 원로작가인 이츠키 히로유키의 책 <타력>을 집어 들었습니다. '자력'이라는 말은 들어봤어도 '타력'이라는 말은 다소 생소했습니다. 저자의 의중이 무엇일까 고민하며 책장을 넘겨보았지만 쉽사리 잡히지 않았습니다.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실패만 하는 시기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스스로를 책망하지 말고 '흠, 아무래도 타력의 바람이 불지 않는 것 같군'하고 가만히 목을 움츠리고 있으면 됩니다.'

- 책 39쪽 -


저자의 위 말을 듣고, '타력'은 '실패의 순간을 극복해 나가려하지 않는 소극적인 자세 또는 외부의 힘에 대한 순응적인 자세'를 뜻하는 말일까하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작가가 분명 그런 뜻으로 한 말을 아닐텐데 하고 더 읽어나가야겠다는 생각이 굴뚝같았습니다.

"반대로 생각 이상으로 만사가 잘 풀리는 때가 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도 칭찬을 받고 자신감도 점점 더해갑니다. 그럴 때는 오히려 잠시 멈춰 서서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것이빈다. '내 소관이 아니다.' 그렇게 중얼거려 보는 것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순풍이 불어 그 '타력'이 만사를 내 실력 이상으로 잘 풀리게 해준 것이라고."

-책 40쪽-


일이 잘풀 릴 때도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도 '타력'이 작용한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습니다. 일이 잘 안풀릴 때의 '타력'은 '모든 게 너의 탓만은 아니니  실망하지 마라'는 뜻을 품고있고, 일이 잘풀 릴 때의 '타력'은 '그것이 나의 능력때문만은 아니라는 겸손'의 뜻을 담고 있다고 제 나름대로 해석했습니다. 여기서부터 조금씩 안개가 걷히고 '타력'의 의미가 손에 잡힐듯  했습니다. 그러나 '타력'을 완전히 깨닫는 일은 어려웠습니다. 


"모든 게 자기책임인 것은 아닙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커다란 힘이 우리를 살게 하기도 하고, 의욕조차 생기게 해주지 않을 때도 있는가 하면, 또 생각지도 못한 용기와 투자를 가져다 줄 때도 있습니다."

- 책 46쪽 -


이 말을 듣고는 타력이라는 의미가 다시 손바닥을 미끄러져 나갔습니다. 긍정적인 힘인 것 같기도 하고,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의 힘인 것 같기도 하고. 잡힐 듯 잡히지 않는 타력의 뜻을 이해하기위해 연거푸 책장을 넘겼습니다. 그 보이지 않는 타력, 그 보이지 않는 커다란 힘이란 대체 무엇일까요? 그러다 겨우 84쪽에 가서야 타력의 뜻이 더욱 구체적으로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타력이란 눈에 보이지 않는 나 이외의 뭔가 커다란 힘이 내 삶의 방식을 떠받치고 있다는 사고방식입니다. 나 이외의 타자가 나라는 존재를 떠받치고 있다고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

- 책 84쪽 -


역시나 직접 그 뜻을 설명해주니 제 머리는 이해하고 있는 듯했지만 막상 그렇지만도 않았습니다. 이상하게도 저자가 이렇게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는 데도 '타력'의 의미가 다시 손바닥을 빠져나갔습니다. 머릿속은 복잡했고 '타력'의 의미는 알쏭달쏭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앞장으로 갔습니다. 어려움을 만나면 돌아가라(?)라는 말을 따라해 보았습니다. 처음부터 다시 읽다가 타력에 대해 잘 설명해주는 나룻배 비유와 만나게 되었습니다. 


엔진이 불지 않는 나룻배는 바람이 전혀 불지 않는 상태에서는 달릴 수 없습니다. 조금이라도 바람이 불면 어떻게든 되겠지만, 산들바람조차 불지 않는다면 포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나룻배 위에서 아무리 애써봤자 헛수고입니다. 타력의 바람이 불지 않으면 사실 우리의 일상도 생각대로 풀리지 않는 법입니다.(중략)


그러나 바람이 불어왔을 때 나룻배의 돛을 내리고 앉아서 졸고 있다면 달릴 기회도 놓치게 됩니다. 따라서 불지 않는 상태가 아무리 계속돼도 꾹 참으며 주의 깊게 바람이 불 낌새를 기다리고, 하늘을 살피고, 또 바람을 기다리는 노력이 필요한 것입니다.

-책 36쪽 -





나룻배 비유를 통해 비로소 '타력'의 깊은 뜻이 와닿기 시작했습니다. '타력'은 외부의 힘에 대한 소극적이고 순응적인 자세를 하고 있을 때 힘을 발휘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돛을 펼치고 준비를 해놓아야지만이 발휘하는 보이지 않는 힘이었습니다. '타력의 바람'이 불 때 돛을 펼치고 나아갈 준비를 마친 배만이 그 힘을 받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타력의 바람'은 그저 바람일 뿐이었습니다. 


타력은 실패와 고난의 순간에 좌절하지 않고 계속해서 준비해 나가는 사람에게 훗날 오히려 힘을 실어주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그저 보이지도 손에 잡히지도 않는 힘임을 깨달았습니다. 고난을 맞이한 사람에게는 그 순간을 인내하고 견뎌낸다면 타력의 바람은 언젠가 다시 불어 올 것임을 말해줍니다. 그러면 그 나룻배는 돛을 밀어주는 타력의 바람때문에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테니까요. 


이러한 타력은 고난이 오면 '내 소관이 아니니(타력이 작용한 것이니) 크게 좌절할 필요 없이 견뎌내면 된다'라는 생각처럼 초월적인 자세를 갖게 도와줍니다. 일이 잘풀리면 '내 능력때문만이 아니니 겸손한 자세를 잃지 말고 돛을 내려놓지 말자(준비하며 나아가자)'라는 삶의 긴장감을 유지하게 만듭니다.


여기까지가 제가 '타력'에 대해 이해한 부분입니다. 타력은 어려운 순간에는 다시 희망을 갖게 하고, 잘 풀리는 순간에는 더욱 잘풀리게 만드는 힘입니다. 나의 고난과 실패에 대해 나 자신의 탓으로만 여겨 좌절하게 하지 않고 여유롭게 다음 때(타력의 바람)를 기다릴 줄 아는 힘이기도 합니다. 


이 책을 읽고 '타력'이라는 것에 대해 전부 이해하지는 못했습니다. 좀더 깊이 고민해봐야겠습니다. 





저는 건강한 리뷰문화를 만들기 위한 그린리뷰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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