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노트719 2017 독서노트(41)황교익<미각의 제국>, 김치찌개와 설렁탕 "내 안에 들어오는 음식을 좀 더 깊게 느끼고 싶었다. 그 느낌의 흔적들이다." 알쓸신잡을 보다가 문득 황교익의 을 꺼내들었다. 책 앞 날개에 적힌 그의 프로필 내용이 인상깊다. 무언가를 먹었던 순간들을 끄집어내 자기소개를 한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에 대해 저자는 어떤 이야기를 했을까. 김치찌개와 설렁탕. 우선 김치찌개를 살펴보자. 밥 해먹기에 대한 귀차니즘이 없던 시절, 김치찌개를 끓여먹었다. 한 번 끓이면 삼시세끼는 문제없었다. 다른 반찬을 내올 필요 없이, 김치찌개 안에 담긴 김치와 돼지고기를 건져먹으면 됐기 때문이다. 빠알간 국물 사이로 보이는 돼지고기들. 젓가락으로 푹 담가 이 녀석들을 건져올려 입안으로 가져가는 순간. 우물우물 씹으며 목젖 너머로 넘기는 순간. 그 행복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2017. 7. 25. 2017 독서노트(40)허수경 시집<내 영혼은 오래 되었으나> 퇴근후 양말을 세탁기에 벗어던지고, 더러운 방바닥을 응시하던 찰나. 눈에 들어온 하얀 표지의 시집. 허수경 시집. 옛날이나 지금이나 시 한편을 읽어도 시어들의 의미를 잘 헤아리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문득 궁금한 시가 있다. 무슨 의미일까. 허수경 시인의 시 식은 점심을 먹고 황동빛 손가락으로 담배를 만다 미술관 저 너머에는 지하땅굴이 있고 그 속에 차가운 짐승하나가 사람들을 지상으로 길어올린다 담뱃진 속에 끈적거리는 죽음은 갓 태어난 아가처럼 신선하고 외롭다 식은 점심을 먹고 노인들은 미술관 앞에 앉아 지난 세기의 광인을 관람하고 나오는 사람들을 물 흐르듯 바라본다 마치 지난 세기와 지금을 연결하는 흐름을 타고 있는 것처럼 노인들은 한적하고 지상으로 사람을 길어올리는 짐승은 노인들의 엉덩이 20미터 밑을.. 2017. 7. 24. 2017 독서노트(39)딴짓 프로젝트 의 저자 원성준 씨는 스티브 잡스의 이 말을 가장 좋아한다고 한다."제가 본 좋은 제품은 한 집단의 모든 구성원이 자신이나 친구에게 필요한 근사한 무언가를 만들려고 깊이 고민한 결과였습니다. 그들도 자신이 만든 제품을 직접 사용하고 싶었던 거죠."저자가 그런 제품을 만들기위해서 한 것은 바로 '딴짓'이다. 말이 딴짓이지 그 '딴짓'은 결국 회사도 좋고, 개인에게도 좋은 일석이조의 '생산적인 과정'이었다. 마이크로스포트트와 삼성전자, 카네기멜론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그가 벌인 딴짓들이 성과를 냈다. 그는 그 딴짓 노하우를 책에 담았다. 특히 삼성 스마트폰의 'S뷰 커버'도 그의 딴짓에서 나왔다. 그는 삼성에서 일하면서 모바일기기와 연동할 수 있는 스마트폰 엑세서리에 관심이 많았다고. 그러던 중 스마트폰 .. 2017. 6. 6. 2017 독서노트(38)눌변, 침묵에 대하여 그런데 침묵은 단순히 말없이 아니다. 언어를 넘어서 세계에 대한 경외심으로, 거기에서 울려 나오는 의미를 겸허하게 기다리는 것이 침묵이다. 존재의 근원적인 바탕을 더듬으면서 보다 명료한 진실을 갈구하는 간절함이 거기에 있다. 말하자면 그것은 공백이 아니라 여백이다. 다라서 침묵은 경청의 이면이다. 언어의 격조가 사라지는 것은 진지하게 귀 기울여주는 상대가 없기 때문이다. 나의 발언이 수용되지 못하리라는 불안에 사로잡히고 그 반작용으로 자극적인 언어를 남발한다. 그럴수록 서로에게 귀를 닫아버린다. 그 악순환의 고리에서 벗어나려면 우선 자기과시나 지배에 대한 강박을 내려놓고 상대방에게 온전히 향하는 마음을 불러와야 한다.폭언, 극언, 망언, 실언, 허언 등으로 소란한 우리의 언어 세계를 가다듬고 의미의 비옥.. 2017. 6. 6. 2017 독서노트(37)82년생 김지영 106쪽 "그날 늦은 오후, 김지영 씨는 면접을 보았던 한 홍보대행사에서 최종 합격 통보를 받았다. 그동안 불안과 자괴와 무기력이 표면장력이 버틸 수 있는 최대한까지 볼록하게 담겨 있는 유리컵 속의 물처럼 버티고 있었다. 전화기 너머에서 '합격'이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김지영 씨의 두 눈에서 눈물이 끝도 없이 쏟아졌다. 