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2012 챔피언스리그 트로피에 '첼시'라는 영광의 이름이 새겨졌다. 이곳은 뭰헨 북쪽의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거리에 있는 알리안츠 아레나 스타디움.(놀라지 마세요..저는 한국의 제 방이니까요..ㅎㅎ) 알리안츠 경기장 외관의 아름다운 곡선위에 선수들의 투혼과 땀이 빛나고 있다. 둥근 축구공을 두고 펼쳐지는 양팀 선수들의 열정 그리고 그라운드위의 뜨거운 삶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비록 첼시가 우승했지만 바이에른 뮌휀도 충분히 우승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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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차기 3-4 첼시 승)
(양팀 선발 라인업)
드록신, 체흐신, 노이어신이 인간세상에 강림하시어 인간들을 똥줄타게 하시니..
오늘 경기를 말하자면 이렇다. 전반전은 0대0으로 마무리했지만 후반 막판에 가서야 양팀의 똥줄 타는 골이 터졌다. 뮐러의 박치기 슛이 먼저 뮌헨의 축포를 날리는가 싶더니, 드록신이 강림하시어 총알헤딩슛을 친히 내리셨다.
결국 전후반 1:1 무승부끝에 연장전에 돌입했다. 그러다 드록신의 한 순간의 실수로 로벤에게 찾아온 패널트킥 기회.
그러나 첼시의 또 다른 신 체흐 골키퍼의 손에 막히며 눈앞에 가까웠던 뮌휀우승의 꿈이 살짝 도망갔다.
결국 승부차기. 뮌휀이 첫 승부차기를 성공시키고, 첼시가 첫 승부차기 골을 놓치자 뮌헨쪽으로 행운의 여신이 고개를 돌린 듯 했다. 그러나 인간들의 삶을 놓고 행운의 여신도 함부로 미래를 예측 할 수는 없었다. 뮌휀의 골기퍼 노이어 神과 체흐의 골기퍼 神 체흐의 눈부신 선방으로 똥줄이 타들어 갔다. 행운의 여신도 이 두 골기퍼 신들사이에서 똥줄이 타들어가고 있었다.
이젠 마지막 키커들에게 우승의 향방이 달리게 되었다. 그때였다. 뮌헨의 마지막 키커 슈반스타이거의 슛이 막혔다. 독일에서 한국까지 탄식이 들리는듯 했다. 이어진 첼시의 마지막 키커 드록바. 모두가 숨죽인 가운데 그의 골이 유유히 골망을 갈랐다.
순간 첼시팬들의 식도 부근에서 막혀있던 숨이 터지고, 환호성이 울려퍼졌다.
휘슬이 울렸고, 뮌헨팬들의 가슴은 울었고, 첼시 팬들의 가슴은 기쁨에 울었다.
휘슬이 울렸다. 동시에 뮌헨 팬들의 가슴도 울렸다.
저쪽에서는 푸른 파도가 기쁨에 못이겨 아레나의 하늘위로 솟구치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연장전에서 페널트킥을 넣지 못한 로벤의 넓은 이마엔 눈물이 땀처럼 흘러내리고 있었다, 슈반스타이거는 그의 슬픔이 묻은 유니폼에 얼굴을 깊게 파묻고 말았다. 뮌휀 선수들은 힘없이 잔디위에 주저앉았다. 누군가는 엎드려 눈물을 흘렸다. 연장전까지 뜨겁게 싸운 뮌헨이었기에 아쉬움도 컸고, 홈팬들을 형한 미안함에 고개를 쉽게 들지 못했다.
그리고 나는 새벽에 생방송으로 이 경기를 보느라 뒷목이 뻐근하고 눈이 퀭했다. 안좋은 자세로 축구를 봐서 뼈가 저리고 어깨근육이 뭉쳤다. 고개를 45도로 틀은 채 둥근 축구공이 벌이는 운명의 장난을 시청했다.
경기장의 카메라는 뮌헨 선수들의 표정을 아픈 가슴으로 하나 하나 쓸어 담고 있었다. 또 하나의 카메라는 첼시 선수들의 기쁜 표정들을 맹수처럼 빠르게 잡아챘다. 2006년 독일 월드컵을 위해 건축된 아레나 경기장에 찾아온 첼시팬들은 격렬하게 기쁨을 만끽했다.
뮌휀팬들은 터벅터벅 자신들의 그림자로 아레나를 달래주며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인생이라는 두 글자에는 '축구공'이 두개씩이나 들어있다
이번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보며 역시 인생은 축구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수들의 서로 대비되는 표정에서 같은 순간에 누군가는 기뻐하고 누군가는 슬퍼해야하는 것이 삶이 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인생'이라는 두 글자에는 축구공이 두개씩이나 들어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축구공은 둥글다'라는 말이 예측 불허의 축구를 말해주듯이, 인생또한 축구공처럼 둥글어 앞날을 알 수 없는 것이었다.
게다가 축공이 두개씩이나 들어 있으니 그 얼마나 알 수 없겠는가.
그럼에도 삶은 항상 기쁨만 주지도, 항상 슬픔만 주지도 않는 것 같다. 둥근 지구를 한 바퀴돌면 제자리로 돌아 올 수 있듯이, 둥근 축구공을 한바퀴 돌던 슬픔은 결국 반대편으로 돌던 기쁨과 만나게 되어 있다. 잠시 지상으로 내렸던 빗방울이 슬픔의 강물로 흐르다가 다시 하늘로 올라가 만물을 키우는 기쁨의 에너지로 돌아오듯이 말이다.
그렇기에 지금 기쁜 사람들은 격하게 기뻐해야하고, 지금 슬픈 사람은 빨리 털고 힘차게 일어서야 한다. 오랜만에 찾아온 기쁨은 으스러지도록 안아줘야하고, 슬픔은 빨리 떠나보내도록 차표를 쥐어 줘야한다. 물론 그것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 다는 것을 안다.
비록 오늘 내가 축구를 뛴 것은 아니지만 마음이 편치 않다.
기쁨의 눈물과 슬픔의 눈물이 한데 섞이 것이 오늘 두 팀 선수들이 흘린 땀이라는 것을 알것 같기에.
다시한번 박수를 보내고 싶다.
나 또한 그라운드위에 서 있다.
나또한 그라운드위에 서있다. '인생'이라는 둥근 축구공앞에. 하프라인까지 잘 몰고가 골을 넣어 원하는 목표를 이루느냐, 아니면 '인생'이라는 기회를 도중에 뺏기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오늘 경기는 셰익스피어도 감히 써내지 못하지 않을까? 그런 경기를 생방송으로 봐서 기쁘다.
이젠 자야겠다.
오늘자고 오늘 힘차게 일어나 다시 인생의 전반전을 뜨겁게 보내야겠다.
1. 뮌헨 선취골 - 뮐러
2012.05.20 챔스결승 밀러골 by halasu
2. 첼시 드록바 동점골
2012.05.20 챔스결승 드록신골 by halasu
3. 승부차기와 시상식
2011-2012 일 승부차 및 시상 by halasu
이 글에 사용된 이미지는 방송을 캡쳐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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