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노트697 2017 독서노트(46) 구본창, 열화당 사진문고 "작가의 내면적인 의식 세계를 섬세한 터치로 표현한 그의 작품은 현실의 기록을 중시하는 전통적인 사진에 익숙해 있던 한국 사진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열화당 사진문고 편- 사진을 들여다봐도 어떤 의미인지 손에 잘 잡히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사진들이 매력적인 이유는 보는이로하여금 해석의 여지를 주기 때문이다. 그 해석이 잘못됐어도 마음에 작은 파문을 일으켰다면, 그것은 성공한(?) 사진이 아닐까. 구본창의 사진은 그날 그날 심리 상태에 따라 다른 느낌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특정한 형태로 고정되어 있지 않다. 추상적인 느낌. 꿈속에서 마주한 형상과 같은 범상치 않은 분위기가 시선을 끈다. 위 사진은 낡은 텔레비전의 화면 같다. 지지직 거리면서 결국 원하는 이미지를 송출하는 오래된 텔레비전. .. 2017. 8. 2. 2017 독서노트(45)이기주 <언어의 온도> 밑줄 책는 뭐랄까. 술을 좀 먹은 뒤 내 볼살의 온도같다. '작가'는 언어를 잘 돌보는 사람들 같다. 우린 사랑에 이끌리게 되면 황량한 사막에서 야자수라도 발견한 것처럼 앞뒤 가리지 않고 다가선다. 그 나무를, 상대방을 알고 싶은 마음에 부리나케 뛰어간다. 그러나 둘만의 극적인 여행이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순간 서늘한 진리를 깨닫게 된다. 내 발걸음은 '네'가 아닌 '나'를 향하고 있었다는 것을. 이 역시 사랑의 씁쓸한 단면이 아닐 수 없다. 처음에 '너'를 알고 싶어 시작되지만 결국 '나'를 알게 되는 것, 어쩌면 그게 사랑인지도 모른다.-43쪽- 언젠가 정중한 사과를 건네는 사람의 표정을 들여다본 적이 있다. 그는 어딘지 힘겨워보였다. 숨을 내쉴 때마다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왜일까. 엉뚱한 얘기지만 영어.. 2017. 8. 1. 2017 독서노트(44)김중만, 섹슈얼리 이노선트 맨 처음 등장하는 사진. 사진을 당장이라도 뚫고나올 것 같은 여자의 눈빛. 작가는 이 찰나의 순간, 어떻게 카메라 셔터를 눌렀을까. 이후에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이런 순간을 담으리라는 것을 작가도 예측하지 못했을까. 이 사진은 연작 시리즈중 하나이다. 차창너머 훔쳐보고 있는 작가의 시선이 꼭 내 시선인 것만같아 움찔했다. 카메라를 사이에 두고 있기 때문에 예술이 될 수 있었던 것일까. 김중만 작가가 21살 때 우연히 얻은 카메라로 담은 흑백사진 50점 중 하나라고 한다. 김중만의 사진은 겉과 속이 똑같다. 그의 인격과 현재를 인화한 것이다. 김중만은 모든 세상을 본능적으로, 직관적으로 접사한다. 아무런 선입견 없이, 아무런 꾸밈없이, 가장 자연스럽고 우연적인 포즈로 다가간다. 마치 일상적인 삶의 마주침.. 2017. 8. 1. 2017 독서노트(43)열화당 사진문고-임응식 '구직'이라는 글자를 목에 걸고 서 있는 한 청년의 사진. 그 뒤로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나누는 남자들. 삶의 다양한 모습들, 묘한 구도가 돋보이는 이 사진의 작가는 임응식이다. 그는 '생활주의'라는 사진미학을 토대로 순간을 포착했다. 책에 따르면 이 사진은 한국 근현대사진의 새로운 서막을 알리는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임응식은 한국전쟁 당시 종군 사진작가로 활동하면서 사진에 대한 생각이 크게 바뀌게 된다. '아름다운 순간'을 담아내는 회화주의적 사진에서 벗어나 '삶의 추함과 아름다움'을 모두 담아내는 생활주의 사진으로 가야한다고. 사라질 뻔한 순간들이 '사진 한 장'을 통해 머물러 있다는 점이 참 신기하다. 그것이 사진의 매력인지도 모른다. 나도 가끔 카메라를 들고 일상을 찍기도 한다. 지나.. 2017. 7. 30. 2017 독서노트(42)장그르니에의 <섬>, 여행은 왜 하는 것인가 ▲스위스 베르니나 열차를 타고 사람들은 여행이란 왜 하는 것이냐고 묻는다.언제나 충만한 힘을 갖고 싶으나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 여행이란 아마도 일상적 생활 속에서 졸고 있는 감정을 일깨우는 데 필요한 활력소일 것이다. 