합격 소식에 가장 기뻐한 사람은 남자 친구였다."- 106쪽-그냥 불안과 자괴와 무기력이 표면장력이 버틸 수 있는 최대한까지 볼록하게 담겨 있는 게 내 모습일 때도 있어서. 그게 볼록나온 배처럼 생길 때도 있어서. 그 배처럼 나도 모르게 튀어나올 때도 있어서. 표정에 그것들을 숨길 때도 있어서. 사탕이 들어있는 얼굴의 볼처럼. 그래서 그냉 밑줄 그었다. 참으로 그냥. 2017. 6. 2. 2017 독서노트(36)시인 박재삼의 추억에서 내가 초딩이던 시절부터 통닭가게를 운영하시던 부모님 생각이 났다. 시인 박재삼의 시를 한 편 옮겨 본다. 추억에서1 진주장터 생어물전에는바다 밑이 깔리는 해 다 진 어스름을, 울 엄매의 장사 끝에 남은 고기 몇 마리의빛 발하는 눈깔들이 속절없이은전만큼 손 안 닿는 한이던가울 엄매야 울 엄매, 별밭은 또 그리 멀리우리 오누이의 머리 맞댄 골방 안 되어손 시리게 떨던가 손 시리게 떨던가, 진주 남강 맑다 해도오명 가명신새벽이나 밤빛에 보는 것을,울 엄매의 마음은 어떠했을꼬,달빛 받은 옹기전의 옹기들같이말없이 글썽이고 반짝이던 것인가. 2017. 4. 23. 2017 독서노트(35)쓰잘데없이 고귀한 것들의 목록 요즘의 여객기에는 자동항법장치가 있어서 조종사가 일일이 비행 항로를 잡고 방향을 수동 조작하는 등의 일에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장치에 이상이라도 발생하지 않는 한 비행기는 미리 입력된 항로 정보에 다라 목적지까지 잘도 날아간다. 그러나 기계와 달리, 인간에게는 그런 자동항법장치가 없다. 우리는 어디로 갈가, 무엇을 할까, 어떻게 살까 매 순간 판단하고 선택하고 결정해야 한다. 어떤 선택과 결정이 반드시 성공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의 모든 판단과 선택에는 숙명처럼 불확실성이 다라붙고 우리의 모든 결정에는 늘 불안의 그림자가 따라다닌다.-201쪽 (원광대학보, 2012,11,8)- 일본의 한 소설가는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때문에 자살했다고 한다. 내 안에도 막막한 두려움과 불안감이 똬리를 틀고 .. 2017. 4. 19. 2017 독서노트(34)시인은 숲으로 가지 못한다 '시'의 존재 이유를 깨닫게 해주는 책이자, 이 땅에 문학이 필요한 이유를 사색하게 해준다. 도정일의 문학에세이 를 읽었다. 어렵게만 느껴지는 문학평론. 어떻게 저런 깊이 있는 해석이 가능할까 감탄하게 되는 책이다. 시를 읽는 방법부터 한편의 시가 내포하고 있는 의미와 철학, 우리 문학의 지향점, 문학교육의 필요성, 시적 수사기법…. 이 모든 것들이 구슬을 꿰어놓은 듯 한 권의 책에 담겨있다. 천천히 곱씹으며 읽어야 할 만큼 쉽지 않은 책이지만, 날카로운 언어로 문학의 속살을 과감하게 보여 준다. 문학의 숲을 유랑하는 사람들에게 시와 문학을 해석하는 독법과 함께 문학의 숭고한 가치를 알려주는 이정표와 같은 책이다. "시의 질을 따지는 비평적 장치는 여러가지이다. 시적 진술의 평면성 극복 여부, 간접화의 .. 2017. 4. 16. 2017 독서노트(33)권정생의 <몽실언니>, 몽실아 몽실아 나중에 좀 더 크면 그 답을 찾을 수 있으리라 여겼던 질문. 우리는 왜 죽는 것일까. 착한 사람도 나쁜 사람도 왜 죽는 것일까. 왜 우리는 사라지는가. 왜 태어났는가. 그런데 발이 커지고, 손이 커지고, 머리가 커졌어도 그에 대한 질문을 찾기는 쉽지 않다. 누구나 그런 질문을 가슴에 품고 살아간다. 권정생의 소설에서 몽실이는 그런 생각을 좀 더 일찍한다. 전쟁 난리통에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목격하면서 삶의 그림자를 일찍 들여다본다. 먹먹하다. 가슴 아프다. 울적울적하다. 그립다. 쓸쓸하다. 보고싶다. 애잔하다. 슬프다. 온갖 감정들이 북받쳐 오르는 소설. 몽실이는 난남이 뿐만 아니라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인생을 등에 짊어졌다. 그런 와중에 다리 한쪽을 쩔둑거리며 걸어간다. 엄마를 찾아가고, 고향을 찾아.. 2017. 4. 1. 이전 1 ··· 49 50 51 52 53 54 55 ··· 8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