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드보통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철학적인 연애소설
1.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철학적인 연애소설
알랭드보통이 우리나이로 스물 다섯살 쯤에 쓴 소설이다. 내가 군제대후 한참 대학교를 다니고 있을 때 그는 이런 재미난 글을 쓰고 있었다니! 참 세상에는 넘사벽들이 많다. 이 소설은 남자주인공이 클로이라는 한 여자와 만나서 헤어지기까지의 연애상황과 심리에 대해 철학적으로 재미나게 풀어내고 있는 점이 매력이다. 철학적인 요소때문에 어렵고 독창적인 사랑이야기 같으면서도, 20대에 사랑을 경험해 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데 무리가 없는 소설이다.
알랭드보통의 책을 <불안>이후에 두번째로 접하게 되는 것인데, 독창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 같으면서도 툭툭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솜씨가 보통이 아닌 작가같다. 사실 이 소설은 젊은 알랭드보통의 패기와 발칙함을 엿볼 수 있는 처녀작이다. 알랭드보통만이 지닌 작가로서의 색깔을 응축하고 있는 태반과 같은 책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소설에 나오는 소제목들인 '진정성, 정신과 육체, 마르크스 주의, 사랑이냐 자유주의냐, 회의주의와 신앙' 등을 살펴보면 영락없는 철학책 같지만, 읽다보면 영락없는 소설책이라는 것도 동시에 깨닫게 된다. 무거우면서도 가벼운 느낌의 '철학적인 연애소설'이라고 하면 맞을까.
이 소설을 읽다가 밑줄 그으며 유독 '맞어, 맞어'를 외친 문장들이 있다. 작가와 국적도 다르고, 사는 곳도 다른데도 나의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공감의 힘을 지닌 문장들이다. 사랑을 시작하고 있거나, 사랑을 경험해 본 사람들이라면 고개가 끄덕일지도 모른다.
2. 무릎을 '탁' 친 연애와 사랑에 관련된 문장들
- 콩깍지를 알랭드보통식으로 표현하면?-
우리는 선택한 사람 주위에 사랑의 방어선을 쳐놓고,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은 어떻게 된일인지 우리가 가진 결함으로부터 자유롭고, 따라서 사랑스럽다고 결정해버린다.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서 우리 내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완벽함을 찾으며,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합을 통하여 인간 종에 대한 불확실한 믿음(자기 인식에서 나온 모든 증거에 위배됨에도 불구하고)을 유지하고 싶어한다.
- 24쪽 -
- 알랭드보통이 생각하는 끌림에 대하여-
나는 다른 사람에게 끌리는 것은 곧 나의 모든 개인적 특징들을 버리는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나의 진짜 자아는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발견되는 완벽성과 화해 불가능한 갈등관계에 있으며, 따라서 무가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48쪽 -
- 연애하며 겪는 불일치에 대하여-
모든 사랑 이야기에는 이런 순간들이 있지 않을까? 자신의 생각이 반영되기를 기대하면서 상대의 눈을 찾지만, 결국은 희비극적인 불일치로 끝나버리는 순간 - 그것이 계급투쟁의 문제이건, 구두 한 켤레의 문제이건.
- 78쪽 -
- 관심을 받는다는 것은 '나'라는 존재의 시작? -
어쩌면 우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보아주는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우리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 맞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하는 말을 이해하는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우리는 제대로 말을 할 수 없다는 것도, 본질적으로 우리는 사랑을 받기 전에는 온전하게 살아 있는 것이 아니다.
- 143쪽 -
- 사랑의 종말, 그 위안없는 무엇 -
사랑의 종말과 삶의 종말 사이의 유일한 차이는 후자의 경우에는 그래도 죽음 뒤에는 우리가 아무것도 느끼지 않을 것이라는 위안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관계의 끝이 반드시 사랑의 끝은 아니며, 더군다나 삶의 끝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을 아는 연인에게는 그런 위안이 없다.
- 186쪽 -
- 사랑의 시작과 끝에 대하여-
마치 사랑의 끝은 그 시작 안에 이미 포함되어 있는 것 같다. 사랑의 붕괴의 요소들은 그 창조의 요소들 안에서 이미 괴괴하게 전조를 드러내고 있는 것 같다.
- 196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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