이런 경우, 사람들은 한 달 동안에, 일 년 동안에 몇 가지의 희귀한 감각들을 체험해 보기 위하여 여행을 한다. 우리들 마음속의 저 내면적인 노래를 충동질하는 그런 감각들 말이다. 그 감각이 없이는 우리가 느끼는 그 어느 것도 가치를 지니지 못한다. 그러므로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서 도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그것은 불가능한 일-자기 자신을 되찾기 위하여 여행한다고 할 수 있다. 예수회 신자들이 육체적 단련을, 불교 신자들이 아편을, 화가가 알콜을 사용하듯이, 그럴 경우 여행은 하나의 수단이.. 2017. 7. 30. 2017 독서노트(41)황교익<미각의 제국>, 김치찌개와 설렁탕 "내 안에 들어오는 음식을 좀 더 깊게 느끼고 싶었다. 그 느낌의 흔적들이다." 알쓸신잡을 보다가 문득 황교익의 을 꺼내들었다. 책 앞 날개에 적힌 그의 프로필 내용이 인상깊다. 무언가를 먹었던 순간들을 끄집어내 자기소개를 한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에 대해 저자는 어떤 이야기를 했을까. 김치찌개와 설렁탕. 우선 김치찌개를 살펴보자. 밥 해먹기에 대한 귀차니즘이 없던 시절, 김치찌개를 끓여먹었다. 한 번 끓이면 삼시세끼는 문제없었다. 다른 반찬을 내올 필요 없이, 김치찌개 안에 담긴 김치와 돼지고기를 건져먹으면 됐기 때문이다. 빠알간 국물 사이로 보이는 돼지고기들. 젓가락으로 푹 담가 이 녀석들을 건져올려 입안으로 가져가는 순간. 우물우물 씹으며 목젖 너머로 넘기는 순간. 그 행복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2017. 7. 25. 2017 독서노트(40)허수경 시집<내 영혼은 오래 되었으나> 퇴근후 양말을 세탁기에 벗어던지고, 더러운 방바닥을 응시하던 찰나. 눈에 들어온 하얀 표지의 시집. 허수경 시집. 옛날이나 지금이나 시 한편을 읽어도 시어들의 의미를 잘 헤아리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문득 궁금한 시가 있다. 무슨 의미일까. 허수경 시인의 시 식은 점심을 먹고 황동빛 손가락으로 담배를 만다 미술관 저 너머에는 지하땅굴이 있고 그 속에 차가운 짐승하나가 사람들을 지상으로 길어올린다 담뱃진 속에 끈적거리는 죽음은 갓 태어난 아가처럼 신선하고 외롭다 식은 점심을 먹고 노인들은 미술관 앞에 앉아 지난 세기의 광인을 관람하고 나오는 사람들을 물 흐르듯 바라본다 마치 지난 세기와 지금을 연결하는 흐름을 타고 있는 것처럼 노인들은 한적하고 지상으로 사람을 길어올리는 짐승은 노인들의 엉덩이 20미터 밑을.. 2017. 7. 24. 2017 독서노트(39)딴짓 프로젝트 의 저자 원성준 씨는 스티브 잡스의 이 말을 가장 좋아한다고 한다."제가 본 좋은 제품은 한 집단의 모든 구성원이 자신이나 친구에게 필요한 근사한 무언가를 만들려고 깊이 고민한 결과였습니다. 그들도 자신이 만든 제품을 직접 사용하고 싶었던 거죠."저자가 그런 제품을 만들기위해서 한 것은 바로 '딴짓'이다. 말이 딴짓이지 그 '딴짓'은 결국 회사도 좋고, 개인에게도 좋은 일석이조의 '생산적인 과정'이었다. 마이크로스포트트와 삼성전자, 카네기멜론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그가 벌인 딴짓들이 성과를 냈다. 그는 그 딴짓 노하우를 책에 담았다. 특히 삼성 스마트폰의 'S뷰 커버'도 그의 딴짓에서 나왔다. 그는 삼성에서 일하면서 모바일기기와 연동할 수 있는 스마트폰 엑세서리에 관심이 많았다고. 그러던 중 스마트폰 .. 2017. 6. 6. 2017 독서노트(38)눌변, 침묵에 대하여 그런데 침묵은 단순히 말없이 아니다. 언어를 넘어서 세계에 대한 경외심으로, 거기에서 울려 나오는 의미를 겸허하게 기다리는 것이 침묵이다. 존재의 근원적인 바탕을 더듬으면서 보다 명료한 진실을 갈구하는 간절함이 거기에 있다. 말하자면 그것은 공백이 아니라 여백이다. 다라서 침묵은 경청의 이면이다. 언어의 격조가 사라지는 것은 진지하게 귀 기울여주는 상대가 없기 때문이다. 나의 발언이 수용되지 못하리라는 불안에 사로잡히고 그 반작용으로 자극적인 언어를 남발한다. 그럴수록 서로에게 귀를 닫아버린다. 그 악순환의 고리에서 벗어나려면 우선 자기과시나 지배에 대한 강박을 내려놓고 상대방에게 온전히 향하는 마음을 불러와야 한다.폭언, 극언, 망언, 실언, 허언 등으로 소란한 우리의 언어 세계를 가다듬고 의미의 비옥.. 2017. 6. 6. 이전 1 ··· 46 47 48 49 50 51 52 ··· 7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