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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독서노트(454) 2019 현대문학상 수상 시집, 오은의 '나'



문득,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사로 잡히는 시.


오은의 '나'. 2019년 현대문학상 수상시집에 실렸다.




                              오은


혼자 있고 싶을 때는

화장실에 갔다


혼자는

혼자라서 외로운 것이었다가

사람들 앞에서는

왠지 부끄러운 것이었다가


혼자여도 괜찮은 것이

마침내

혼자여서 편한 것이 되었다


화장실 겨울은 잘 닦여 있었다

손때가 묻는 것도 아닌데

쳐다보기가 쉽지 않았다


거울을 보고 활짝 웃었다

아무도 보지 않은데도

입꼬리가 잘 올라가지 않았다


못 볼 것을 본 것처럼

볼꼴이 사나운 것처럼


웃음이 터져 나왔다

차마 웃지 못할 이야기처럼

웃다가 그만 우스꽝스러워지는 표정처럼

웃기는 세상의 제일가는 코미디언처럼


혼자인데

화장실인데


내 앞에서도 노력하지 않으면 웃을 수 없었다